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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아! 제발 이러지 마요. +4

남편, 너무 예민해요.

아내와 살면서 뒤늦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제가 예민하다는 것입니다. 상황을 대하고 지나가는 모습이 많이 달랐습니다. 아내는 때로 무던하게 넘어가기도 합니다. 저는 상황을 넘어갈 때마다 극도로 분노하거나 극적으로 집요하게 추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내에게 종종 듣는 말들이 있습니다.


순간 버럭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것을 좀 참을 수 없는지요?

별거 아닌 것은 이해하고 대충 넘어갈 수 없는지요?


아이들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 하다가 저의 순간적인 반응때문에 주제가 벗어나는 날들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저의 '반응과 습관'에 대해 대화하게 됩니다. 그런순간이 되면 금세 제가 짜증내거나 화를 내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대화가 중단됩니다. 상황이 악화되면 더 이상 대화는 진행되지 않고 결정할 일들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일들의 당사자인 아이들은 끙끙거리며 고민하게 되고 우리 부부는 공허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 모습이 종종 일어나곤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요즘에는 아내와 대화를 하다가 저의 순간적인 반응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질때가 있습니다. "당신 또 이러니 대화하기 힘들어요."라고 말하면 예전처럼 더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래요. 들어 봅시다. 얼마나 안 좋은지 들어 봅시다."라며 귀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남편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아내의 시선에서 느끼고 있는 것들을 솔직하게 들으면서 직면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 대화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짜증.


"야! 이눔아! 오빠가 별거 아닌 걸로 동생들한테 화를 내냐?!"

"남편..."

"쫌 그러지 좀 마라!!"


"야! 딸아! 이 좁은 차 안에서 방귀를 뀌냐?"

"내가 너희들 앞에서 방귀 뀌는 거 봤냐? 자랑스럽게?"

"죄송해요. 아빠..."

"남편,, 애가 실수로 방귀 뀐 건데요..... 뭘......."


"넌 언니한테 왜 대드냐?"

"죄송해요."

"언니가 말하면 그럴 수도 있다라면서 '언니 미안!'하고 사과하면 끝날 일을..."

"그만해요. 남편. 자기들끼리 알아서 할 거예요."


차를 타고 같이 이동하는 중이었습니다. 운전하면서 뒷좌석의 아이들의 대화나 잠깐의 투닥거림에 대해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쏘듯 쏘아대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내가 저에게 일침을 가했습니다.


"남편, 너무 예민해요."


"우리... 너무 힘들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들이 계속 싸우고 난리치는 것에대해서 따끔하게 훈계하고 있는 남편에게 아내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의아해했습니다. 황당한 표정으로 말하기를 멈추고 운전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표정을 보고 아내는 저의 마음을 읽었는지 잠시 가만히 있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차를 주차하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으로 사사삭 들어갔고요.

저는 방에 들어와서 아내에게 바로 물어봤습니다.  


"예민하다는 게 모예요? 내가요?"

"그래요."  

"말도 안돼요. 무슨 요."


"남편, 당신은 매사에 너무 예민해요. 모든 상황에 대해서 그래요. 아이가 실수로 한 것도 혼내고 아이가 혹여나 한마디 대꾸하면 맞대응하면서 언성을 높이고요. 조금만 춥거나 조금만 더러워도 버럭 화를 내고요. 아이가 아프면 아픈 상황에 대해서 얼른 처리해 줄 생각을 안 하고 실수해서 다친 상황에 대해 혼내면서 모두 싸잡아서 혼내요. 아이들은 그럴 때마다 긴장해요."

"당신은 너무 예민해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 너무 신경 써요. 모든 것을 무던하게 받아들이는 게 하나도 없어요. 배가 조금 아프면 신경성일수도 있고 변비일 수도 있고 그래요. 그런데 당신은 아파 죽을 만큼 아프다 해요. 병원검진하면 그냥 대사증후군 초기정도였잖아요. 나는 그런 통증 정도는 참고 지내기도 해요. 몸 구석구석 뾰루지하나하나에 극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의 반응이 뭔가 극적이면 조심하면서 지낸다니까요."   


아내의 추가설명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래요. 그랬군요."만 반복하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밖에 할 일이 없었습니다. 말을 들으면서 "진짜 그렇네. 매사 예민하게 반응하네.. 쩝"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방을 나왔습니다.



".................................................."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대화 내용이 어떻게 느껴지셨을까요?


똑같은 상황을 아이들과 마주하거나 아내와 둘이서 상황을 직면할 때마다 아내는 "그럴 수 있지요."라면서 넘기는 일도 많습니다. 아이들의 실수에 아내는 "그랬니? 괜찮아!"라고 말해주면서 넘기기도 합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뭐 이런 상황이 다 있어! 이런!! "하면서 화를 내고요. 아이들의 실수에 매번 화를 내거나 따지면서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제 감정이 앞서는 행동과 마찬가지로 상황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면서 말과 행동을 순식간에 뱉어내곤 했던 것입니다.



남편과 지내면서 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아내는 말했습니다. 결혼 전에 자신은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 여자이긴 했지만 결혼후 늘 예민한 남편과 살면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더 커졌다고 했습니다. 그런 상황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남편, 너무 예민해요."라며 하다 하다 못해서 말했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불편한 관계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참아도 참아도 나아지지 않아서 말해야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 대화를 하면서 저도 예민한 사람인지 몰랐다가 아내가 참다가 참다가 한 말을 듣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 모습에 아내는 "웬일인가 싶었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대화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도 했다고 했고요.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상황 속에서 말한 것과 행동한 것이 과하다고 느껴지면 얼른 '내가 너무 예민했나? 또 그렇게 굴었나?'라면서 점검하기도 합니다. 사실 그렇게 자각하면서 체크한다면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이미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벌써 화를 낸 후일때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말도 안 되는 행동이라면서 이미 혼낸이후이기도 했습니다. 밥 먹는 중에 방귀 뀌었다고 혼냈던 아이는 유치원생이었지요. 물론 요즘도 순간적으로 "예민하게 구는 걸까?"라면서 생각해 보기 전에 비위상하게 군다고 혼내기도 했습니다. 아직 한참 멀었지요. 실컷 반성을 했지만 늘 도돌이표 행동을 할 때마다 마음으로 '엉엉' 웁니다. "맨날 이러면 안 되는데..."라면서요. 자각한다는 자체로도 훌륭하다고 나름대로는 자부하지만.. 고친 모습으로 잘 지내다가 순간적으로 또 그런 행동들이 나올 때면 여전히 마음속으로 허탈합니다.  




"남편, 너무 예민해요."를 쓰면서 느낀 소감은요



왜 그랬을까?

여차하면 짜증 내고 화를 내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은근히 아빠 눈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좀 무던하면 어때요. 너무 예민하게 그러지 말아요.라는 아내 말이 늘 맴돕니다.

왜 그랬을까?라는 마음 되새김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아빠가 엄마와 대화 나눈 이후 갑자기 혼내거나 실수에 대해서 지적하고 혼내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실수를 하거나 엄마에게 몰래 말했다가 걸리면 순간적으로 긴장합니다. "왜? 아빠 별 말 안 할 건데..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가주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아빠가 안 그러시는 거 아는데 혹시라도 예전처럼 또 화내고 혼내실까 봐"랍니다.   그 말에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러려고 아빠 한 게 아닌데.. 고칠게 많네... 라면서 혼자 울었습니다.



제 얼굴을 비쳐 보았습니다.

거울속 제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온화하고 평안한 얼굴과 인품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봤습니다. 평온하게 보이기보다는 '불편하고 걱정거리가 있고 심각해 보였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른 고민거리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넉넉하고 무던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민"하다는 말이 저와 어울리는 말인지 모르고 지냈습니다. 순간순간 그 상황을 감당해 주면서 상황을 정리해 주며 함께 지내는 아내가 참다 참다못해서 말해준 "남편, 너무 예민해요."라는 말은 필요한 말이었습니다. 아내와 대화하다가 남편이 버럭 화내면서 대화를 무 자르듯 해버리는 것들이 매우 힘들다고 했습니다. 이제 목표는 "무던"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부단한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공개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으니 책임을 지고 열심히 해야지요. 오늘도 하나를 알게 해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편은 "잘 듣고 주머니에 넣나 봐요. 흥."입니다.

아내가 한 말들은 여전히 제게 일침을 가합니다. 그 일침이 필요한 말들이고 듣고 나면 '아차'하는 말들이라서 새겨들으려고 합니다. 단, 그 말들을 공개할 때마다 창피함과 미안함은 덤으로 따라옵니다. 그래도 적으면서 노력의 박차를 가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갱생(?)'의 의지를 강하게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격려와 공감해주신 덕분입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Christian Erf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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