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엔 그에 필요한 시간이 있다
서둘지 말아요 아직은
천천히 들려줄게요
우리의 시간이 좀 느리게 흘러도
서두르지 말아요
(조원선(feat. 존박), '서두르지 말아요' 中)
난 참 손이 느리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급하게 뭔가를 해야 할 때 나는 늘 삐걱대고 고장이 났다. 군에 입대해서 손바느질로 번호표 등을 달아야 했을 때, 손도 느린 나는 다른 훈련병들이 다 하고 쉬고 있는 시간에 조교에게 무지막지한 욕을 먹고 진땀을 흘리며 서툰 바느질을 해야 했다. 그놈의 바늘구멍은 왜 그리 작고, 실은 왜 거기에 들어가질 않는 것인지. 하지만 허둥댈수록 손은 더 엉망으로 움직였고,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 못 꿴다는 옛 말을 정말 수없이 되뇌며 황망함을 감추지 못하던 씁쓸한 기억이다.
요즘은 살짝 뜸한 상태지만 요리를 배우면서 느낀 건, 어떤 음식을 하든 그에 맞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예전 취나물밥에 대한 글을 썼을 때 쌀이 살짝 덜 익었더랬는데, 그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어 선생님께 여쭤보니 수업 시간에 백미를 기준으로 배운 시간을 현미와 잡곡밥에 적용해서 생긴 문제였다. 현미나 잡곡으로 냄비밥을 할 땐 물을 좀 더 충분히 넣고, 더 오랜 시간 밥을 익히고 뜸을 들여야 했지만 마음이 급한 난 행여나 밥이 탈까 불안해하며 성급하게 냄비 뚜껑을 열어 버렸으니 밥이 익을리가 있나. 이놈의 조급증은 참 고쳐지질 않는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어떤 일이든 해결하는데 필요한 절대 시간이 있다. 업무를 배울 때도, 밥을 할 때도, 사람을 알아갈 때도, 그리고 사랑을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배가 고프다고 덜 익은 음식을 먹으면 결국 급체를 하고, 상대방을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결혼을 한 결과는 요즘 지겹도록 방송되는 이혼 관련 방송에서 목격할 수 있지 않던가. 겪어야 할 과정을 생략하고, 들여야 할 시간을 건너뛰게 되면 결국 탈이 나고야 만다. 우리가 겪는 많은 문제의 상당수는 결국 서두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제 이두헌의 '어려운 세상'이란 노래를 소개하며 나도 모르게 또 조바심을 드러냈다. 지난주에 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뉴스가 나지 않았음을 개탄하며, 왜 이리도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하는지 화가 났다. 물론 지금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지만... 이 기다림의 시간 역시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탈없이 나오기 위해 감내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모두가 주목하고 엄청난 관심이 쏠린 큰 일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아주 신중하게 공을 들여 진행하고 있다고. 급한 마음에 설익은 결과물을 내놓았다가 체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조원선과 존박이 듀엣으로 부른 '서두르지 말아요'를 들으며 급해진 마음을 달래본다. 성급하게 다가오지 말고 천천히, 느리게 서로 알아가자는 너무나 로맨틱한 이 노래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시간을 들여 충분히 무르익은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듯, 지금 이 기다림의 시간을 감내하면 아주 달콤한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 믿자고. 조원선의 고혹적인 음성과 존박의 멋진 저음이 하모니를 이루는 이 노래를 꽃피는 봄이 오고 모두가 행복하게 웃는 날 꼭 다시 들어보고 싶다.
https://youtu.be/CJ5Lk9q7SMU?si=6gC-Nqm4Ng1HyOhc
절대 시간에 공감합니다.♡
조원선, 존박님의 목소리 정말 좋아요!!
이 목소리들로 재즈팝 듣고 싶어요...
노래 잘하는 사람들 정말 부럽습니다;;ㅋ
저렇게 목소리로 사람들을 감탄 시킬 수 있다는건 정말 엄청난 행운인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 노래를 들으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구요ㅎ 오늘 날이 쌀쌀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작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