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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Oct 06. 2021

대용량 과자를 사면 안 되는 이유

클릭

비밀번호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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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몇 번이면 과자를 시킬 수 있다. 오픈마켓은 날이 갈수록 결제가 편해진다. 카드만 등록해놓으면 클릭 몇 번에 돈을 쌰아압 가져간다. 결제가 너무 쉬운 탓에 멀리하려고도 하지만, 그게 또 쉽지만은 않다. 과자를 저렴하게 사는 기쁨을 알았으니까. 집 앞에서 70g에 1500원인 과자가 오픈마켓에서는 350g에 3000원이었다. 그것도 무료배송으로. 그러니 자연히 오픈마켓만 찾게 됐다.

  

요즘은 꼬꼬스낵에 빠졌다. 닭다리 모양의 과자인데, 이 과자엔 한 입 먹으면 삼십 입 먹게 되는 놀라운 힘이 숨어있다.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아작아작. 씹히는 맛이. 단연 옛날 과자 중에 으뜸이었다.    


오픈마켓을 둘러보다 나는 350g보다 더 저렴하게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이 저렴의 ‘끝판왕’ 가게는 750g을 두 개 해서, 9000원이었다. 배송도 무료에다가 쿠폰까지 쓸 수 있었다. 그러니 단연 여기서 구입해야 됐다. 어떻게 보나 일석이조였으니까.    


과자가 많으면 오래 먹으리라. 나는 그리 생각했다. 70g은 너무 금방 먹으니, 700g 이상 사면 아껴먹을 수 있다고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자랑스런 양심 앞에

체중과 건강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클릭 몇 번에 주문이 되고, 750g짜리 과자 두 개가 집으로 단 이틀 만에 왔다.      


택배 상자를 열었을 때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체 이 과자는 정체가 뭔지. 들어있는 ‘닭다리’가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부피가 한 청년을 놀래키는 수준이었다. 진국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진국’ 과자라면 바로 이것이 분명했다.    


과자를 먹다 보니 손이 계속 갔다. ‘손이 가요 손이, 가, 닭다리에 손이 가요-’ 무슨 노래가 절로 불러졌다. 흥얼흥얼 흥얼흥얼. 


물론, 나 혼자 먹는 게 아니었다. 동생도 좋아한다. 동생은 나와 하루에도 몇 번씩 과자파티를 연다. 식탁에 마주 앉아 이 꼬꼬스낵을 먹는 것이다. 동생도 이 과자를 좋아한다. 마음에 든다며 이거 참, 놀랍다, 감탄한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먹어지는지. 먹다 보면 이미 한 그릇이 비어져있다고 말이다.   


그러다 하루는, 과자를 너무 빨리 먹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열량도 높은데, 이렇게 막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러더니 과자 무게를 재본다고 했다. 과자를 봉투에 담아 저울에 올려보더니 놀랜다.  


“이게, 이게, 이게! 100g이야. 이게! 이게!! 500칼로리야! 이게 무슨 한 끼 식사야 뭐야!”  

동생은 끔찍하다면서  

“과자를 먹을 때는 이 정도 양은 너무 적었는데. 어떻게 이 조그마한 양이 이렇게 열량이 높아?”  

놀램을 금치 못했다. 문제는, 그런데도 이 과자는 계속 찾게 된다는 것이라 했다. 알면서도 찾게 된다고. 이 과자가 너무 맛있어서.


그렇게 3일 만에 –단 3일이다. 30일이 아니고- 과자 750g이 사라졌다. 나는 과자를 주문하기 전에 했던 다짐을 되새겨봤다. 분명 이 정도면 오래 먹을 거라고. 이 정도면 기나긴 겨울도 충분히 따듯하게 보낼 거라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나의 그 푸르른 약속은 다 어디 갔는지. 씁쓸함이 빗발쳤다. 이게 바로 대용량의 역설인가. 역시, 풍부할수록 더 낭비하는 법이다. 


“이제 이렇게 많이 시키면 안 되겠어. 그냥 집 앞에 있는 마트에서 사 오자. 좀 비싸도” 

   

동생은 내가 이 과자를 너무 많이 먹는다며, 과자를 원천 차단할 것을 권했다. 나는 물론 담담히 수긍-할 수는 없었-다. 이미 이 과자에 많은 정이 들었거늘 이제 와서 모른 채 하다니, 그건 과자에 대한 의리가 없는 거다. 하물며 어찌 집 앞에서 사 먹을 수 있겠는가. 과자의 양이 비교불가인데.   


“아냐. 인터넷이 훨씬 좋아. 나, 이제 조금씩 먹을래. 오늘부터 소식. 소식. 소-오-식 할 거야!”   


나는 그렇게 또 다짐했다. 오늘부터 소식小食이라고. 이제는 과자 조금만 먹겠다고. 아무리 대용량이라도 이제는 ‘적절한 양’만 먹겠다고. 아... 애초에 대용량 과자를 집에다 들이는 게 아니었다. 과자가 대용량이 되니 집에서 나갈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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