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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침을 흘리다니.. 아빠

아침

먼저!! 혹여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아예 읽지 말아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장난이 심하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가 '교훈'입니다.


전날 은근히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일어났습니다. 다른 분들과 거의 똑같은 아침을 시작합니다.

코를 골며 밤새도록 잔 탓에 입안이 상당히 텁텁하고 불편한 상태입니다.  

가볍게 침 한번 뱉고 바로 양치질을 시작합니다. 입안의 상태에 따라 물 또는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고요. 양치질을 하면서 하루 시작 생각과 얼굴 컨디션도 점검합니다.   


매일같이 아침의 시작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 비슷한 시작을 하던 어느 날,

양치질을 어느 정도하고 나서 양칫물을 뱉으려고 세면대를 바라보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핑크색 침

핑크색 침이 세면대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보통 핏물이 흐를 경우 입안이 헐거나 양치질을 시작하면서 잇몸을 건드려서 그럴 경우도 있습니다. 야간근무를 많이 할 때는 잇몸사이에서 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것과 너무 다른 '핑크색 침'이었습니다. 의연하게 싶은 마음과 달리 머리가 순간적으로 복잡해졌습니다.  



'핑크색 침을 뱉는 경우는 어떤 질병이지? 왜 이런 침을 뱉었을까?'



복잡해진 머리를 털어가면서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침이 나오도록 영향을 준 지금 했던 일, 밤새 일어난 일, 자기 전 일들을 빨리 되돌아봤습니다. 양치질을 시작하기 전에 뱉었으니 지금은 아니고요. 밤새 코 골고 잔 것밖에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 해당사항 없고요. 마지막으로 자기 전 행동들입니다.  



아이들과 저녁식사 후 간식을 먹으면서 대화하다가 늦어져서 서둘러 잠을 잤습니다. 간식으로 먹은 것은 남아 있던 과자들과 젤리, 며칠 전 먹고 남겨놓은 수입 과자들이었습니다. 수입 과자 중 하나로 도장 찍기를 하고 놀았습니다.  


'도장 찍기?'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도장 찍기 캔디인데.. 컬링 스톤처럼 생긴 모양이고 바닥에 다양한 모양이 새겨져 있고요. 혀로 살살 녹이다가 도장 찍기를 하면 도장처럼 그림이 찍히는 캔디였습니다. 아이들이 하도 좋아해서 재밌다면서 저도 먹었습니다. 먹으면서 장난으로 혀와 입술에 '다다닥' 찍으면서 '깔깔'거리고 웃었습니다. 아내는 혐오스럽다고 피하고 아이들은 아빠가 신나게 '도장 찍기'하는 모양에 아이들은 완전 '빵'터졌습니다.



한참을 놀다 보니 입술도 보라색이고 혀도 보라색, 핑크색으로 물들었습니다. 혀를 내밀 때마다 아이들이 '깔깔'거렸고 그렇게 놀다가 서둘러 정리하고 잤던 기억이 난 것입니다.  


'도장 찍기'가 범인이다.


자기 전에 먹었던 '도장 찍기' 캔디가 범인이었습니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서 거울을 보면 혀에 '백태'가 당연히 있는데 그날은 없었습니다.

 

자기 전에 아이들과 먹던 캔디의 색소가 혀를 물들였는데 그것이 아침까지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모든 상황파악이 끝나니까 '휴~~ 다행이다.'라며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도장 찍기 수입캔디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침 먹으면서 '핑크 침 해프닝'을 말해줬더니 또 '빵'터졌습니다.



그렇게 '핑크침 해프닝'은 일단락되었습니다. '휴~'라는 한숨은 한순간에 피폐해졌던 정신건강을 다시 회복시켜 주는 회심의 한마디였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아이들과 여전히 장난치며 노는 일상을 아직도 즐기고 있습니다. 큰아들은 중1이라서 이제 짓궂은 장난으로 놀아줄 필요는 없고요. 초등 3학년, 5학년인 두 딸은 아직 짓궂은 장난을 함께 즐깁니다. 아이들이 색다른 놀이와 기발한 방법으로 시간 보내는 것을 아직은 즐기니까 매번 아이디어를 짜냅니다.  



그런 시간들이 무척 재밌고 행복합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놀아줄 수 있어서 감사하기도 하고요. 다만 이번 일처럼 너무 짓궂게 놀다가 제가 놀라는 일이 가끔 생기기 시작하니까 '이제 그만요.'라는 아내 말이 피부에 와닿았습니다. 항상 '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는 말을 잊으면 안 될것같습니다.



최근에 나온 대형 라면을 우연히 먹으며 즐기고, 책가방만 한 솜사탕을 먹고 생각보다 질린다고 '깔깔'거리고요. 초등생 시선으로 인증숏 찍고 즐거워하는 두 딸들을 보면 계속 놀아주고 싶긴 합니다만, 이번처럼 '엄청 놀라는 사건'이 생기니까 이제 진짜 움찔해집니다. 내일모레면 50이 되는 제 나이도 잊고 그러고 놀아주는 것이 조금은 창피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놀아주다 보니 아직 '어른이'인가 싶기도 하고요. 이제는 진정한 '어른'이 되도록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핑크침...

너무 놀란 아침이었습니다. 쩝..

 


오늘도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Neven Krcmar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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