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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유튜브 끄고 나서 무얼 하면 기분이 나아져?"

스스로 게임유튜브 끄는 연습하기

by ADHDLAB Jan 01. 2025

ADHD 아들을 키우며 가장 경계하는 것은 '중독'입니다. 


전전두엽 발달이 느린 ADHD 아이들은 자기  조절력이 약하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도 멈추지 못하는 단점이 몰입을 강화하죠.


몰입 대상이 만약 게임과 유튜브, 스마트폰처럼 자극적인 것이라면 몰입력은 극대화됩니다.


전 스마트폰 중독을 경계하는 사람이어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식당에서 유튜브를 틀어주지 않았습니다.

색종이와 학습만화 등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들고 다니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고 무엇보다 엄마아빠가 아이와 많이 놀아줬습니다.

초6학년이 된 지금도 식당에서는 스마트폰을 찾지 않는 아이가 된 걸 보면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귀찮고 번거로웠지만 잘 버텨낸 저를 칭찬합니다.


아이가 유튜브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에요. 종이접기 영상을 보고 싶어 하면서부터 제한적으로 YouTube를 허락해 주었습니다.

5 학년 겨울 방학. 친구들이 게임을 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아이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게임 앱을 설치를 허락해 주었습니다.

포켓몬 고 게임이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잡는 그 게임. 남자아이들 친구 관계에서 게임은 빼놓을 수 없는 놀이 수단인 거 같았어요.


어쨌든 간에 영상과 게임이 시작된 뒤부터

저와 아이는 미디어 시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게임 40분. 유튜브 30분.

하루 합의된 미디어 시간은 이 정도였지만

늘 도전입니다.

잘 지켜지지 않거든요.

아이는 게임 디자인, 3D 모델링, 인터넷 검색, 듀오링 그 같은 영어 앱 등등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서 미디어를 사용하려고 합니다.

미디어 허용 시간이 다 되었음에도

"한판만 더'

"10분 만 더"

라며 끄지 못합니다.

어느 날은 미디어 시간을 너무 훌쩍 넘겨 문제가 됐죠.

(미디어 사용 규칙을 정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미디어를 끄고 나면 아이는 허전해했습니다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흥미가 없다는 듯

"엄마 나 할 게 없어"라며 저를 졸졸 따라다녔죠.


허전함은 미디어를 이용할 구실과 핑계를 만들어냈습니다.

"만들기 하나먼 검색해볼게"

"종이접기 한개만 검색해볼게"

등등.


이런 말을 자꾸 들으면 지칩니다.

너덜너덜해진달까요.

이게 저와 아이가 갈등하는 주요 지점 중 하나입니다. 들들 볶는 느낌.

 

저도 엄마인지라 게임 끝났으니 공부나 독서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이런 상태의 아이에게 말해봤자.

잔소리로 들릴 테고

반발만 살 게 뻔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 아이에게 어떤 말이 잔소리로 안 느껴지면서 도움이 될까.

어떻게 하면 게임이 끝난 뒤 아이가 다른 과제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을까.


아이와 둘이 운전하고 어딜 가던 날.

아이가 기분이 괜찮아 보이기에 물었습니다.

조용한 차 안은 대화를 나누기 괜찮은 장소입니다.


" 엄마가 요 며칠 너의 행동을 관찰해 봤는데,  게임이 끝나거나 유튜브를 다 보고 꺼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불안한 것 같았어. 엄마가 생각한 게 맞아?"


이렇게 물어보니 아이가 잘 대답을 해줍니다.


"응 게임 고 나면 뭔가 허전해. 재밌는 것도 없고"


" 그랬구나 사실 게임이나 YouTube보다 더 재밌는 건 별로 없지 뭐. 그럼 허전함을 채울만한 게 있으면 너에게 도움이 될까? 게임 유튜브 끄고 나서 무얼 하면 허전한 마음이 나아질까?"


"글쎄? 그나마 종이 접기나 큐브?"


"좋네. 네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면 허전한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을까? 역시 넌 아이디어 뱅크야. 좋은 아이디어 같아"


"역시 나야"



게임 그만하고 공부하라는 말.

엄마의 대표적인 잔소리인 죠.


그런데 게임과 공부는 양극단에 있는 활동 같아요.

사용하는 뇌 부위도 완전히 다릅니다.


주의력이 낮아 주의전환이 어려운 아이에게

정반대의 활동을 하게 만드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일 수도 있어요.


게임을 멈추고 공부나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아이를 나무랄 게 아니라

아이가 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제안해서 게임과 미디어를 멈추고 활동 전환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미디어시간을 정했으니 약속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겁니다. 알지만 잘 되지 않아서 문제죠.

모든 아이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겁니다.

ADHD 아이는 성장까지 이르는 길이 남들보다 조금 더 어려울 뿐.


아이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엄마 말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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