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독따독 Oct 22. 2023

유. 아. 더. 베스트. 멋쩌부러~!

이쪽 일에서는 남자 직원을 많이 채용한대요.

이유는 힘들고 무거운것 많이 들어야 해서죠.

젠더이슈 보다는 열악한 환경에 아직은 좋은기계의 힘을 많이 이용하지 못해서 체력적인 부분이 아쉽죠.

손님들이 간혹 이 힘든 일을 하는 이유를 물으세요.

그럼 전 답해드려요.

빠른 결과를 맛보는 성취감. 결과물이 금방 나와서라고 생각해요.

성질 급한 저는 진득하게 뭘 해본 기억이 없어요.

핑게를 대고싶지만 결국 타고난 저의 천성인 이유가 더크겠죠.

이제 저는 이 작은 가게에서 삶을 다시 배우고 있어요.

 오늘 제목이 왜 유아더 베스트 냐구요?



이곳은 안국동 입니다.

저희가게에 오시는 손님 대부분이 외국인 이세요.

전국에서 외국인 관광객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중 한 곳 일거예요.

디저트를 좋아하는 분들이야 한국분도 많지만, 대부분은 이곳까지 왔는데 발도장 찍어야죠.

유명한곳 웨이팅 서는 곳을 많이 가시더라구요. 

그 핫한곳에 걔도 가고 쟤도 갔는데 나도 가봐야지 인것 같아요. 저라도 그러겠어요.

게다가 머리 허연 반백 중늙은이한테 받아 드시는것도 불편하신지…. 

젊은 한국분들이 도통 안들어오시는 거예요.



디저트 좀 드셔보셨다는 단골손님 이야기를 들으면 맛있다 딜리셔스 오이시 하시는 반응을 보면

평타 이상은 치는것 같은데……그건 제 생각이고요. 

아무튼 여러면에서 많이 더더 노력 해야겠어요.



이곳에서 사람구경 많이 해요

사는 모양은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아이 데려온 젊은 부부는 아이에게 시달려 육체적으로 힘들때 이고요.

어르신 들은 이제 구경좀 다닐만 하게되니까 다리아파 구경하기도 힘들고요.

서두가 참 길었죠.

나이들면 귀와 주머니는 열고 입은 닫으라던데......주책바가지.




오늘의 주인공  ‘유 아 더 베스트’ 가 오셨어요.

당연히 처음 본 분들인데 잊지 못해요.

그분들이 오시기 직전에 약간 저기압 이었거든요.

몸이 천근 만근이라서 여기저기 아프고 쑤셔서 좁은 주방에서 부대끼느라 수십 아니 어쩌면 수백마리의 모기에 뜯기느라….등등(장사가 안되서 폴딩 창문을 다 열어뒀거든요)

긍정이 긍정을 낳고 부정이 부정을 낳는다고

힘든 이유야 갖다붙이면 수십수만가지겠죠.  

그 모자 손님이  오시기 직전까지 말이에요.



그분들은 오늘의 첫번째, 아니 두번째 손님이었어요.  1시 30분 언저리였고.

그 전엔 첫번째 손님이 목에 명찰을 거신 근처 대기업 다니시는것 같은 여성 두분이 휘낭시에와 커피를 드시고 가셨지요.

뜨거운 오븐에서 몇번째인지도 모르는 쿠키들을 구워 내 테이블에 놓는데(가게가 너무 좁아서 오픈한 뒤에도 테이블에 올려 놓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한국말로 “안뇽하쎄~여”

휙 뒤돌아보니까 두분이 제가 방금 구워낸 쿠키를 가리키며 “하나, 여기 먹어요”

전 “베리 핫, 베리 소프트”를 외치며 불안불안해 했어요. 

금방구운것은 정말 부서지기쉽고 흐르기 쉬워서 먹기 불편하거든요. 

그래도 원하시길래(어머니는 쿠키좀 구워보셨을것 같아서 그냥 드리기로 했어요)



“물 주세요” 한국말로 속삭이듯 말한분은 엄마였어요.

 왠지 아드님은 중학생 쯤일까요? 

약해보이는 소년 이었어요.

그때까진 과자굽느라 어떤 상태인지 자세히 못봤지요.



의자에 앉으시는데 제가 청소하느라 벤치의자와 테이블을 바짝 붙여놓은걸 잊어버린거에요.

소년은 다리를 비집고 넣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엄마는 먼저 앉아서 팔에 턱을 괴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요.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키는 저보다 컸지만 중학생 같아보였는데 지금까지 만나본 손님에 비하면 너무나 조용해서 저도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더라구요. 엄마와 함께 물(그날 다행히 레몬수를 준비해 두었어요) 두잔 그리고 쿠키 한개를 조금씩 아주 조심스럽게 드시는 동안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서 약과휘낭시에를 반 잘라 한쪽씩 드리며 서비스라고 말했어요.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싸짠닝’ 소리에 커튼을 열고 나가보니 소년이 만원짜리를 쥐고 서있었어요. 아까 보니 엄마는 한국말도 약간 하시고 제 말을 알아듣는듯 했지만 이상하게 어머니는 소년을 통해서 통역하게 하시는 거예요.



소년은 가게가 언제 생겼냐, 쿠키가 맛있다, 가게 캐릭터는 누가 그렸냐, 저기 칠판에 적은 늙은 강아지 할머니가 당신이냐, 자기는 축제에 참여하려고 한국에 첫번째 방문했다 등등…..

소년은 쿠키값을 지불하는 손을 약간 비트는게 부자연스러워 보였어요.(여태 몰랐다니 이런 둔한 할망구!) 애써 못본척 하려고 했지만 소년은 가느다란 다리마저 비트는게 눈에 들어왔어요. 어떻게든 저의 무의식적 무례한 시선을 모면 해보려고 이것 저것 짧은 영어로 말을 붙여봤어요.



한국말 너무 잘한다고 했더니 한국에 오려고 공부좀 했다고 하더라구요.

좋은 날 되라며 인사하며 가는 모자의 뒷모습을 잠깐 보고 다시 설거지를 시작했어요.

문득 아직 멀리 안갔을까? 생각이 스치는데…..(충동조절 안되는 할망구 또 주책을 부립니다.)


한참 사춘기일텐데 다른아이들과 다른 자신의 외모에 촉각을 곤두세울 나이 일텐데 응원하고 힘을 실어주고 싶었어요. 제 주제에 오히려 더 멋지고 훌륭할것 같은 소년에게 말이죠.

뭐 큰 도움이나 된다고 무모할수도 있는 오지랖이라니요.

밖을 내다보았어요.



다행히 빨간 카우보이 모자를 쓴 이곳 관광 안내원 분께 길을 묻는듯 했어요.

후다닥 쿠키봉투에 리본을 묶고 가게에 있는 쿠키중 가장 큰 것을 골라 담았어요.


쿠키 달랑 한 개요.

소년 손에 쥐어주며 기프트 라고 하며

짧은 영어로 ‘유 아 더 베스트’-’넌 한국말을 잘해 겉모습은 아무런 문제가 될수 없어.   삶속에서 너만이 가질수 있는 색깔있는 사람이 되거라. 내가 만난 한국말 잘 하는 외국인은 네가 최고야 ‘유 아 더 베스트’- 하고싶었는데 이 실력에 그 말을 어떻게 모두 담나요ㅜㅜ 영어가 되어야 말이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것 같은 두 모자.

이분들이

오늘의 스승님 이에요.



아이에게 모든 기회를 열어주고 도전 할 수 있게 하는 엄마를 보고 놀랐고….

‘운명아 꺼져라!’ 말 하는듯 밝은 아들을 보고 놀랐고요.

제가 그 엄마 입장이였다면 어찌했을까요?

선물을 전하고 쑥스러워 휙 돌며 잠깐 기도했어요.

부디 자신의 운명의 허들을 넘으며 의미있는 삶을 꾸려나가길 바라길요.


뼈대는 통뼈에 멀쩡해보이는데 가슴이 병든 저를 생각했어요.

이 구멍가게에서 전 가끔 한 대 아니,자주 여러 대 맞는 띵~한 깨달음을 얻어요.


그 소년 덕분에 저도 용기가 생기더라구요. 제게 남은 시간이 얼마 안남았지만 조금은 의미있는 시간들로 열매를 맺어보려고요. 오늘도 작은 이야기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순간순간 의미로 빛나는 하루 되세요. 해브어 스윗타임!

이전 08화 막 퍼준다고 소문났다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