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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카치 Jan 30. 2021

5. 소소한 사직동 근처 산책 하나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나 홀로 걷기

https://youtu.be/eoE43xjuSxc


사직동 주민센터 옆,

좁은 도로로 올라가다 보면

왠지 재미진 사연이 숨어 있을 것만 같은

오래된 가게들이 나온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이 적혀있는 곳도 있다.

오른쪽으로 전시 공간도 보인다.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야외 카페도 슬쩍 모습을 드러낸다.


배화 여자 대학교를 마주하고

우회전을 해본다.

지방 소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한 풍경이 우리를 기다린다.


샛길로 빠지면 골목이 몹시 좁아져서

마치 북경의 후통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어슬렁거리다가 심심해지면

오래된 가옥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사소한 이야기 1>


비정부 단체의 사무실이나 매장도 

사직동에 자리 잡으면 뭔가 다르다.

ㅇ생협 종로 매장은 하얀색의,

고풍스러운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어느덧 참여연대에 이르는데,

이 건물도 기대 이상이다.

적어도 고리타분하지는 않다.


여유가 있다면

자하문로 10길 카페거리에 들러보자.

거리의 끝에는

정부 청사 서울 창성동 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거기서부터

일명 가을 단풍길로 이어진다.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이 거리는 가을에 가면 최고로 좋다.

그러나 다른 계절이라 해서

굳이 돌아설 것까지는 없다.

비록 노란 은행잎은 볼 수 없지만

고궁의 돌담길을 천천히 걷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다 보면 메밀 식당도 있고

재미있는 마켓과 서점과 카페를 품고 있는 ㅂ전시공간도 있으니까.


사소한 이야기 2>


가을 단풍길에서

가을 한 철을 보낸 적이 있다.

2층 건물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서

작업도 하고 회의도 했었는데,

위아래 모두 멋진 곳이었다.


벌의 공격 탓에

벌레퇴치 선크림을 발라야 했고

햇빛 알레르기로 고생도 했지만

야외 좌석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 년 중,

경복궁 돌담과 노란 은행잎을 바라보며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합해봐야

그리 길지 않으니까.


자주 드나들다 보니

2층 주인장과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공연도 하시고 시도 쓰시는,

낭만적인 분이셨다.


어느 날 저녁,

오랜만에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주인장이 다가와 안주를 추천해 주셨다.

본인이 직접 만드는 가지볶음 맛이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

먹어보면 아마 깜짝 놀랄 거라고.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가지를 입에 넣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말이지 맛이 있다, 없다 평하기 곤란한 음식이었다.

재래시장에서 구매한 창난 젓갈에

신안에서 공수해 온 꽃소금 한 국자를

남김없이 뿌린 듯한 짠맛이었으니까.


자부심 만땅인 주인장이

크게 실망하실 것 같아서 우리는

남은 가지를 냅킨에 돌돌 말아 들고

몰래 카페를 빠져나왔다.


짠맛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나는 다시 이 곳을 찾았다.

그런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카페는

이미 영업이 종료된 상태였다.

주인장과 그렇다 할 이별 인사도

나누지 못했는데 말이다.


이 건물은 지금 재건축 중이다.


사직동 근처에서>


생협에서 서촌 방향으로 걷다가

멋진 장소를 발견했다.

인왕산의 외관을 그대로 살려,

자연스러운 뷰로 만들어버린 이 곳은

그 날 이후 나의 최애 카페가 되었다.

이미 이태원, 성수동에서 핫플레이스를

양산해낸 청년들이 디자인한 곳인데,

이 친구들은 항상 그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 같다.


한 번은 인터넷에서 

인왕산 ㄷ카페의 이미지를 찾아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다.

드물게 사진보다 실제가 더 아름다운 곳인 듯.


코로나로 인해 착석이 불가능한 시기에 이 자리에서 쉬어간 적이 있다.

예쁜 것들이 잔뜩 모여 있는 1층 가게도 인상적이다.

심지어 무심한 듯한 건물 이름조차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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