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힘든 일을 겪게 되면 주변 사람 중에 누가 정말 나를 생각해 주는지 아닌지를 알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나에게는 이번 엄마 입원으로 인한 자리비움은 조금 힘들기도 했고, 큰 일이기도 했다. 가사를 1도 안 하던 내가 집안일도 해야 하고, 가장 큰 건 아빠 끼니를 챙기는 일이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동안 엄마 찬스로 인하여 집안일을 하지도 않았을뿐더러 할 수 있는 음식도 없어서 끼니 챙기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고, 걱정이었다. 사 먹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사 먹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하지만 다행히 옆에 사무실 동료 선생님과 선생님들의 어머니 찬스로 한 번씩 반찬과 국을 만들어 주셔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먼저 부탁하지 않았지만 알아서 챙겨주셔서 정말 3개월을 반찬걱정 없이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나도 물론 한 번씩 약소하게나마 반찬을 만들기도 하였지만 정말 약소한 시금치 무침, 오이무침 정도였다. 그리고 어머님들의 맛을 따라갈 수 없지 않겠는가. 여기저기 지원으로 냉동실에 얼려있는 여유분의 국, 여러 반찬으로 풍족해진 냉장고를 볼 때마다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보통은 만든 반찬을 조금 더 많이 해서 나눠주었는데 한 선생님의 어머니는 우리 집 반찬을 만들어주기 위해 따로 국도 끓이고, 반찬도 따로 만들어주셨다. 정말 국도 한솥 끓여주셔서 며칠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었다. 많이 해서 나누어주는 것도 쉽지 않은데 별도로 이렇게 한다는 게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 어머님은 엄마보다 연세도 많으신데 우리 집 끼니까지 걱정해 주시며, 반찬을 만들어주고 난 뒤 텀이 지난 다음에도 끼니를 잘 해결하고 있는지 걱정하고 또 반찬을 만들어주셨다. 이리저리 반찬을 얻어온 덕에 쑥국 등 제철음식도 먹을 수 있었다. 얻어온 반찬은 끼니를 항상 걱정하는 엄마에게도 사진을 찍어 보냄으로 걱정을 덜게 하였다. 반찬 사진을 볼 때마다 엄마는 '이 고마운 걸 다 어떻게 갚아야 하냐'라고 했다. 그래서 퇴원하고 나서 맛있는 거 우리가 해서 나눠주자고 했다.
이제 다음 주면 드디어 엄마가 퇴원을 한다. 물론 재활이 더 필요하긴 하지만 집에 가면 열무김치도 담고, 오이소박이도 담아 먹자고 한다. 집안일이야 지금처럼 해도 되는데 끼니걱정은 안 해도 되니 나도 마음이 한결 편하다. 매번 1인분씩 덜어놓은 밥이 몇 개 남았는지 체크해야 하고, 매번 같은 반찬이랑 먹을 수 없으니 주말에는 뭘 먹어야 할지 고민했는데 이제는 뭐 먹을지 걱정은 안 해도 되니 그것만으로도 족한 것 같다.
이번 엄마 자리 비움동안 다른 어머니들의 도움으로 이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다. 동료 선생님들과 선생님들의 어머님 찬스가 없었더라면 정말 끼니를 해결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 나눔들 덕분에 엄마 빈자리를 잘 채울 수 있었다. 정말 다시 한번 신경 써 준 그 마음들에 고마움을 느낀다.
정말 마음을 써준 덕분에, 걱정해 준 덕분에, 맛있는 반찬들과 국 덕분에, 나를 생각해 주는 그 마음들 덕분에 그래도 '내가 조금은 헛살지는 않았구나'란 생각도 많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