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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엄마는 너의 첫번째 팬이야"
아이의 관심을 응원하기
by
ADHDLAB
Jan 05. 2025
우리 아이 '바다'는 어려서부터 취향이 '특이했습니다'.
바다는 유치원 때부터 레고를 정!말! 좋아했는데
취향이 남달랐
습니다.
초등 저학년때
남아들에게 보통
인기가
많은
City
시리즈는
몇개
맞춰보더니 시들해하고
닌자고같은 시리즈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신 Technic이나 architecture시리즈처럼 10대 이상 조립가능이라고 써있는 시리즈를 좋아했습니다.
남다른 취향은 종이접기로 나아갔습니다.
시작은 네모아저씨와 팽이접기였는데
곧 한장으로 복잡한 형태를 접는 일본 작가들의 초고난도 종이접기로 나아갔습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런 취미를 즐기는 아이가 없었기에
'특이하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쓰다 보니 정확히 알겠네요.
당시 저는 바다가 하고싶어하는 활동을 도와주긴 했지만
"왜 이런 걸 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을 뿐
가슴
한켠에서
아이의
취향을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취향을 '특이하다'고 평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종이접기 영상을 찾아보겠다고 유튜브를 들락거리는 게 영 눈에 거슬렸고
불편한 마음을 내놓을 수도 혼자 소화할 수도 없는 뒤죽박죽 상태였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아이의 편에 서서 아이의 특이한 취향을 응원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첫번째 종이접기.
아이가 원하는 종이접기를 가르쳐 줄 선생님 섭외에 나섰습니다.
동네 문화센터의 종이접기 강좌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종이접기를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장충동의 종이나라재단의 종이접기 영재과정을 알아봤습니다.
다행히 운전해서 30분 거리에 아이의 호기심을 채워줄 종이접기 선생님이 계시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렇게 종이접기 명인 박미자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박미자 선생님을 처음 뵌 날 선생님은 바다에게 물어보셨습니다.
"너는 한장으로 접는 걸 좋아하니? 여러장으로 접는 걸 좋아하니?"
"저는 한장으로 접는게 좋아요"
"와 너 종이접기 정말 관심이 많구나? 좋아하는 작가 있니?"
"카미야 사토시요."
"접고싶은 게 있니?"
"용을 접고 싶어요"
이 대화를 옆에 앉아 듣던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선생님은 바다의 관심사 안으로 들어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박미자 선생님과 바다 사이에는
마니아들만 느낄 수 있는 눈빛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이제까지 제게 말해준 적 없는 자신의 관심사를 맘껏 이야기하며
선생님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아니 아이가 말을 안해준 게 아니었죠.
제가 아이에게 물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시 저는 아이의 취향을 평가하기만 했을 뿐
아이의 관심사 안으로 들어가보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입니다.
아이의 남다른 취향을 응원하기.
박미자 선생님과의 수업에서
손끝에 색종이 물이 들 정도로 접고 또 접으면서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제가
기준
으로 아이의 취향을 재단해버리면 안된다는 것.
이런 게 부모의 '껍질'을 깨는 과정이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남다른 취향을 수용하고 응원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서울 마포구에서 열리는 종이접기 컨벤션을 등록해주었습니다.
유명 종이접기 작가님들이 오셔서 하루 종일 직접 종이접기 방법을 알려주고 다양한 종이접기 이벤트도 하는 행사.
집에 오는 길에 아이가 먼저 말했습니다.
"엄마 정말 고마워. 나 행복해."
그리고 이제는 확실히 압니다.
우리 바다는 특이한 게 아니라
특별한 아이라는 것을요.
관점을 바꾸니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흥미 속에서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아이의 열중하는 표정과 웃음 사이에서
저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이 말을 종종 해줍니다.
"엄마는 너의 첫번째 팬이야. 네가 어디서 무엇을하든지 언제나 엄마는 널 응원해"
이 말을 지키기 위해
제가 아이에게 해주는 것 중 하나는
만들기 재료를 구해주기 입니다.
언젠가 한번은 아이가 나무를 잘라 만들고싶은 작품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살면서 원목을 사본 적이 없어
어디서 나무 원목을 구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슷한 재료를 찾아 사장님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사장님은 직접 전화를 걸어오셨고
아이는
전화를
넘겨받더니
나무 사장님께
작품 구상과 나무의 강도, 색깔, 크기까지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자세히 상담한 끝에 나무 종류를 추천받아 살 수 있었고 작품까지 완성했습니다.
동네 목공소에서 합판을 살 때 일입니다.
사장님이 MDF를 사면 어떤지 제안했는데
아이가 "MDF는 먼지가 많이 나서 안될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사장님은 "어린 아이가 제법이네"라고 답하셨고
아이는 두꺼운 합판을 사와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아이의
취향
속으로
들어가
팬이
된
뒤부터
아이는 제 발로 앞으로 나아갔던 것 같습니다.
마치 자신의 취향을 발휘할 '안전지대'를 찾았다는 듯이
그리고 저는 아이의 취향 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아이와의 관계가 더욱 깊어졌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렇게 깊어진 관계를 바탕으로 우리는 한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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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응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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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ADHD 아이를 성장시키는 말
02
"나는 실패만 하는 사람이야"
03
"게임 유튜브 끄고 나서 무얼 하면 기분이 나아져?"
04
"엄마는 너의 첫번째 팬이야"
05
"이 많은 걸 언제 다 해. 안 해. 다음에 할게"
06
"중요한 건 공부량이 아니라 완료해보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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