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결혼 선물
밥솥은 엄마가 나에게 주는 결혼 선물이었다. 결혼하는 딸을 위해 밥솥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26만 원이라는 가격을 듣자마자 엄마는 소리를 질렀다.
내 존재가 26만 원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할 시기라 다른 엄마들과 비교도 되었다. 엄마는 왜 나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 26만 원짜리 핀을 산 것도 아니고, 티를 산 것도 아닌데..
그 당시 내 나이 31살. 엄마는 57살.
일 하고 공부하고, 일 하고 공부하고.. 결국 시험도 떨어지고 모아둔 돈도 없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 나도 내가 한심했고, 인생의 실패자 같았다. 엄마도 내가 한심해 보였던 걸까.
자식을 낳으면 부모의 심정이 이해된다고 했는데, 자식을 낳았는데도 이해가 안 되었다. 지금까지 그저 묻어두기만 했다.
45살, 글을 쓰기로 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꺼내려니 힘들었다. 연재 글을 제때 올릴 수 없었다. 2주간 눈물만 흘렸다.
여유가 없었던 걸까? 그래, 여유가 있었다면 왜 화를 내겠는가? 더 사 주고도 남았겠지. 그게 뭐라고.. 31살 내가 비참했듯이 엄마도 힘들었던 걸까. 돈도 돈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걸까. 57살 엄마는 그 당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걸까?
피하고 싶었던 일을 수면 밖으로 꺼내자 상처가 '슬픔'으로 변했다. 45살 딸이 57살의 엄마를 보게 되자 서글퍼졌다. 엄마의 인생이 슬퍼서 눈물만 났다.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 장시하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추색의 주조음처럼 가슴 스며드는
모두가 사랑이더라
봄날 멍울 터트리는 목련꽃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여름밤 후드득 떨어지는
별똥별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겨울날 곱게 가슴에 쌓이는 눈꽃처럼
모두가 사랑이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기만 하더라
돌아보면 모두가 사랑이더라
돌아보면 모두가 그리움이더라
나를 미워하던 사람도 세월 지나니 사랑으로 남더라
이제 오해의 돌팔매도 사랑으로 맞을 수 있더라
이 아름다운 세상에 살 수 있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더라
삶의 길을 걷다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더라
사랑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기만 하더라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잘못이더라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욕심이더라
지난날 돌아보니 모두가 내 허물뿐이더라
내가 진실로 낮아지고
내가 내 욕심을 온전히 버리니
세상에 사랑 못 할게, 용서 못 할게 아무것도 없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기만 하더라
가도 가도 세상은 눈물겹도록 사랑스럽기만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