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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서, 운동을 권합니다

by 최다을

<오빠라서, 운동을 권합니다>


운동을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짐작해봅니다. 일단 재미가 없으니까요. 땀 흘리는 것도 그리 탐탁지 않고요.


그래서 저를 나쁜 오빠라 부를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동생에게 운동을 권하거든요. 저는 복싱을 하고 있는데, 동생에게도 같이 복싱을 하자고 권하곤 합니다. 물론 싫다는 답만 돌아오죠. 그러면 저는 동생에게 밖에서 같이 걷는 건 어떠냐고 물어봅니다만, 그것도 싫다고 하죠. 재미가 없대요. 너무 나가기 싫대요. 저는 “네가 운동을 하면 좋겠다”라고 극구 피력하곤 합니다. 여러 장점을 들면서요. 하지만 무슨 말이든 너무 자주 하면 잔소리로 비치기 십상입니다. 그게 상대에게는 알게 모르게 폭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요. 듣기 싫은 말을 듣는 건 곤욕이잖아요. 저는 그래서 스리슬쩍 문방구를 가자는 식으로, 밖에 나가서 와플을 사 먹자는 식으로 동생의 걸음을 정당화하곤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봐서요.


일단, 운동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니까요. 운동이라는 게 단순히 땀을 흘리고, 체중을 조절하는 역할만 하지 않는다 봐요. 운동을 함으로써, 우울했던 기분을 거리에다 내던져 놓고 올 수 있고, 바깥에 나감으로써 상쾌한 공기에 마음을 담을 수 있고. 그렇죠. ‘마음’도 순환을 시켜줘야죠. 오래된 혈액이 새로 들어온 혈액에 자리를 내주듯, 집에서 오래 묵었던 마음도 새로운 공기를 씌어 순환시켜야죠. 그렇게 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요. 스트레스는 쌓일수록 독이 되잖아요. 그것을 풀도록 노력해야죠.


운동은 자신감도 많이 키워주니까요. 제가 복싱을 괜히 권하는 게 아닙니다. 복싱을 하러 체육관에 나가면, 나가기 전후가 달라지는 걸 느끼거든요.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던지. 체육관에서 중학생하고 고등학생들, 그것도 여학생들을 많이 봤어요. 그렇게 운동을 하러 나오는데.


특히, 세상도 험하니까요. 그래서 복싱 같은 것을 시키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네요. 본인의 몸은 본인이 지켜야 된다고 말해도, 운동은 안 하려 합니다. 인터넷만 봐도 흉흉한 소식이 판을 칩니다. 불쾌한 뉴스가 보이면 저는 인상이 찌푸려지곤 하는데, 당사자는 오죽 그럴까요. 여성으로서, 약자로 불리며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저는, 과연 그러한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 세상에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세상은 안타깝게도, 약해 보이면 함부로 대합니다. 약자로 불리는 이들은 그렇게 냉담한 대우에 차별과 멸시를 받죠. 제가 아는 사람은 누구도 그런 대우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데. 특히 제 동생이면.


네. 운동은 대부분 싫어할 거예요. 하지만 저는 운동도 하다 보면 재미있어진다고 믿어요. 처음부터 운동이 재미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공부도 그렇죠. 공부를 처음부터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공부를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배움으로써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느끼고서야 비로소 공부에 매진하게 되잖아요. 운동이 처음부터 본인의 성향에 맞거나, 운동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운동을 좋아할 수는 없죠.


이런 이유들로 그렇게 운동을 권하지만. 여전히 쉽지가 않습니다. 동생은 오빠가 이렇게 운동을 권하는 게 싫다고만 합니다. 동생은 아려나요. 오빠도 많이 힘듭니다. 제가 나쁜 오빠가 되는 것 같아서요. 억지로 운동을 하라고 시키니, 나쁜 오빠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런데 운동을 안 시키는 게 더 ‘나쁜’ 오빠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알면서도, 귀찮거나 힘들다고 안 시키면 그게 정말 ‘나쁜’ 오빠가 아닐까요. 이렇게 제가 동생을 생각하고 있음을 동생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상대를 정말 아끼면 충언도 아끼지 않는다는 것도요. 상대를 아끼지 않으면 그냥 맞춰줄 수 있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내버려 둘 수 있지만, 정말 상대를 아끼면 그렇게 마냥 원하는 길로 가라고 할 수는 없는 거라고요. 이렇게 동생의 내일, 1년 뒤, 그 이후까지 생각하고 있어야죠. 앞만 보면 먼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니까요.


제 근심은 나날이 쌓여갑니다만. 이렇게 노력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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