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건 여름_너, 사랑해 봤어?

설마 아직도 못해 본 건 아니지?

by Juco


코칭은 호기심이다. 내가 아닌 '그'의 호기심. 그가 자신에게 갖고 있던 호기심이 되어, 도로 온전히 그에게 던져지는 것. 코치의 역할이다.


지난 어느 봄, 너에게서 들었던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요인즉슨,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싶어요. 거참 어렵다, 어려워.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는 여직 개만도 못한... 아 송구하옵니다, 나의 스승님. 저는 아직도 저를 사랑할 줄 모르겠습니다.


너는 어때? 설마 여전히 고민 중인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라고 말해.




한창 야구 때문에 지독히도 힘들어하던 너는, 그 복잡한 머리와 어찌해야 할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답답한 이내 맘을 선배에게 나눴고, 그것으로부터 피어난 호기심 한 송이를 들고 나를 찾아왔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의 연유가 된, 선배와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 시절의 네가 갖고 있던 고민과 어려움을 가만히 듣고 난 선배는 너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는 널 사랑할 줄 알아?




너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해. 널 사랑하고 진심으로 믿어줄 수 있어야 해. 선배는 또 물었다. '너의 오늘은 즐거웠니?' 너는 당연히도 '아니요'라고 대답했고. 선배는 해맑게 웃으며, 나는 너랑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지금도 즐겁고, 잠시 휴식하며 즐겼던 게임도, 맛있는 저녁도, 또 고된 훈련이었지만 그 중간중간에도 이런저런 즐거운 게 많았다며 자신에게 오늘은 즐거운 날이었다고 했다.


너는 그의 이야기가 제법 솔깃하게 들렸다.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걸까? 그렇다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뭘까. 나를 진심으로 믿어줄 수 있는 방법은 어디 있을까. 너는 나에게 물었다. 너의 호기심이 나에게 왔다.


니가 들이민 그 한 송이가 나에겐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그래서 더욱이 내가 함부로 만질 수 없었다.



하지만 글쎄.

나를 사랑한다는 건 뭘까? 사랑은, 뭘까?

나를 믿는다는 것은 뭘까? 믿음은, 뭘까?




넌 사랑해 봤니? 넌 믿어 본 적 있니?




너의 바람과는 다르게 나는 네가 건넨 호기심을 도로 너에게 되돌렸다. 네가 자리를 떠나고 나는 나름 코치다웠음에, 하찮은 내 말들을 잘 참아냈음에 나를 칭찬했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사실 그것뿐이었다. 너의 것을 너에게로 온전히 돌려주는 것. 나도 잘 몰라.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나 나를 믿는 방법 같은 건. 하물며 네가 너를 사랑하는 방법...?


그 후, 너는 여전히 그것과 씨름했다. 그 호기심 한 송이는 결코 쉽게 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확실히 달라진 한 가지는 네가 더 이상 전처럼 야구로 힘들어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그때의 너는 오로지 너에게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 나는 네가 알아차렸으리라 믿었다.




드문드문 들려오는 너의 소식에 지난 네가 떠올라, 오랜만에 이렇게 안부를 건넨다.



너의 오늘은 즐거웠니?

네. 즐거웠어요.


네가 대답하기를.







오늘 내가 즐거웠던 일은 무엇인가?

나를 사랑하는 법과 나를 진심으로 믿어주는 법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답할 수 있는가? 대답할 수 없는가?

이것에 대답해야 하는가? 대답할 필요가 없는가?

뭐든 떠오르는 것으로 우리 연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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