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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유교사회에서 부모 욕은 불효다.

관습의 틀을 벗어나 진정한 화해를 원하다

by 김은경




학창 시절 부모님에게 매를 한 번도 맞아본 적이 없다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중학생이 되기까지 '한 번도'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만큼 나는 수도 없이 맞았기 때문이다. 친구의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은 움츠러들었고 그때부터 내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또 다른 친구가 있다. 자신의 생일 때 돌아가신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워 몸살까지 앓는 친구.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의 엄마 이야기는 신세계 속 동화처럼 늘 부러웠다.



'다들 엄마에게 사랑을 받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나도 엄마의 사랑을 받는 척 적당히 맞춰가며 살았다.



내 마음속 엄마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것은 유교 사회인 한국 사회에서는 용납하기 어렵다. 부모 공경에 위배되고, 부모 욕을 하는 불효자가 될 것 같아서 함부로 꺼낼 수 없다. 그래서인지 시어머니 욕은 해도 친정 엄마 욕을 대놓고 하는 글도 거의 없다.



'패드립'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사용되고 있는 인터넷 용어로 '패륜 + 드립'의 합성어이다. 주로 남이 자신의 부모를 욕할 때 쓰는 말이다. 아이들도 가장 심한 욕이 부모 욕인 것을 알거늘, 하물며 다 큰 성인이 자신의 부모에 대해 안 좋은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작년 8월, 엄마가 요양원으로 가셨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화해를 하고 싶다. 엄마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고, 자식 된 도리 때문에 요양원을 찾아가지 않고, 엄마랑 웃으면서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엄마를 후회 없이 보내드리고 싶어 불효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어릴 때는 나만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마흔이 넘은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엄마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가 처음인 서툰 엄마에게, 상처받아 끙끙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나의 엄마처럼, 나도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40대 중반이 되었다. 이제야 험난한 인생길, 그 길 한복판에서 아등바등 살았을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마음에 묻어두고 외면했지만, 이제는 글을 통해 엄마와 진심으로 화해할 수 있길 바란다.




- 2025년 2월 6일 -

바람이 매서운 어느 날

인생의 펜을 용기 있게 들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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