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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가지를 치는 ‘확장 중국어’

by 문정아중국어

“패턴 중국어에 익숙해진 것 같으니 한 단계 더 나가볼까요?”

“네! 지금 상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줄기를 만들었으니 이번에는 그 줄기를 여러 개로 확장해보는 연습을 해볼게요. 이른바 ‘확장 중국어’라고 해요.”


“표현이 더 확장된다는 말씀이시죠?”

“맞아요. 패턴 중국어 연습이 나무의 중심이 되는 ‘줄기’를 잡는 것이었다면, 확장 중국어 연습은 문장에 ‘가지’를 하나씩 치는 거예요. 우리말로 예를 들면 이런 건데요. ‘나는 사다’에서 출발해볼까요? ‘나는 사다’라는 기본 문장에 목적어를 하나 붙여보세요.”


“음…… 나는 ‘채소를’ 산다.”

“좋아요. 그럼 ‘나는 채소를 산다’라는 문장에 채소를 ‘꾸미는 말’ 하나를 붙여보면요?”

“나는 ‘신선한’ 채소를 산다.”


“마지막으로 그 문장에 ‘장소’를 하나 붙여볼게요.”

“나는 ‘마트에서’ 신선한 채소를 산다.”

“그럼 이번에는 중국어로 해볼까요? 제가 먼저 해볼 테니 잘 듣고 따라 해보세요.”

“네, 시작하시죠!”

패턴을 연습하면서 자신감이 한껏 올라온 상태였다. 홍 대리는 출격을 앞둔 비행선을 탄 기분으로 우렁차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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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마이我买(나는 산다).”

“워 마이.”

“워 마이 슈차이我买蔬菜(나는 채소를 산다).”

“워 마이 슈차이.”

“워 마이 씬씨엔 슈차이我买新鲜蔬菜(나는 신선한 채소를 산다).”

“워 마이 씬씨엔 슈차이.”

“워 짜이 챠오슬 마이 씬씨엔 슈차이我在超市买新鲜蔬菜(나는 마트에서 신선한 채소를 산다).”

“워 짜이 챠오슬 마이 씬씨엔 슈차이.”


홍 대리는 천천히 그러나 정확하게 끝까지 말했다. 실수도 하지 않았고 더듬거리지도 않았다. 자신이 듣기에 발음도 썩 괜찮았다. 네 문장이었지만 제법 유창하게 느껴지는 중국어가 홍 대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문 소장과 홍 대리는 네 문장을 연속적으로 세 번 더 반복했다.


“이번엔 홍 대리님 혼자 처음부터 해보시겠어요?”

“저 혼자서요?”


홍 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는 멋쩍은 듯 웃었다. 엄마 치맛자락을 놓고 난생 처음 혼자 심부름을 떠나는 어린아이의 심정과도 같았다. 문장이 조금 길어지자 단순한 문장을 말할 때보다 긴장됐다.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나.’


홍 대리는 잠시 목청을 가다듬고 첫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다.

“워 마이, 워 마이 슈차이, 워 마이 씬씨엔 슈차이, 워 짜이 챠오슬 마이 씬씨엔 슈차이.”


긴장했던 것과 달리 일단 말을 시작하자 끝까지 깔끔하게 완성했다. 세 번째 문장을 말할 때부터는 왠지 모르게 여유도 생겼다. 문 소장이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 빵真棒(정말 훌륭해요)! 습득 능력이 대단하시네요!”


홍 대리는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유치원생이나 말할 법한 간단한 문장이었지만, 문 소장에게 칭찬을 받고 나니 세계 최고의 입학시험에 통과한 것처럼 기뻤다. 의욕과 자신감이 순식간에 솟구쳤다.

* * *


이후에도 문 소장과 함께 몇 가지 문장을 더 연습했다. 홍 대리는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따라 했다. 패턴 중국어를 먼저 익힌 덕분에 문장의 구조가 더 쉽게 들어왔다.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는 말하는 데에 주력하면서 반복했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를 먹듯 중국어가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이렇게 연습하니까 어떠세요?”

“더 쉽고 재미있어요. 짧은 문장이 조금씩 길어진다고 생각하니, 역시 언어는 한순간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그래서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게 중요해요. 중국어 공부를 마치 멋진 건축물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초기 공사를 잘해야겠죠? 건물을 세울 때 벽돌 하나라도 허투루 여기지 말고 제대로 놓아야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지금까지 말한 문장들은 주어, 술어, 목적어, 관형어, 부사어라는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앞서 패턴에서는 중국어의 기본 뼈대에 해당하는 줄기를 연습했죠?”


“아, 그래서 패턴 중국어를 먼저 가르쳐주신 거군요!”

“그렇죠. 줄기가 튼튼해야 가지도 마음 놓고 옆으로 쭉쭉 뻗어나가니까요.”


주어, 술어, 목적어의 어순은 영어의 문장 구조와 같았다. 여기에 나머지 단어를 술어 앞쪽이나 뒤쪽에 하나씩 붙이면 되니까 영어보다 문장을 만드는 게 간단했다. 헷갈릴 염려도 없었다. 단어를 하나씩 붙여나가는 방식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앞에 나왔던 주어, 술어를 반복하게 됐다. 저절로 단어와 문장이 입에 붙었다. 아무리 긴 문장이라도 이렇게 반복해서 연습하면 문장을 외우는 수준을 넘어 확실히 아는 말이 될 것 같았다.


“굉장히 잘하고 있어요. 지금처럼만 하시면 돼요. 다만 너무 한꺼번에 확장하려는 욕심은 부리지 마세요. 급하게 지은 건물이 무너지기 쉬우니까요. 주어와 술어 문장부터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든 다음에 문장 성분 하나를 추가해야 해요. 그런 다음 또 하나를 추가해서 연습하세요.”


발음을 정확히 하는 연습을 통해 중국어의 뿌리를 다지고, 일정하게 반복되는 패턴으로 줄기를 세운 후, 하나씩 덧붙여가며 문장을 다채롭게 확장시키는 공부 방법은 홍 대리에게도 잘 맞았다. 우선 체계가 잘 잡혀서 중간에 헤맬 일이 없었다. 어렵다 싶으면 전 단계로 돌아가서 다시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주어와 술어를 익히고, 습관이 되면 목적어를 붙이세요. 일정 기간 연습한 후에 확실하게 입에 붙으면 관형어를 붙이시고요.”

“관형어는 채소 앞에 붙은 ‘신선한’처럼 꾸미는 말을 뜻하나요?”

“네, 주로 주어나 목적어를 수식하거나 제한하는 역할을 하죠.”


“정리해보면 맨 처음 주어와 술어, 그리고 주어와 술어와 목적어, 그다음엔 주어와 술어와 목적어와 관형어, 마지막으로 장소에 해당하는 말이 부……….”

“부사어라고 해요. 문장 전체를 수식하거나 술어 앞에서 술어를 수식하거나 제한하죠. 또 하나, 우리가 문장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보어’라는 것도 있답니다. 보어는 술어 뒤에 놓여서 술어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해요.”


문 소장은 보어의 예시도 들어주었다. 앞에서 배운 문장인 ‘워 짜이 챠오슬 마이 씬씨엔 슈차이(나는 마트에서 신선한 채소를 산다)’의 경우, ‘완러完了(다하다, 완성하다)’라는 말이 ‘마이买(사다)’ 뒤에 붙으면 ‘워 짜이 챠오슬 마이 완러 씬씨엔 슈차이我在超市买完了新鲜蔬菜(나는 마트에서 신선한 채소를 샀다)’라는 의미로 변한다는 것이었다.


“아…… 문법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가 아파요.”

“일단 문장이 입에 붙도록 충분히 말로 연습하세요. 굳이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문법을 설명해드린 이유는 확장 중국어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알려드리려는 의도였으니까요. 말로 연습하면 어려운 문법도 금방 익숙해질 거예요. 지금은 문법이나 용어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조금은 안심이 되네요. 결국 문법에 걸려 넘어지는 건가 걱정했거든요.”

“언젠가 중국어를 배우는 목표가 더 커지고 뚜렷해져서 문법을 정복해야 할 때가 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문장 전체를 외우고 말하는 게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될 거예요. 홍 대리님이 중국어를 배우는 목표는 중국인과 소통하기 위해서잖아요?”

“아! 그렇죠. 하마터면 목표를 잊을 뻔 했네요!”


홍 대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업무를 할 때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일을 하는 것처럼, 중국어 공부도 마찬가지였다. 왜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패턴 중국어와 확장 중국어는 새로운 중국어 학습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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