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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개비를 찾는 마음으로

# 프롤로그

by 일상 여행자

“밥은?”

“날이 차다.”

경상도 남자의 전형이신 아버지의 안부는 간단하시다. 그러나 이른 아침 덜컥,으로 시작된 아버지의 전화가 그저 평범한 안부와 일상적인 안심으로 마무리되고, 더없이 짧은 통화를 끊고 난 뒤에는 왠지 모를 긴 여운이 남았다. 예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자식들을 향한 아버지의 안부 전화가 뵐 때마다 노인이 되어가시는 모습처럼 애잔해지는 것이다.


그 이후였던 것 같다. 사라져 가는 조각들이 더 희미한 기억 속으로 잊히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햇빛에 걷히는 성애처럼 그냥 지워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내내 내 마음의 창을 답답하게 했다.

그때부터 하루를 정리하는 잠처럼 흩어진 지난 시간의 퍼즐들을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성냥통을 뒤적이며 한 떨기 빛을 찾는 성냥팔이 소녀처럼 성냥개비를 하나씩 모았다. 차가운 바람으로 외로움에 떨게 될 언젠가의 삶 속에서 나를 지켜줄 따스한 온기들을. 사그라드는 생의 의지를 점화시켜 줄 불씨를 담기 시작했다.

단지 잊고 있을 뿐 우리에게는 이곳에 이르게 한 밤톨 같은 사랑이 항상 있었음을. 그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유행가처럼 사랑받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한 그릇의 밥과 추억의 맛을. 한 계절을 스쳐 지나간 빛과 어둠을.

지극히 사적인 기억의 기록이 저마다의 어느 귀퉁이에 숨겨진 추억들을 만나게 해 줄 거라는 바람과 함께. 꺼내놓은 나의 조각들이 반짝였던 순간을 영원으로 이어지게 하는 따스한 성냥개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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