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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할마 Mar 29. 2020

수상한 시국에

조선시대 중산층의 기준

조선시대 중산층의 기준 : 두어 칸 집에 두어 이랑 논밭이 있고,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이 두어 벌 있을 것.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햇볕 쬘 마루 하나, 차 달일 화로 하나, 봄 경치 찾아다닐 나귀 한 마리, 도의를 어기지 않으며 , 나라의 어려운 일에 바른말하고 사는 것.


요즘 같은 시국은 사람 만나기를 자제하는 게 아니라 안 해야 한다.  중앙 대책 안전 본부에서  매일 문자가 날아온다. 사회적 거리 두기하고 개인위생 철저하게 하라고

그래서 만나서 밥 한 끼, 차 한 잔 하기도 힘들다.  코르나는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우리 부부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집 근처 산을 마음 놓고 다닌다.  어쩌다 산행에서 사람을 만나면 좁은 산길을 가며 입을 막는다.  그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기에

사람 좋아하고 집에 먹을 게 없어도 사람들(학생) 데리고 와서 당황하게 하는 재주가(?) 많은 남편조차 사람들 만나기를 꺼려하고  오롯이 내 차지가 되었다.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며 모든 것을 같이 한다.

국민학교 다닐 때 소 먹이던 쪽으로 산행을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평소에 다니던 등산로가 아니어서 길이 험했다.  오십 년이 넘은 산은 많이 변했다.  풀밭이던 곳은 나무가 빽빽하게 있었고 나무가 크니까 풀은 자랄 수 없어 풀 대신 잡목이 자라고 소 물 먹이던 웅덩이는 낙엽이 쌓여 있었다.   남편은 세월이 흐르면서 지형이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소가 풀을 뜯는 동안 캐 먹었던 허브 종류인 박하향이 나는 뿌리를 찾아봤으나 없었다.  두릅나무가 있어 한 줌 땄다.  둘이 먹을 양이다.  큰 바위에 앉아 싸온 과일과 커피를 마시며 이곳에서 기차 타고 수학여행 다녀온 동네 형 애기를 들었다고 했다.  처음 기차 탄 소감을 "전봇대가 뻔뜩하고 지나가더라" 그 말이 생각난다고 해서 둘이 웃었다.  오늘 남편의 추억 하나를 건졌다.

다시는 이길 가지 않겠다며 끙끙대며 정상에 올랐다. 진달래가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많이 졌지만 절정이다.

산벚꽃도 많이 피었다.  편백나무가 있는 은적사 쪽으로 하산하여 약국에 마스크 사러 갔더니 문이 잠겨 있다.

토요일이라 12시에 문을 닫는 모양이다.  청정 지역에 사는 나는 천 마스크를 쓰면 되지만 곧 출근하는 대구 동생 주려고 했는데 이번 주는 한 장도 사지 못했다.

집에 와서 두릅을 데치고 초고추장을 만들어 식탁을 차리며 조선시대 중산층보다 잘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목회하는 친한 목사님이 청국장 좋아한다며 해달라고 해서 콩을 물에 담갔다.

아침에 콩을 삶고 청국장을 앉혀야 한다.  이번에 친정 엄마가 다녀 가시며 "하는 거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할 줄 아노?"  하시며 신통해하셨다.

이 청국장 먹는 사람들 면역력 좋아져 코르나에 걸리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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