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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독따독 Oct 22. 2023

백발을 휘날리며 카페이야기

라틴어로 할머니라는 말

맞습니다. 인정욕구 엄청난 관종 맞아요 저.

그쵸.

미쳤죠.

이나이에.


폴딩창문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이 막 쳐다봐요.

그럼 전 쥐구멍이라도…

창피했어요.


지금은요?

뻔뻔해요.

실실~ 웃어요.


그냥 자기위안 삼아요.

'부러워서 그런거다. 요즘 다들 카페가 로망 아니냐. 얼떨결에 카페로 사업자냈지만

다들 요즘 카페하고싶다 하잖냐....'


전 빵집 하고싶었어요.

한가지만 만들어서 파는 곳.

즉석판매 이런거요.


아이가 워홀 갈생각에 혹시 몰라서 바리스타 땄어요. 연습한다고 테이블놓고 의자놓고....

그렇게 된거예요.

의자놓으니 음악틀고, 커피 팔고요........


카페 많이 다녀봤냐구요?

언니 없는 제가 친언니처럼 따르고있는 큰아이친구엄마가 "너 여태 뭐하고 살았냐? 타임머신타고 조선시대에서 왔어?"


그냥 밥짓고 하루 열시간이상 부엌에서 밭에서 정신없이 시부모님 따라다녔어요.

분가도 했었죠. 일하면서 한살 두살터울 세아이 낳아 키우느라 정신없었죠.

그땐 카페 같은곳 애업고 들어가면 다들 이상하게 쳐다봤어요.

그런일이 있었나? 햄버거집만 가본것 같아요. 그땐.


치매이신 시아버지 간병 하다 나가떨어지고 자주독립 외치고 보니 갑자기 할일이 없어졌어요.

정말 뭐하고 살았을까? 이제 난 뭐하지?

과거만 돌아보고 울고만 있으면 죽겠더라구요.



알바로 남의집 아기도 기가막히게 돌봤어요. 말이 돌본거지 누가 아기인지 헷갈리게 신나게 깔깔댔어요. 심지어 주말 그시간에 다른사람이 방문하면 저 인줄 알고 신이나서 북북 기어갔다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통곡을 하더래요. 그 아기가 귀인이죠 제겐.  그래서 살아난것 같아요.


얼굴이 달아올라 뻘겋게 지내다가 아기덕분에 살아나서 책도 읽고 이렇게 브런치의 울타리에 들어와 영광도 받고 자기계발 유튜브도 보고 그러다가 뭐든 저질러 보려고 했어요. 제 유튜브 알고리즘은 기승전’빵‘ 이었거든요.



십수년을 그냥 빵만 만들어 식구들 챙기다가

갑자기 시간이 되니까 자격증 욕구가 막 밀려올라와요.


온갖자격증 도전했는데요.

글쎄 정작 제과 시험볼때 왼쪽팔에 깁스를 했어요.

그땐 그랬죠.



'내 팔자에 무슨.........하지말라는 신호인가보다.'

실기시험 전날까지 망설이다가

하얀 가운 입었어요. 가보자구!

집에가라고 쫒겨나면 매달려보자.

이렇게 끝낼 수 없다!


'할. 뚜. 있. 따. !'  

문앞에 들어서는데 파노라마가 펼쳐져요.

조금은 힘들었던 치매간병 지난 날들이요.

눈물이 뚝.

이를 악물어요.

씩씩하게 들어가요.


깁스한 팔로 믹싱볼을 끌어안고 거품기를 휘둘렀어요.

자동 기계 아니고요.

손으로 휘젖는 거품기거든요.


옷에 반죽이 묻고 난리였지요.

그날 시험품목이 케이크 시트 였어요.

시험 감독님이 다니실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선 실실 웃었죠.

왜냐면요..............

감점 받아요

옷에 반죽묻으면요.


다행히 평가항목 배점을 분류해요.

청결점수, 작업과정, 결과물 이런거요.

결과물이 잘 나왔어요.


합격발표 보고 더 무식하게 밀고나갔죠.

날이면 날마다 부동산 어플보고 또보고......

그렇게 저질렀어요.


더 험난한 길이 앞에 있는줄 모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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