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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아! 제발 이러지 마요. +0

결혼반지 그런 건... 싫어요.

결혼을 하고 애 셋 출산 후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그런 것 중에서 아내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후유증과 신체변화는 아내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는 한 번도 아내의 변화를 비하하거나 싫어한 적이 없습니다. 아내의 어떤 변화에도 진심으로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감정적이거나 의견차이로 서로 대립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런 마음에서 하는 말에 아내는 '예의상 해주는 말'로 들린다면서 그만하라고 합니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 아이 출산 후 뼈마디가 늘어나고 굵어진 덕분에 예전 옷이 맞지 않고 결혼반지가 손가락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애 셋 기저귀 갈이가 끝나면 귀걸이, 반지, 앙징맞고 예쁜 예물시계를 다시 차고 다니면서 '예쁘게 다닐 테야!'라던 아내는 속상해했습니다. 예물 시계 줄을 늘려야 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속상한 것은 결혼반지가 손톱을 지나 손가락 첫째 마디를 잘 지나 둘째 마디를 못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아내 반지는 여전히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저는 유부남으로서 결혼 후에는 '절대의리'를 지켜야 한다며 '절대반지'처럼 손가락에 언제나 착용하고 다닙니다. 제 행동도 제가 스스로 단속하고 다른 사람들도 '유부남'인 걸 알아달라는 의미로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아내에게 '일침'을 맞은 날입니다.



싫어요!!


"이제 살도 더 빠지고 나이도 먹었으니 손가락마디도 회복되지 않았을까요?"

"나 혼자 반지 끼고 다녀도 상관없는데 당신 반지가 없으니 절대반지가 아니네요."

"당신 반지를 손가락에 맞게 늘려줄까요?"

"그러면 반지 망가져요. 싫어요."


"음.... 그러면 인사동 갈까요?"

"인사동요?"

"딸들이 '실반지'라는 걸 가끔 사잖아요. 인사동에서"

"거기서 우리 저렴한 커플링 할까요? 새로운 결혼반지"


"결혼반지 그런 건... 싫어요."

"왜요? 저렴하면 좀 어때요. 우리가 애지중지하면 다이아몬드 반지이지요모. 당분간 커플링으로."

"싫어요. 애들 반지가 겉으로는 번듯한 금반지, 은반지지만 천 원, 이천 원하는 거란 말이에요."

"그러면 어때요? 가격이 저렴해도 우리가 티파니처럼 착용하면 되지요!!"

"싫어요."

"남편, 지금 우리 형편이 좋지 않아도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당신 마음은 알아요. 그래도 초저렴한(?) 커플링은 아닌 것 같아요. 정말.... 그렇게는 안 하고 싶어요. 우리 다음에 빚도 다 갚고 제대로 살게 되면 그때 '제대로 된 리마인더'로 맞추기로 해요. 미안해요. 정말 그렇게는 싫어요. 나도 여자예요. 남편..."


또 이해 못 할까 봐 설명을 친절히 해준 아내 말을 듣고 나서 저는 후회했습니다.


'이런 아내의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렸네... 쯥....  그랬을까? 지나간 시간도 후회하고 지금 시간도 매 순간 미안해하면서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제안을 했을까? 초등학생스럽다... 미안하네... 쩝...'


대화가 어떠셨을까요?


누구의 잘못일까요? 저 혼자 결혼반지 열심히 착용하고 다닙니다. 손가락 마디가 굵어져서 결혼반지를 착용하지 못하는 아내에게 같이 커플링을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자금여력이 없고요.



여력이 안 되는 정도는 매월 결제를 고민하면서 지낼 정도입니다. 매월 결제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아내 머리에 훈장처럼 흰머리가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렴한 새 결혼반지'를 같이 하면서 힘나게 해주고 싶어서 엉뚱한 제안을 한 것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아이들 손가락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반지, 은반지, 링반지를 커플링으로 사자고 했지요. 그런 제안을 한 남편의 생각과 의도는 로맨스스러운데 실행방법이 너무 말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어느 아내가 몇천 원짜리 반지로 커플링 하면서 지내고 싶겠습니까? 내일모레면 50을 바라보는 나이인데요.



그런 대화를 한 날!! 너무 미안했고 후회스러웠습니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나올법한 초라한 로맨스였습니다. 아내의 일침을 듣고 나서야 현실적이지 않아서 마음이 힘들다는 아내 말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제 의도를 잘 표현하는 것은 생활빚을 전부 갚고 적정가 커플링으로 결혼반지를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쉬운 대목입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낼까요?


또 아내 마음을 심난하게 만들 초저렴 커플링(천 원, 이천 원) 얘기는 꺼내지도 않습니다. 괜히 또 꺼내서 그렇게 맘 상하게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혼자 의리 있게 여전히 결혼반지를 착용하고 다닙니다.

'나는 유부남이다.'



유부남의 기억이 흐려지더라도 잊지 않도록 결혼반지 안쪽에 결혼날짜가 음각되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결혼반지를 맞출 때 링 안쪽에 "글씨 넣어드릴까요?" 하는 매니저님께 "결혼날짜로 적어주세요."라고 한 것이 잘한 일입니다. 가끔 반지를 빼서 안에 새겨있는 결혼날짜를 볼 때면 기분이 좋습니다. 작은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시력도 감사하고요. 반면에 아내는 그 날짜를 잊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아내와 남편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기회가 와도 '지금 이 여자와 결혼합니까?'라는 질문에 남편들은 용맹스럽게 단언하고  아내분들은  '다른 경우의 수를 가져보고 싶어요.'가 솔직한 대답이라고 합니다. 저도 똑같은 대답을 했고요. 아내는 웃음으로 넘겼습니다.

  


결혼반지를 볼 때마다 저를 믿고 함께 미래를 시작한 아내 마음을 잊지 않고 더 잘해보려고 합니다. 여자인 아내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 제안하고 살 겁니다. 너무 터무니없는 질문과 제안도 많이 하고 살았습니다.


  



[에필로그]

결혼을 하고 아내 속마음을 모르고 엉뚱하게 지내던 저의 모습에 대해 연재하면서 느낀 것들이 많습니다.



1. 진짜 두려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챙기다 보니 어느새 우린 늙었네요.'

이런 말은 하나도 두렵지 않습니다. 당연한 세상의 순리이니까요. 진짜 두려운 것은 다른 것입니다.


'그때 느낀 감정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래요.'
'그때 너무 마음 힘들었어요. 우리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힘들어요.'


이런 말이 제일 두렵습니다.  

첫 번째는 아내가 했던 말이고요. 두 번째는 아이들이 했던 말입니다. 그 말이 자주 반복되는 것도 두렵습니다. 먼 미래에 아이들이 부모를 생각할 때마다 그 말을 반복하는 것이 제일 두렵습니다. 부모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 때문에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아픈 어른'이 될까 봐 두려운 것입니다.



2. 아내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아무리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던 제 모습을 공개적으로 적고 노력하면서 철저히 달라지고 싶었습니다. 무엇을 위해서일까요? 가정회복과 아내 마음 회복입니다. 결국 연재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참아주느라 몹시 아픈 아내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서 심각한 상황마다 아이들이 느꼈을 불안감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3. 이번 연재를 통해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런 반성이 실천을 통해 방향을 제대로 바꾸는 삶이 되도록 더 굳은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반성을 하면서 발행글을 올리다 보니 남편과의 대립 상황, 대립에 따른 이혼까지 겪으신  작가님들의 글을 읽고나면 늘 음으로 울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을 느꼈고요. 어떤 글에는 아무런 댓글도 감히 적지 못하고 '읽었습니다.'라는 의미로 흔적만 남기기도 했습니다. 저도 한 여자의 남편이며 아내 마음 아프게 한 사람이라서 그런것같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얻었던 이번 " 아! 제발 이러지 마요."는 제게 보석입니다. 아내가 제가 들을 말이 만가지라고 했습니다.  그 말들 중에 가장 '번역이 시급'하고 '중요한 말'을 추리는 대로 다시 연재를 이어가겠습니다. 저는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대신 이번 '편아!~'편을 연재하면서 헤아리게 아이들 마음과 말들을 번역해보려고 합니다.



'빠아! 그래서 그랬어요! +30'편입니다.

지금 중1, 초5, 초3이 된 아이들이 "띠거 주때요!" "띠러~잉잉"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떼쓰는줄 알았는데요.  요즘  "그때! 그래서 그랬어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들을 들을때면 '그때 그런 걸 느꼈단 말이야?'라고 놀라면서 등골이 오싹하며 섬뜩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빨리, 더 많이 고쳐나가야 한다는 급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이들 말 번역작업'을 해봅니다.



저의 번역실력을 기대해주시고, 제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어떤 노력을 다짐하는지 읽어주시면서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재를 끝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깊이 감사드립니다. 큰 도움이 되고 힘이 되어 마무리연재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다음 연재에서 뵙겠습니다. 여전히 번역에만 충실하기보다는 진짜 실행에 열심인 남자가 되겠습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사진: Unsplash의 Ernesto Alvar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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