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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아이를 성장시키는 말
02화
"나는 실패만 하는 사람이야"
좌절하는 아이에게 해주는 말
by
ADHDLAB
Dec 29. 2024
온갖 만들기 활동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하루 종일 다양한 만들기를 시도합니다.
아이는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이 입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걸 좋아해요.
자신이 만든 작품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주 좋아하죠.
요즘엔 고카트를 만들고 싶다며
나무를 잘라 바퀴와 체인을 연결하고 있어요.
한창 종이 접기에 빠졌을 땐
종이 한 장으로 복잡한 용을 접는 고난도 종이 접기에 관심을 가져서
손 끝에 색종이 물이 들 때까지 접고 또 접었죠.
아이의 목표는 에이션트 드래곤(acient dragon)과 류진3.0(드래곤의 한 종류)이었어요.
전 아이의 만들기를 응원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것만큼 큰 재미가 있을까요?
다만, 아이가
만들기가 잘 되지 않을 때
짜증과 화를 내는 게 힘들어요.
아이가 한창 감정폭발을 일으키던 초3~4학년 시기에는
만들기를 하다 예상처럼 되지 않을 때
화가 나 소리 지르고 울며 발버둥을 치기도 했어요
만들던 걸 찢어버리거나 쓰레기통에 구겨 넣기도 하고
의자를 던진 적도 있죠.
다행히 감정폭발은 초5학년쯤부터 잦아들었고
극단적 행동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그런데 아직 극단적 말은 남아있어요.
아이는 실수나 실패로 좌절감을 느낄 때 종종 말합니다
"나는 실패만 하는 사람이야"
저는 늘 아이의 단정적이고 극단적인 말이
가슴에 와서 콕 박혀요.
왜 이런 말을 할까.
속마음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제가 파악한 건
아이는 늘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거친 파도가 바다 깊은 곳까지 헤집어놓듯
실수나 실패라는 거친 파도가 한 번 일면
그동안 꾹 참고 있던
그동안 기억해놨던 실패와 실수 그리고 속상한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어요.
이런 걸 트리거(trigger)라고 하죠.
개인의 감정이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이나 사건.
그래도 저는 아이가 자신을 '실패자'로 지칭하는 건 막고 싶어요.
제가 아이의 실패를 막아줄 수는 없어요.
살면서 실수나 실패를 안 할 수도 없죠.
그리고 실패감은 스스로 견뎌내야 해요.
다만, 전 아이가 자주 실패하는 이유를 인식하고, 실패감을 견디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아이에게 해준 말은
"네가 많이 실패하는 것 같구나. 그런데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시도하고 도전했기 때문 아닐까?"
"많이 시도하고 도전하면 그만큼 많이 배울 게 있다는 말이지? 실수나 실패를 하면 당장은 너무 속상하겠지만, 그 경험을 통해 어떤 걸 배울 수 있는지도 한 번 생각해 보자."
"만약 다른 친구가 실수나 실패를 한다면 너는 어떤 말을 해줄 것 같아?"
"친구야 괜찮아. 다음에 한번 더 해보면 되지라고 말해주지"
"이제는 너 자신에게도 그 말을 해줘 봐."
부정적 감정이 들 때
스스로를 폄훼하고 몰아칠 게 아니라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방법을 익히길 바라고 있어요.
실수하고 실패할 때 나 자신이 바보 같거나 못나고 싫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런 나를 가장 사랑하고 응원해줘야 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것.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 점을 아이와 함께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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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아이를 성장시키는 말
01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02
"나는 실패만 하는 사람이야"
03
"게임 유튜브 끄고 나서 무얼 하면 기분이 나아져?"
04
"엄마는 너의 첫번째 팬이야"
05
"이 많은 걸 언제 다 해. 안 해. 다음에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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