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진단은 꼭 병원에서

1년간 돈과 시간 버리고 진단이 늦어진 사연

by ADHDLAB

ADHD를 의심한다는 사연을 접할 때마다 먼저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진단은 꼭 병원에서 받으셔야 합니다."

제가 병원 가는게 두려워 상담센터에서 검사를 하고 진단이 늦어진 경험이 있거든요.

상담센터에서 풀배터리 검사를 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저의 흑역사.

오늘은 그 사연을 풀어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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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3학년 말에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ADHD 아이들이 주로 학교에 들어갈 때 진단을 받는 것에 비하면 조금 늦은 편이죠.

그런데 사실 저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자주 ADHD는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쉬지 않는 모터처럼 부산스럽고 끝까지 에너지를 분출해 내고야 마는 아이를 볼 때마다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남자아이들은 늘 그렇지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두려움을 눌렀어요.

그러다 아이가 6살 때 시터 이모님과의 관계가 너무 나빠 상담센터 문을 두드렸습니다.


대학 부설 상담센터였기에 믿었습니다.

풀배터리 검사를 하고 검사지를 두 손에 받아 든 날.

여러 개의 그래프가 복잡하게 그려지고 여러 장의 리포트에 아이를 평가한 전문용어들이 가득한 그 리포트에 정신이 아득해지던 날.

저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불안해서 산만한 경향이 있다. 이 나이대 아이들 다 그렇다"

혹시나 아이가 ADHD일까 두려워하던 마음을 녹여냈고, 저는 놀이치료를 받으면 좋아지겠거니 희망 회로를 돌렸나 봅니다. 그리고 편도 한 시간이 걸리는 상담센터까지 매주 토요일 아이와 함께 했습니다.

1년간 놀이치료를 받았습니다.

아이와 토요일 시간을 온전히 보낸 덕분에 아이와 친해지긴 했지만,

상담센터만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헷갈렸습니다.

어찌 됐든 저는 시터 이모님과 헤어졌고,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들어갔고, 학교에서 부정적 피드백을 받지 않아 잘 적응하고 있다 생각하며 2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그 사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도 겹쳤네요.)


3학년 들어 아이와의 갈등이 극심했습니다.

자신이 하려던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 실망과 실패감을 받아들이지 못해 매일 감정폭발을 일으키던 아이. 그리고 저는 이런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워 무기력과 우울증의 바닥에서 허우적댔습니다.


그제야 소아정신과를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아이의 상태를 보니 검사해 볼 것도 없이 ADHD일 거라고 하셨어요.

저는 아이가 7살 때 상담센터에서 한 풀배터리 검사지를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충격적인 의사 선생님의 말.

“제 예상이 맞았네요. 여기 맨 끝에 ADHD라고 쓰여 있네요. “

“네?”

4년째 그 검사지를 갖고 있었고 여러 번 읽어봤지만 어디에 그 단어가 쓰여있었을까.

순간 제 눈과 귀를 의심했습니다.

선생님께 검사지를 건네받아 다시 봤습니다.

맨 뒤에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원어로 쓰여 있었던 진단명. 그리고 저는 못 알아봤던 거죠.

더는 저를 믿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버젓이 ADHD라고 쓰여 있는데 진단명을 이야기 안 해 준 센터가 원망스러웠고.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해주지 않은 그들에게 화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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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가 풀배터리 리포트를 더 면밀히 살펴봤다면

아이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눈덩이처럼 더 커지지 않도록 막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이를 조금 더 일찍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이 생각을 할 때마다 후회와 아쉬움이 듭니다.


그래서 ADHD를 의심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ADHD가 의심된다면,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검사하세요.

진단될까 봐 두려운 마음은 너무 이해하지만,

병원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ADHD인 아이가 ADHD가 아니게 되진 않습니다.

오히려 진단을 받는다면 빨리 개입해서 아이가 스스로 자기 조절을 하는 방법을 익혀나가고,

검사 결과 ADHD가 아니라면 걱정을 거두면 될 일입니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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