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다을 Sep 20. 2021

담배 좀, 그만, 그만, 그만!!

층간흡연에 대항하여

올여름부터. 아니, ‘지난’ 여름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더워서 창문을 안 열고는 배길 수 없을 때.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들어왔다. 실로 지독했다. 나는 새벽에 자다 일어나서 기침을 몇 차례 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대책이 없었다. 연일 관리사무소에서 “여기는 공동 아파트입니다. 층간 소음을 조심해주시고 아울러 담배는 나가서 피워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 말해도, 담배는 끝없이 올라왔다.  


나와 동생은 담배 피우는 그 사람이 이웃은 배려도 안 한다고 비난했다. 문제는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는 아직 모른다는 것이었다. 추측만 될 뿐이었다. 우리 밑 집 1라인에 담배 태우는 분이 계시니 아마도 그분 같았다. 우리 남매는 그리 짐작하면서 그분을 마주칠 때마다 눈을 흘겼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눈을 흘겨본다고 담배 냄새가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첫 번째소리 지르기  


밑에 집이 흡연을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동생이 유튜브에다 검색해봤다고 했다. 한 유투버가 시도한 영상이 아주 ‘바람직’하게 보인다 했다. 그 유투버는 밑에 집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길래 문을 활짝 열고 “야이, XX야. 어디서 담배를 피우고 XX이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생은 우리도 그렇게 해보면 어떻겠냐고 내게 물어오는 것이었다.  


나는 그건 웃겨 보여서 못 하겠다고 했다. 진심으로 웃겼다. 그러니 동생이 먼저 용기를 냈다.      

“담배피지 마세요! 담배 그만 피우세요!”  


‘역시’ 욕은 없었고 말투도 소곤소곤했다. 동생은 부끄러운지 곧장 창문을 닫고 커튼까지 쳤다. 그리고는 이불속에 숨더니, “그러게, 담배 그만 피워야지, 키키키” 하곤 웃는데, 나는 동생이 너무 웃겼다. 

 

그러나 이 방법도 소용이 없었다.  


두 번째물 뿌리기  


동생이 생각해낸 방법이다. 컵에다 물을 담아 와 창문에다 흘리면 된다고 했다. 밑에 집에선 ‘어라? 누가 창문에다 물을 뿌렸지?’ 깜짝 놀라선 창문을 닫고 ‘다시는’ 담배를 안 태울 거라고 우리 남매는 예상했다. 동생은 실행력이 좋다. 바로 싱크대로 가더니 컵에다 물을 담아서는 창문을 열고 물을 뿌렸다.  


이 방법은 결론적으론 효과가 없었지만,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담배 태우는 분은 동생 방 밑이 아니라 내 방 밑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드디어 적군의 본진을 알아차렸다. 우리 남매는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드디어 어디서 담배 냄새가 나는지 알았으니. 진앙지를 알았으니까. 전장에 나가 큰 공을 세운 것처럼 우리는 축배를 들었다. 


이제는 내 방 창문에다 물을 뿌리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도전하기 힘들었다. 물을 조금 뿌리는 일이었지만, 뭔가 무서웠다. 괜히 욕먹으면 어쩌나 싶고. 배려 없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다.  


세 번째승강기에다 경고문 붙여두기 


가장 편하고, 윤리적이며, 현대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웃들이 지나가면서 승강기에 붙은 경고문을 보고 ‘금연’의 길로 들어서리라 예상했다. 경고문은 짧게 쓰려고 했다. ‘그렇게 밤에 담배를 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갑니다. 외롭게.’ 또는, ‘담배 연기로 인해 저는 오늘도 꿈자리가 뒤숭숭합니다’ 라거나.    


안타깝게도 이 방법은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동생은 나보고 경고문을 쓰라고 하는데, 나는 이런저런 고민 탓에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러 방법을 찾아보았다. 이웃 간에 돈독해지자는 의미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올 때마다 창문을 열고 ‘어이, 아저씨! 오랜만이어요. 담배 좋으세요’라고 외치는 방법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럼, 그분은 부끄러워서 다시는 담배 못 피우겠지, 하는 마음에서. 나는 그 사람이 ‘이웃 오빠’ 일지도 모르니, ‘어이 아저씨도 좋지만, 어이 형, 오빠’도 괜찮을 것 같다고 첨 했다. 아니면 ‘어이 누나, 어이 언니.’도 괜찮고.    


동생은 나보고 방망이를 두고 자라 했다. 새벽에 담배 연기가 올라오면 방망이로 방바닥을  두들기라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방도 눈치채고 안 필 거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동생은 밑에 집에서 담배려 태워 아쉽다고 했다. 윗집이었다면 욕실에 들어가 고등어구이 했으면 딱 좋았을 거라고.  



그렇게,  

우리 남매는 여름부터 가을이 다가올 때까지 창문 한 번 마음대로 못 열었다. 소심한 우리 남매에겐 이게 최선이었으니까.  


그러다 며칠 전 나는 참다못해 창문에다 물을 부었다. 내 사유지가 담배 연기에 점거당하는 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쪼르르 부으니, 괜히 속이 후련했다. 그렇게라도 승전보를 올리고 싶었다. 더 이상 지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다 협공도 날렸다. 층간흡연엔 층간소음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로 방에서 쿵쿵 거리며 담배 연기의 후퇴를 기다렸다.  


아! 그리고 그날부터 담배 연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승리감에 도취돼 창문을 열었다. 활짝. 드디어 우리 집에 평화가 찾아왔구나! 기쁜 나머지 외출할 때마다 “‘아침부터 땡 집을 나서려는데’ 창문이 열려 있지 않아, 창문 열고 나간다!” 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경계심을 줄일 수는 없다.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는 게, 적군이니까. 아무렴. 역사만 해도 전쟁은 끊이지 않았으니까.


*사진 출처: pixabay

이전 02화 다정한 게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