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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Apr 20. 2024

- 나는 자기 합리화하는 中-




지난 주말은 엄마가 수술 후 퇴원을 하고, 재활병원으로 가기 전 오랜만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었다. 벚꽃이 필 때에도 병원에만 있었고, 재활에 들어가면 또 당분간 외출도 힘들기 때문에 날도 좋으니 잠시라도 바람을 쐬러 갔다 오는 게 좋을 것 같아 인근에 사는 고모도 같이 가자고 연락해서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 겸 뷰 좋은 카페에 가기로 하고, 기사 노릇을 했다. 고모도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정기적으로 병원방문을 하고 있어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알았던 터라 같이 바람을 쐬러 가면 서로 덜 심심하고 좋을 것 같았다.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덧 화살은 나에게로 향했다. 친척들 중 고모의 아들인 사촌오빠와 내가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라 잔소리 아니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이래 되었던 저래 되었던 결론은 짝이 있어야 한다며. 나의 반격은 그래도 결혼도 안 하고, 이렇게 혼자 있으니 날 좋은 주말 바람 쐬러 같이 다니고 하는 거 아니지 않겠냐는 거였다. 이렇게 집 앞으로 모시러 가는 서비스도 하고, 트로트로 음악도 준비해 놓고, 알아서 뷰 좋은 카페도 찾아보고, 맛있는 차랑 디저트도 사주고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은가. 나 아니었으면 드라이브도 그렇고, 카페에도 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고모는 '그건 그렇다' 인정을 하면서도 그래도 부모 마음은 그게 아닌 거라 한다. 부모들에겐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항상 부모들이 자식들을 기다려주지도 못한다며. 자식이 가정을 이룬 모습을 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결혼을 안 한 조카덕에 이런 나들이도 한다지만 그래도 결론은 빨리 짝을 찾으라는 거.      


사촌오빠는 고모와 함께 생활 중인데 아직도 고모는 사촌오빠가 친구들과 술 먹고 늦게 들어오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본인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아들 밥을 챙겨야 마음이 편하다 하신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며, 알아서 잘 먹는다고 다 큰 어른이니 걱정 말고 고모 컨디션에 더 신경 쓰라 했다. 어느덧 중년의 나이인 아들이 뭐가 저리 걱정인지, 정말 나이가 드나 적으나 부모님들의 자식 걱정은 끝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도 함께 내가 살고 있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고모 말처럼 가정을 이룬 모습을 보지 못했기에 아직 숙제를 끝내지 못한 마음도 들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딸내미 결혼을 놓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그러면서 슬쩍 사람을 만나보지 않겠냐 한다. 직업도 좋고, 탄탄한 직장이라 괜찮다며, 상대방 쪽 부모님이 계속 한번 만나보라한다며 말이다. 그러나 나이가 조금 많이 많으신 관계로 거절. 고모까지 합세해서 나이가 중하냐며, 한번 만나보라고 한다. 그래도 나이가 많은 건 좀 그렇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크게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상태가 더 오래 유지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사람일은 모르는 거지만 말이다.        

     



고모와 엄마 모두에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랜만에 그동안 쌓인 이야기도 하고, 맛있는 차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였다. 엄마 병문안을 가지 못해 계속 내내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 마음이 편하다며, 고모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래나 저래나 물론 잔소리 폭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바람을 쐬어 주러 나온 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결혼 안 한 딸내미가 있으니 이런 건 좋지 않을까?  
이 나들이 또한 '결혼 안 한 딸내미 덕'이라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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