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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만 원 밥솥에 폭발한 엄마

엄마의 결혼 선물

by 김은경 Feb 2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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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은 엄마가 나에게 주는 결혼 선물이었다. 결혼하는 딸을 위해 밥솥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26만 원이라는 가격을 듣자마자 엄마는 소리를 질렀다.


내 존재가 26만 원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할 시기라 다른 엄마들과 비교도 되었다. 엄마는 왜 나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 26만 원짜리 을 산 것도 아니고, 티를 산 것도 아닌데..


그 당시 내 나이 31살. 엄마는 57살.

일 하고 공부하고, 일 하고 공부하고.. 결국 시험도 떨어지고 모아둔 돈도 없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나도 내가 한심했고, 인생의 실패자 같았다. 엄마도 내가 한심해 보였던 걸까.


자식을 낳으면 부모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했는데, 자식을 낳았는데도 이해가 안 되었다. 지금까지 그저 묻어두기만 했다.


45살, 글을 쓰기로 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려니 힘들었다. 연재 글을 제때 올릴 수 없었다. 2주간 눈물만 흘렸다.


여유가 없었던 ? 그래, 여유가 있었다면 왜 화를 내겠는가? 더 사 주고도 남았겠지. 그게 뭐라고.. 31살 내가 비참했듯이 엄마도 힘들었던 걸까. 돈도 돈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걸까. 57살 엄마는 그 당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걸까?


피하고 싶었던 일을 수면 밖으로 꺼내자 상처가 '슬픔'으로 변했다. 45살 딸이 57살의 엄마를 보게 되자 서글퍼졌다. 엄마의 인생이 슬퍼서 눈물만 났다.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 장시하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추색의 주조음처럼 가슴 스며드는

모두가 사랑이더라

봄날 멍울 터트리는 목련꽃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여름밤 후드득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겨울날 곱게 가슴에 쌓이는 눈꽃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기만 하더라​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돌아보면 모두가 그리움이더라

나를 미워하던 사람도 세월 지나니 사랑으로 남더라​

이제 오해의 돌팔매도 사랑으로 맞을 수 있더라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 수 있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더라

삶의 길을 걷다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더라

사랑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기만 하더라​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잘못이더라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욕심이더라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허물뿐이더라​

내가 진실로 낮아지고

내가 내 욕심을 온전히 버리니

세상에 사랑 못 할게, 용서 못 할게 아무것도 없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기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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