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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Apr 06. 2024

조금만 나에게 와주련



이전에도 물욕이 많은 편에 속하진 않았지만 그나마 있던 물욕까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전에는 생일에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물으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바로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 한참을 고민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알아서 사달라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다 가지고 있어서절대 아니고, 있는 것보다 없는 게 훨씬 더 많데도 말이다.  


이전에는 고생한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이름하에 일 년에 한 번씩 명품 가방을 구입하고 할 때도 있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주는 선물은 사라지고, 희한하게 요즘엔 정말 갖고 싶은 게, 사고 싶은 게 별로 없어지게 되었다.


아는 동생을 보면 매번 무언가를 사고 싶어 하고, 항상 쇼핑리스트엔 무언가 들어가 있다. 매번 무얼 그렇게 사고 싶어 하는지 사고 싶은 항목도 다양하다. 그렇게 매번 사고 싶은 게 생기는지 신기할 때도 있다. 하지만 사고 싶어 하는 리스트가 있기 때문에 여러 사이트를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입하고자 하고, 세일할 때를 기다리기 위해 정보를 찾고, 비슷한 옷들을 비교하며 눈에 들어오는 옷을 고르고, 물건이 배송되었는데 마음에 안 들면 반품도 잘 시키고, 사이즈를 수선해서 입기도 하는 등 사고 싶은 걸 얻기 위한 과정들을 보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걸 느낀다. 물건을 배송시켜 놓고 도착할 때까지 기다림의 설렘이 있지 않은가. 택배 기사님의 도착 문자가 기다려지고 말이다. 근데 요즘에는 주문하는 것이 거의 없으니 택배 기사님의 문자도 뜸하다.

 

물욕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고 하는 건데 뭔 큰일이야 할지도 모르겠다. 또 한편으론 물욕이 없으면 좋은 거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물욕이 사라지니 하고자 하는 의욕도 더 떨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 그래도 물욕이라도 있다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지금보다는 조금 더 파이팅이 넘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물욕이야 언젠가는 다시 살아날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지금은 쉽게 살아날 것 같지는 않은 느낌적 느낌이다.


요즘 유일하게 물욕이라기보다는 정말 아주 가끔 구입하는 건 귀걸이와 시계가 아닐까 싶다. 귀걸이와 시계는 매일 바꿔 착용하는 것이기도 해서 그런지 귀걸이와 시계는 한 번씩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그마저도 시계는 작년에 구입한 게 마지막이었고, 그나마 조카랑 시내나들이 갔다가 자그마한 귀걸이를 구입한 게 다 긴 하나보다. 이제 봄바람도 불고하니 기분전환 겸 봄 옷을 사면서 사라진 물욕을 조금씩 되찾아봐야겠다. 물욕이라는 이름하에 하고자 하는 의욕을 말이다.


사라진 물욕아 조금만 나에게 와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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