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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하는 사람 May 18. 2023

싫어하지만 괴롭히지 않아요

선호와 선악의 차이를 아시나요

나는 동물을 싫어해,
 하지만 동물을 때리는 사람은 혐오해


나는 개를 무서워한다. 사실 개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생명체와 닿는 것을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내가 동물을 싫어하는 걸 혐오하는 거랑  동일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넌 버려진 개가 불쌍하지 않니? " 라든지, "너 그럼 막 개를 막 때리냐"라든지


선호와 선악(좋은 것/나쁜 것)의 차이



개인적으로 사람을 판단할 때 선호도와 선악의 개념을 명확히 구별할 줄 아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개인의 선호이니 어떤 가치판단도 내릴 수 없다.

그저 아 넌 그렇구나 아 나랑은 안 맞네 정도로 끝날 문제다

하지만, 선과 악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옳은 것이고 누군가는 틀렸다

선호의 문제가 다름의 문제라면 선악의 문제는 맞고 틀린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종종 많은 사람들은 선호를 선악의 문제로 놓고 얘기하거나 선악의 문제를 단순 선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매우 다른 개념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얘기하면 숨이 턱턱 막혀온다

실제로 많은 소통의 오류는 이런 선호와 선악의 문제를 이해하지못해 생겨난다


선호의 문제는 서로의 취향의 차이니 어떤 취향인지 그리고 그런 취향을 가지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는지를 서로 얘기하고 아 그랬구나 라고 그 사람을 이해하면 된다

사실관계도 필요치 않다. 그 사람의 마음은 저렇게 가는구나라고 받아들이고 나랑 안 맞는다 싶으면 더 이상 대화를 진전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인간관계는 보통 이런 선호와 관련된 대화를 통해 확장되며 서로 간의 친밀도도 높일 수 있다


선악의 문제는 이와 다르게 논리의 싸움이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중요하며 자신의 생각에 대한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수반되어야 한다.

상호 간에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논리와 증거를 가진 사람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야 하며 이를 뒤집기 위해선 명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한 새로운 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나는 그냥 싫어"라는 식으로 떼를 써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 선악의 문제다


이 두 개가 엉키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 나는 너무 화가 난다

나랑 생각이 다른 사람이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지금은 선호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데 "야, 너 그거 진짜 바보 같다, 생각이 없냐?"라는 식으로 말하는 벽창호형 인간,

중요한 회사 의사결정을 위해 옳고 그름을 다투는데

"음 그건 그냥 좀 별로지 않나? 딱 보면 몰라?"라는 식으로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답답이 상사들까지!


정말 화가 난다


싫어하는 것과 괴롭히는 것은 다른 거다



우리가 보통 "저 사람과 대화하면 재밌어" , "아 쟤랑 일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참 잘돼"와 같은 평을 받는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바로 선호와 선악을 잘 구분해 내는 사람,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사람이다

이것만 잘 지켜도 유머감각이 뛰어나지 않아도,

함께 어울리기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선호와 선악을 이해한다는 건 싫어하는 것과 혐오하는 것의 차이를 아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선호는 누구나 각자 취향이자 생각이니 뭐라고 탓할 필요도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 저 사람은 저렇구나, 누군가는 나와 같은 선호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고 넘기면 된다


근데 나랑 선호가 다르다고 괴롭히고 혐오한다면?

이건 미친놈이라고 밖엔 볼 수 없다

개를 싫어한다고 지나가던 강아지를 학대하는 행위를 자행하는 건 그저 미친놈이다

싫더라도 괴롭히거나 혐오의 단어를 쓰는 건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구분하지 못하고 함부로 비난하거나

자기 맘대로 재단하고 판단해서 불화가 발생하고,

갈등이 발생하고, 다툼이 발생한다


취향은 존중하며, 논리를 다툴 땐 서로 근거를 갖추고

대화를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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