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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eroon Jun 13. 2024

 웃음의 미학

좋아

새롭고 신선한 느낌의 무늬다. 연초록 이파리가 빼곡하게 들어 찬 여름 이불 위에서 너는 좋아 어쩔 줄 몰라 온몸을 엎치락뒤치락 달려들었다 물러났다 혼자 난리다. 뺨과 코를 당차게 들이받고 이불을 친구 삼아 요리조리 파고들어 보송한 면천의 미세한 격자무늬 질감을 앞 발톱으로 조심스레 긁어본다. 고고학자가 땅 속에 박혀있는 유물을 발굴할 때 느릿하고 신중한 붓질을 하듯. 발바닥으로 살금살금 부드럽게 파헤치며 지금 신이 난다는 시늉을 한다. 하하하하하. 그렇게 좋아? 두 팔과 두 다리를 최대한 길게 늘려 통통한 배를 가감 없이 열어젖힌다. 릴랙스, 기지개를 크게 한 번 펴주더니 별안간 엉덩이를 오른쪽 왼쪽으로 움직이면서 왔다갔다 요상한 부비부비 춤을 시작한다. 경쾌한 피아노 연탄곡이 들려온다. 코는 아래로 엉덩이는 위로, 동작의 발상이 다채롭다. 발딱 일어나 카르르 몸을 털어주고는 스스로 어질어질한지 갸우뚱거리다가 요술 지팡이 손잡이를 닮은 풍성한 꼬리를 정신없이 흔들어댄다. "지금 너무 좋다 행복하고 감사하다"라고 쓰면 너의 기분을 제대로 설명하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바삭한 이불과 천진난만 개가 노는 소리(라고 밖에는 글로 옮길 수 없지만)를 보고 들으니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하하하, 행복 스위치가 눌린 개 친구, 헐떡이는 바나나 보트 닮은 긴 혓바닥을 불쑥 내밀며 웃음. 큰 소리 내어 한바탕 웃을 수 있는 존귀한 순간이 삶에서 몇 번이나 오게 될지 모르겠다. 한 번 웃을 때마다 즐거움이 물결처럼 출렁거리는 것이라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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