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에 익숙해진 것 같으니 한 단계 더 나가볼까요? 홍 대리님, 노래 좋아하세요?”
“그럼요. 엄청 좋아하죠. 최신 곡은 거의 다 꿰고 있습니다.”
“드라마는요?”
“개인적으로는 스포츠를 더 좋아하지만 업무상 일부러 드라마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저희 옷이 협찬으로 들어간 드라마를 챙겨보는 건 당연하고, 라이벌 회사가 협찬한 드라마도 눈여겨보려고 하고 있고요.”
“좋은 습관을 가지셨네요. 노래와 드라마를 잘 활용하면 중국어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실제로 제가 활용한 방법이기도 하고요. 유학 시절에 저는 주화건周華健 씨가 부른 「펑여우朋友」, 그러니까 「친구」라는 노래를 좋아해서 정말 엄청 많이 들었거든요. 나중에 한국에서 안재욱 씨가 리메이크해서 큰 인기를 끌었던 그 노래예요. 그래서 수업 시간에 이 노래를 학생들에게도 많이 가르쳐주었어요. 중국어로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면 중·고급 어휘와 문장을 하나씩 익혀나가는 데 정말 좋거든요.”
홍 대리는 당장 오늘부터 중국어 노래를 찾아서 듣고 따라 부르며 공부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로 중국 노래들부터 검색해봐야겠네요. ‘친구’라는 노래는 저도 잘 알고 있으니 이것부터 시작해봐야겠어요. 따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네, 아무래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공부하기에는 가장 안성맞춤이죠. 그래서 한국에서 리메이크된
노래나 중국에서 리메이크된 한국 노래처럼 자신에게 익숙한 노래를 고르는 게 좋아요. 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더라도 질리지 않으려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를 고르는 게 좋고요. 아, 너무 빠른 곡은 처음 시작하기로는 힘들 테니 피하는 게 좋습니다. 지금 잠깐 「친구」라는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들리는 발음을 적어보고 가사를 한번 생각해보는 거죠.”
홍 대리는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어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올 리는 만무했다. 들리는 발음부터 일단 적어나갔지만, 더듬더듬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기분이었다.
쪄씨에 니엔 이 거 런, 펑 예 꿔 위 예 조우
여우꿔 레이 여우꿔 추어, 하이 찌더 찌엔츨 션머
…
“우아, 이거 쉽지 않네요. 들리는 대로 발음은 적어본다 해도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이렇게 가다간 어느 세월에 노래 한 곡을 다 마스터할지 까마득하네요.”
“당연하죠. 처음부터 일사천리면 이렇게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요? 두세 번 듣는 걸로는 어림도 없어요. 노래를 통해 좀 더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아, 노래로 공부하는 데에도 노하우가 있어요?”
“그럼요, 있죠. 물론 어떤 공부든 반복과 연습만이 최고의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명심하셔야 해요. 제가 알려드리는 방법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효과적으로 익히고 반복하느냐 하는 점에 주안점이 있는 거고요.”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순서대로 한번 짚어볼게요. 본격적으로 연습해보려면 아무래도 정확한 가사를 확인해봐야겠죠? 요즘 웬만한 노래들은 검색을 통해서 찾아볼 수 있으니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네, 유튜브에서도 ‘중국어 노래 가사’로 검색해보니 뭐가 많이 나오네요.”
“그렇죠? 일단 중국어 가사를 찾아서 노트에 적어요. 그다음에는 단어 하나하나를 알아야겠죠? 가사를 적은 줄 밑으로 발음과 성조를 표시하고, 다시 그 아랫줄에 우리말로 번역한 내용을 적으세요. 어려운 발음과 성조는 열 번 이상 읽기 연습을 하는 게 좋아요. 발음을 어느 정도 익혔다면 노래를 들으면서 의미 단위(5~10글자)로 끊어서 따라 해봅니다. 자연스러워지고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노래방에 가서 부를 수 있을 정도로요.”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저도 노래방에 가서 자막을 안 보고 따라 부르는 것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네요!”
* * *
“자, 그럼 이번에는 드라마로 공부하는 방법으로 넘어가볼게요. 미국 드라마나 영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영어나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죠? 우리나라 드라마나 노래로 한국어를 배운다는 외국인도 많고요.”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 덕에 실제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고 했다. 한류 열풍에 대해서는 홍 대리도 몸소 체감한 적이 있었다.
“중국 드라마는 어떤 걸 보는 게 좋은가요?”
“사실 중국어에 능숙한 사람이 아닌 경우, 중국 드라마를 바로 보는 것은 어려워요. 말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거든요. 특히 사극은 현대에 쓰는 말이 아닌 고어가 자주 나오는 데다가, 중국 문화를 어느 정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표현도 많고요.”
“드라마로 공부한다고 덥석 도전했다가 오히려 좌절할 수도 있겠네요?”
“네, 그래서 처음엔 중국어로 더빙된 한국 드라마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게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때 본격적으로 중국 드라마에 도전하는 거고요.”
문 소장이 추천한 드라마는 2017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쌈, 마이웨이」였다. 톡톡 튀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데다가 청춘의 성장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살아 있는 말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홍 대리도 여동생 옆에서 몇 번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라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다. 문 소장은 중국어 더빙판 영상을 볼 수 있는 사이트 몇 곳을 소개해주면서, 잠시 동안 더빙된 장면들을 플레이해서 홍 대리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어로 더빙된 드라마 영상을 보니 확실히 흥미가 돋았다.
算了, 输了又能怎么样?
쑤안러, 슈 러 여우 넝 전머양?
Suànle, shū le yòu néng zěnmeyàng?
까짓것, 지면 어때?
我做这个并不是为了赢金卓洙。
워 쭈어 쪄거 삥 부 슬 웨이러 잉 찐 쥬어쮸.
Wǒ zuò zhège bìng bú shì wèile yíng Jīn Zhuózhū.
나 김탁수 이기려고 이거 하는 거 아니잖아.
总算做得了心潮澎湃的事儿。
종쑤안 쭈어더리아오 씬챠오펑파이 더 .
Zǒngsuàn zuòdeliǎo xīncháopéngpài de shìr.
가슴 터지게 하고 싶던 거 드디어 하는 건데.
随便飞就行。
쒜이삐엔 이 찌우 싱.
Suíbiàn fēi jiù xíng.
그냥 날면 되잖아.
喂, 你在的地方不就是你的主调吗?
웨이, 니 짜이 더 띠퐝 부 찌우슬 니 더 쥬띠아오 마?
Wèi, nǐ zài de dìfang bú jiùshì nǐ de zhǔdiào ma?
야, 니가 있는 데가 너한테 메이저 아냐?
你喜欢的地方不正是你的主调吗?
“역시 재미있어야 공부도 더 잘되는 거겠죠?”
“그럼요. 공부든 뭐든 재미를 잃지 않아야 꾸준히 할 수 있어요. 드라마를 보면서 대사를 듣고 말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세요. 반복할수록 듣기 실력도 향상되고 말하기와 암기력도 높아질 거예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중국어가 귀에 쏙쏙 들리는 날이 올 거예요.”
“네, 소장님이 추천해주신 드라마 더빙판부터 정주행해야겠습니다. 마음에 들었거나 말해보고 싶은 문장은 따로 적고 외우는 것도 도움이 되겠죠?”
“물론이죠.”
“드라마를 보면서 인상적으로 와닿은 대사들을 외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라마 속 한 장면, 대사 한마디로 인해 큰 위로를 받거나 가슴이 뭉클해질 때도 꽤 있었거든요. 그 장면의 그 대사들을 중국어로 해본다니 왠지 감개무량하네요.”
드라마 「쌈, 마이웨이」 속 인상 깊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취직도 못하고 있는 딸에게 힘들게 번 돈을 줄 때, 딸이 울면서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그 장면을 보면서 홍 대리는 중학교 때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수제 구두를 만드는 일을 접고 뒤늦게 택시 운전을 시작한 아버지는 원거리를 운행하고 나면 늘 어머니 몰래 용돈을 쥐어주시곤 했다.
‘그땐 그 돈을 차마 쓸 수 없어서 참고서 사이에 몰래 끼워두곤 했는데…….’
그 돈을 언제 어디에다 썼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지만, 돈을 쥐어주시던 아버지의 두툼한 손만큼은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신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의 거친 손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울대에서 뜨거운 것이 느껴지곤 했다.
문 소장과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홍 대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드라마 속 청춘들처럼, 가슴 터지게 하고 싶은 일이 뭐냐?’
제일 먼저 불쑥 올라온 대답은 ‘중국어를 정말로 잘하고 싶다’였다. 중국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꼭 그렇게 되게끔 만들고 싶었다. 하고 싶다는 열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면서 아까보다 가슴이 더 세차게 뛰었다. 홍 대리는 오늘 봤던 드라마 속 대사를 주인공처럼 힘차게 외쳤다.
去做热血沸腾的事儿!
취 쭈어 러쉬에 이텅 더 쎨!
Qù zuò rèxuèfèiténg de shìr!
너 가슴 뛰는 거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