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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Mar 11. 2020

우물

신복리 우물

천왕산에 가서 다도해로 이어지는 여수의 올망졸망 섬들을 감탄하며 바라보다 신복리 앞으로 걸어오게 되었다.

저수지도 있고 동네가 참 예쁘다  여기도 아이들 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린다.

폐가가 보인다.  대문은 굳게 잠겨 있고  마당 한가운데 풀들이 사람 키만큼 자라 말라서 옆으로 쓰러져 있다.

전에 안주인이 반들반들 닦았을 마루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고 창호지 문은 바래고 구멍이 나 있다.

또 한 채의 폐가는 대문도 없고 돌담도 많이 허물어져 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파란 대문 집을 지나니 공동우물이 있다.

여태껏 봐왔던 우물이랑 조금 달랐다.  지붕 기와 끝에 무궁화 무늬가 있는 걸 봐서 나라에서 새로 보수 공사를 해준 것 같다.

푸성귀를 다듬거나 물을 긷던 아낙네들의 웃음소리는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리고 우물 혼자 외롭게 있었다.

사용하기는 할까? 두레박이 있는 걸 봐서는 밭에 갔다 오다 손을 씻거나 가끔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보여주는 

눈요기 감인 것 같다.

예쁜 옷 입고 보여줄 사람 없어 서성이는 아이 같은 신복리 우물을 그림으로 남기기로 하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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