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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을 Oct 07. 2021

고등학생이잖아? 오징어게임은 청불이라고!

이 이야기는 9월 20일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넷플릭스, 구글


몇 주 전. 넷플릭스에 D.P.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탈영병을 찾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나는 드라마를 잘 안 봐서 관심이 없었다. 내용도 몰랐다. 근데 동생이 밥 먹다 말고 소곤소곤 알려줬다.


“D.P를 보다 보면 군대에 있지도 않았는데, 내가 군인이 된 것 같아. 묘해. 공감이 된달까. 그 감정이.” 


동생은 D.P.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 주인공이 어떻다든지.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켰다든지.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면 왜 이겼냐 하고, 지면 왜 졌냐 하고, 같은 것을 내면 왜 같은 것을 냈냐고 하고. 이러한 이야기를 한 며칠 쏟아냈다.


“이 드라마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K-컬처의 위상이 얼마나 높은지. 태극기 앞에 서면 가슴이 웅장해져.”  


단연 D.P. 는 집안의 화제가 됐다. 동생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도 D.P. 에 빠지셨다. 유튜브에서 D.P. 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고, 후기를 보고 국내외 사람들이 열광하자 다 같이 박수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9월 17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작품 하나가 뿅-하고 튀어나왔다. 넷플릭스의 수많은 구독자가 열광하는 작품.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번 높이는 <오징어게임>이. 누군가는 ‘넷플릭스가 D.P.로 안타를 치고 오징어게임으로 홈런을 날린 거야.’라며 오징어게임의 흥행을 축하했다. 솔직히 나는 그래도 관심이 없었다. 드라마 이름이 왜 오징어게임이지?라는 생각이 첫째. 잔인하다면서? 가 둘째. 또 며칠 있다 순위권 밖으로 내려가겠지가 셋째.


생각과는 다르게 오징어게임은 날이 갈수록 알려졌다. 모두들 이 드라마 이야기에 빠졌다. 해외에서 반응이 어떤지. 지금 그 나라 넷플릭스에서 몇 위를 하고 있는지.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어떤 점을 시사하고 있는지 등등.  


유튜브를 좋아하는 내 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에 개봉한 오징어게임 알아? 그거 넷플릭스에 있대. 그거 진짜 재밌대.”

   

D.P. 를 얘기한 지 며칠도 안 된 것 같은데 이번엔 오징어게임이 집안의 화제가 됐다. 나는 또 이게 뭔지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동생은 오징어게임 이야기로 분주했다. 나는 그저 들었다. 아, 그런 한국 게임들이 있구나. 서민들이 참여하는구나.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유일하게 평등한 게임이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인생의 반전을 바라며 참여하는군. 듣다 보니 궁금해졌다. 대체 오징어게임이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래?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그런데. 내용보다, 청불 마크가 보였다. 이거.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잖아? 20세 미만은 볼 수 없는! 


‘청소년 관람 불가’!!


“이거, 나이가 안 되면 못 보던데. 청소년 관람불가 드라마 보면 안 되지!”


물론 요즘은 청불 드라마도 보려면 충분히 볼 수 있는 시대다. 그래도 오빠로서 어떻게 권하겠는가. 이 드라마는 여러모로 잔인하다던데, 자라나는 학생 정서에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하다. 그러던 중에, 아, 동생은 유튜브에 있는 짧게 소개해주는 영상을 본 거라고 했다. 그리곤 학교 친구들도 다 이 이야기하고 있다며 괜찮다 한다. 요즘은 고등학생도 이런 거 다 본다며.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럼 청불 마크가 왜 있는 건데? 난 모르겠다.


드라마나 영화나 관람 가능 연령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동생이 고등학교 1학년 땐 학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기생충>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아니, 고등학교 1학년 친구들에게 <기생충>이라니. <기생충>이라니. <기생충>이라니? 영화야 명작이라 좋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기생충>이라니? 15세 판정을 받은 영화라는 게 믿기지 않는 영환데. 나는 고민하다가 교육청에다 민원을 넣으려 했다.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그러나 2% 부족한 용기에 막히고 말았다.


어린 나이부터 사회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린 청불 미디어를 접하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정서상 해로울까 걱정된다. 


나는 동생에게 마음 고와지는 것만 보여주고 싶다. 따듯한 세상만 보여주고 싶다. 아직 학생이다. 세상의 풍파에 대해선 몰라도 될 나이이다. 그러한 것들은 나중에 지겹도록 보고 느낄 것이다. 더군다나 보다 보면 익숙해진다. 나는 그게 싫다. 그렇게 세상은 야수들의 세상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깨달을까 두렵다.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영상도 추천하지 않는다. 성인이면 괜찮다. 학생이니까. 학생. 

일전에 어떤 대학에서 실험을 하나 했다고 한다. 어린이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폭력적인 영상을 보여주고 한 집단은 선행을 베푸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영화를 보면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 보았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실험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폭력적인 영상을 보여준 아이들이 그러한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은 확실히 기억난다. 그때 충격을 금치 못했으니까. 


그러다 문득, 나는 내가 ‘꼰대’가 아닌가 싶었다. 나 때의 시점이 맞다며, 바뀌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아닌지... 



인터넷에 기사가 하나 떴다.


https://www.brusselstimes.com/belgium/188340/belgian-school-worried-by-kids-playing-squid-game-in-the-playg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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