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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May 26. 2024

내 인생의 구원자는 나 자신이다

내가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자 고요한 안정이 생겼다. 현실에서 부딛치는 사건과 고난은 매번 생기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현명하게 피하거나 대처할 힘도 느껴진다.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여겼을 땐, 인생의 어려움이 굴러들어오면 온몸으로 막아서거나 무작정 피했다. 그럴 때면 감정이 만신창이가 되고 상처를 오래 끌어 안기만 했다. 


내 예민을 어찌 다루지 못했을 땐 삶의 매 순간이 무거운 짐이었다. 등에 모든걸 이고 살았던 시절부터, 왜 이런 짐을 이고 살아야하는지 억울했던 순간도 있었다. 짐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 나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부단히 했다는 것 뿐이다. 나를 알게 되면 온전한 수용이 생긴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긍정과 고요한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지금은 예민함이 주는 에너지의 힘을 능동적으로 쓴다. 기민한 지각을 주체적으로 의식하여 살아가니 예민한 기질이 커다란 선물처럼 여겨졌다. 세상을 더 넓게 인지하고 깊게 바라보며 다채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예민을 사랑한다. 민감하게 기뻐하고 행복하자고 매일 다짐한다. 꽃다발 같은 화사한 기분을 나에게 일부러 주는 것이다. 가끔씩 마음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주체할 수 없는 공허에 빠지기도한다. 그럴 땐 무던히도 애를 써왔던 예전의 나를 떠올리며 위로한다. 


한 번의 자각은 아쉽게도 영원히 내안에 있지 않았다. 새로운 사건과 사람으로, 오늘의 일과 가까운 미래의 일들로 그리고 내면의 변화로 나는 여전히 내 예민을 이해하고 끌어안으려 애쓴다. 어제보다는 지혜로워진 내면으로 세상을 살아가고자 한다. 수 많은 예민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일에서 삶의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점차 하는 일은 꼬여가고 관계는 무너지고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많은 방황을 안고 살아가다가 언젠간 깨닫게 된다. 나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이 고생은 끝나지 않을 것임을. 나는 이 과정을 이해하고 치유하는데에 니체의 이야기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는 인간변신의 3단계 과정을 소개한다. 예민한 사람이 자신을 알아가는 길을 지도처럼 알려주는 듯했다. 


낙타는 등에 많은 짐을 짊어지고 앞으로 걸어간다. 굳은살로 덮힌 무릎이 지나온 길의 고난을 보여준다. 오로지 앞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그저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을 걸어간다. 낡고 의미 없는 일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며 혼란스러운 상태를 인내심 하나로 자신을 끌어간다. 수동적으로 살던 낙타가 자유를 갈망하기 시작하니 사자의 모습으로 바뀐다. 사자는 많은 짐을 거절할 자유를 쟁취했다. 낙타처럼 걸어가기만 하는 상태를 거부하고 새로움을 원하기 시작한다. 거칠고 전투적이다. 사자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삶을 사랑하기 시작하자 어린아이로 변신힌다. 완전히 새로워진 상태, 어린아이는 모든 것에 천진난만하여 세상을 재미있는 놀이로 다루는 자이다. 



어린아이는 천진난만이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가는 수레바퀴이고, 최초의 운동이자 신선한 긍정이다. *


어린아이에게는 짐이 없다. 이미 자유롭기 때문에 자유를 쟁취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행동하며 그저 '즐거워할 뿐'이다. 기쁜 마음으로 춤을 추며 주체적으로 살아간다. 

인간정신의 3단계 변신 @baekseulgi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때, 어떤 것도 나의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할 때, 더 이상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때, 우리는 근본적인 자기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 한 번도 되어보지 못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길은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매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극복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변하지 않고 익숙한 과거의 낙타로 살 것인지, 자유를 쟁취하여 사자가 되고 끝내 어린아이가 되어 기쁨의 춤을 출 것지는 자신의 선택이다. 안온하고 고귀한 자신을 만나기로 선택할 때 우리는 보다 자유롭게 행복할 있다. 이는 아무도 대신 해줄 수 없다. 스스로가 구원자가 되야 한다. 내 인생은 나만 구원 할 수 있다. 



*p. 48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p. 133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예민함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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