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변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뒤로 숨을 수도 없고요. 입단속을 시키면서 '우리 집만의 고민'을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엠바고'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노력을 하는 방향은 경청(아내 말을 잘 듣기)과 행동변화(부족한 것을 고쳐나가는 노력)를 기본으로 삼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 중에 순식간에 바뀌어서 다행이라는 것도 있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아내의 반응도 있습니다.
아내의 반응 중에는 일방적인 결정과 진행보다는 아내의견을 반영하고 결정사항을 번복하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로 하는 남편의 노력도 피부에 와닿기는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대화 중에 저는 '일침'을 맞게 됩니다. 그때의 대화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요즘 내가 어때요?
부족한 모습이 많이 있는 제 모습을 더 깊숙이 알아가는 요즘! 아내의 손톱만 한 실수나 눈곱만큼 맘에 들지 않은 것들을 태클 걸면서 의견차이를 벌일 시간이 없습니다. 은근 노력한다고 '하는 체'했습니다.
"여보, 요즘 그래도 내가 당신 말을 잘 듣고 있지요?"
"어.. 그래요. 남편. 좀 들으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수업 듣는 것들이 도움이 되기는 하나 봐요. 내가 엄청 부족하더라고요."
"그러면 다행이고요."
"더 노력할게요. 당신이 잘하거나 좋은 면이 참 많더라고요. 엉뚱하게 손톱만 한 실수를 늘 들먹이며 살았더라고요."
"남편이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죠."
"많이 노력할게요."
"남편......."
"잘~ 듣고 주머니에 넣나 봐요옷. 흥."
"네에? 뭐라고요? 여보?"
순간적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은 아내가 뭔가 '동상이몽'처럼 느낀다고 생각이 되어서 순간적으로 울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표정을 느꼈는지 아내가 얼른 부연설명을 해줬습니다.
"남편.... 당신 요즘에 예전과 달리 내 말을 잘 들으려고 참 노력을 많이 해요. 그런데...... 그런데....."
"잘 듣기는 하는데........ 잘 들어서 주머니에 쏙 넣는 것처럼... 실행은 안 하는 것 같아요... 변화가 적어요."
"예? 아이고.. 여보. 어떻게 순식간에 많이 바뀌나요~ 귀를 열고 들으려고 많이 노력하잖아요. 예전에는 여차하면 듣다가 화를 냈잖아요.."
"그렇긴 한데... 듣는다고 해서 실컷 말했는데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어요........."
"답답해요...... 여전히...."
"................................."
대화를 듣고 어떠셨나요?
대화를 공개하면서 저는 마음속으로 억울했습니다. 한 입을 닫고 두 귀를 열어서 경청하고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과 달리 아내는 남편이 귀담아 들으려는 노력은 느껴지는데 변화는 더디다는 것에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늘 실수를 반복하고 사는 남편이 어떻게 한순간에 180도 방향을 바꾸어서 살 수가 있느냐면서 변명을 했지만 아내 반응은 시큰둥했습니다. 그만큼 저의 부족한 모습에 가슴 졸이며 지낸 시간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합니다. 그런 시간이 이제 끝나고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남편이 물어볼 때마다 또는 의견차이가 생길 때마다 솔직하게 말해주고 있는데 결과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노력하고 있는데 응원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무슨 그런 말이에요!!'라며 화를 냈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러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속앓이하게 했으면 당신에게 큰 느낌이 없을까요. 바짝 노력할게요. 실'라고 말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줘요. 더 노력할게요.'라며 다시 한번 다짐과 약속을 하는 것으로 아내의 속상한 마음에 미안함을 표현하고 마무리합니다.
아내는 힘든 속앓이로 지낸 시간이 이제는 끝날거라는 기대로 남편과 진정한 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아내에게 들은 말들을 토대로 무진장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당사자인 아내가 느끼기에는 변화가 적다고 느끼는 것이 중간평가처럼 느껴졌습니다. 오죽하면 '실컷 들어놓고 주머니에 고스란히 넣은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을까요? 아내가 보기에 제가 고집이 세서 소소한 것을 바꾸고는 있지만 정말 중요하고 정말 바뀌었으면 좋겠는 것은 하나도 바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의도치 않게 중간평가받은 느낌이고 후한 평가점수는 아니지만 계속 노력하고 많이 노력해달라는 당부로 들렸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모든 변화는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 방향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과 방향성에 대해서 함께 해줄 '동행'이 필요한데 저는 완벽한 동행자 '아내'가 있었습니다.
가정 회복을 꿈꾸며 시작한 노력, 쓰고 있는 글들이 올바른 방향성과 변화의 속도를 가늠해 볼 수 있도록 아내가 옆에서 중요한 타이밍마다 '일침'을 가해주는 셈입니다. 요즘에는 무엇인가를 할 때마다 또는 결정할 때마다 아내가 해주는 말을 귀담아듣고 그 의견을 토대로 바꾸는 경우도 제법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내도 '남편이 노력은 하고 있다.'로 인식은 합니다. 다만, 늘 하는 실수를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남편, 제발요.'라며 변화를 위한 '강조'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 아내와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잘 듣고 주머니에 넣나 봐요. 흥."를 쓰면서 느낀 소감은요.
허무했습니다.
나름대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변화를 위해 무진장 노력하고 있는데 "듣고 주머니에 넣어두나 봐요. 별로 바뀐 게 없어요."라는 말에 모든 것이 허무했습니다. 노력하고 있고 생각을 변화시키고 있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노력해야할 가짓수가 많은 것이기도 합니다. 아니면 변화의 속도가 더디니까 상대방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고요. '간에 기별도 안간다.'라는 말처럼 아내의 마음 상처가 크다는 것이니 더 노력해야겠지요.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화장실에서 문 닫고 그림그리고 운동하고 있다고 해서 바깥의 사람들이 알아챌 수는 없습니다.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상대방이 변화를 느끼지 못하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거나 변화의 방향을 바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상 못한 아내의 중간점검 같은 '일침'은 제가 해야 할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타이밍을 제공해 줬습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아내가 사랑스럽습니다.
남편의 노력, 남편의 고집불통, 남편과 동행하는 시간 동안 약간의 힘듦에 대해 툭툭거리면서도 남편이 여차하면 화내고 서운해하는 성격을 알고 지혜롭게 잘 말해주는 아내가 사랑스럽습니다.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주머니 일침'을 맞은 저는 그 참의미를 기분 나쁘게 듣지 않고 중간평가 같은 마음으로 잠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제 노력의 속도와 방향에 대해 점검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아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 오는 구전의 한마디를 되새겨봤습니다. 저는 지금 아내 말을 듣고 지낼 필요가 있고요. 그렇게 지내볼 생각입니다. 가정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은 쌍방과실일지라도 누군가는 그 과실규모가 분명히 클 것인데 저희 가정은 제가 가진 지분이 조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 지분을 늘 공개하면서 고치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다음 편은 "세상 물정 모르면 어때요. 쫌" 편입니다. 다음 편을 공개하는 화요일까지 저는 또 얼마나 많은 미안함과 창피함을 반복적으로 느끼면서 준비한 글을 다듬을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과 순간들이 저를 달라지게 하는 것을 알기에 힘들지는 않습니다. 아내는 제게 '만 가지'인대요...라고 했는데 이제 연재 2편만 남기고 있습니다. '편아! 제발 그러지 마요. 20편'을 쓰고 나서 편아! 제발 그러지 마요. 9980편'을 더 써야 하는가 싶습니다. 고칠게 많은 저를 공개하는 고통을 감수하는 만큼 달라질 제 모습과 회복될 가정이 상상되기에 계속할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