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값은 어떻게 정해지나?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132 - 세르비아 Studenica 수도원

by 류광민

산에는 아직도 얼음이!

아침(2019년 3월 15일)에 일어나 보니 살얼음이 얼어 있다. 너무 조용했던 밤. 아침에는 새소리가 우리를 깨운다.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 산을 내려오니 하늘은 맑고 들판에는 말 두 마리가 풀을 뜯고 있다.

아쉽다!

오늘은 세르비아의 대표적인 스키리조트 지역인 Kapaonic 국립공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12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기 때문에 3시간 정도 걸린다. 산 위라서 그곳 상황이 정박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서 비상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일찍 출발하기로 한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도 산 위로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주변이 모두 흰 눈이다.

스키장은 아직도 성업 중이다. 모든 주차장은 만원이고 흰 눈 때문에 길가의 공터에도 차를 대기 힘든 상황이다. 아톰을 정박시킬 만한 장소를 찾기 어렵다. 아내와 나는 스키를 탈 줄도 모르니 3월 중순에 눈 구경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아쉽지만 산을 다시 내려와 다음 목적지인 Studenica 수도원으로 향한다.


봄 햇살이 좋다!

60여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2시간가량 걸렸다. 산을 내려와 다시 올라가는 여정이다. Studenica 수도원은 평지에서 계곡을 따라 한참을 들어오다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산 등성이에 있다. 수도원 입구 주차장 앞에는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는 식당이 있다. 일단 차를 주차시키고 나서 수도원으로 향해 본다.

수도원 앞의 작은 식당과 주차장 그리고 수도원 가는 길

12세기에 세워진 이 수도원은 원형의 성 안에 있다. 그 독특함 때문에 사진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드론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사진을 찍히는 수도원 입장에서는 침해를 당하는 일이다. 그동안 얼마나 그런 침해가 많았는지 벽면에 드론 촬영을 금한다는 안내 표지가 걸려있다.

수도원 안내도와 정문 그리고 수도원 내부 성벽 모습

오늘 봄 햇살이 따뜻하다. 마을도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눈에 뜨이는 건물이 있는데 수도원 한가운데에 있는 Virgin 교회(1186년에 건축). 동정녀 마리아 교회로 번역되어야 할 듯하다. 실제로 교회당 가장 중요한 부분에 걸려 있는 성화의 주인공도 마리아이다.


기분이 좋아진다!

이 교회는 정면보다는 뒷면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 대규모로 건축된 서유럽 성당 건물에 비하면 작은 느낌이지만 단아함에 있어서는 우리가 여행 중에 본 건물 중에서는 으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서 우연히 만난 코리가 간단한 영어로 우리에게 시대별로 그림을 설명해 주었다. 교회 안에는 두 개의 관이 있었는데 하나는 왕이고 다른 하나는 왕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 교회는 왕의 어머니를 위한 곳인가 보다. 그리고 우리 눈에 들어온 바짝 마른 성자의 그림. 이 그림의 주인공은 사막에서 수행한 성자라고 한다.

입장료가 없는 이곳. 그 대신에 우리는 이곳에서 약간의 기부(?)를 했다. 그런데 왜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다. 교회나 성당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 곳에서 내 마음이 좋아진다.

Virgin 교회 입구와 뒷면 모습과 수도원 일부 시설을 찍은 사진

좋아진 기분으로 나왔는데 비가 잠깐 내리다가 그쳤다. 그리고 무지개가 떠 올랐다. 우리는 여행 중에 무지개를 볼 때마다 선물을 받는 느낌이다. 무료입장이 가능한 곳이지만 화장실도 매우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돈의 의미가 달라지는 곳

수도원 밖으로 나와 보니 카페 표지판이 보인다. 상업적 느낌의 건물은 아니었지만 들어가 본다. 그런데 분위기가 무언가 다르다. 신부님이 우리를 맞이해 준다. 마을 주민들이 회의를 하느라 소음이 들려오자 신부님은 우리만을 위해 커다란 방으로 안내를 해주고 주문을 받아 주셨다. 그런데 가격표가 없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비싸면 얼마나 비싸겠는가 하고 주문을 했다. 주문한 차를 여유롭게 마시고 나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카페와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건물과 그 안에서 차 한잔의 여유

이제 카페에서 통상적으로 하는 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서비스를 받았으니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다. 입구에 있는 직원은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상하다.


“얼마예요?”

“우리는 돈을 받지 않아요.”


이 무슨 소리인가? 그냥 갈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하지? 그때 직원이 한마디 더 한다.


“돈을 받지 않는데 각자 기부금을 내시면 돼요.”


너무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든다. 그러니까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나 먼 곳에서 오는 손님들을 위한 무료 시설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카페만 있는 게 아니고 숙박시설도 같이 있다.


"돈을 받지는 않지만 각자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기부금을 내는 구조. "


이러한 구조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서비스를 받으면 그 대가로 정해진 돈을 내야 하는 것이 당연한 현대 사회에서 자기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그것도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니슈 숙박 주인아주머니의 섬세한 친절함을 경험했던 우리는 이 곳에서 세르비아는 문화적으로 환대 정신이 뿌리 깊은 문화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 환대가 돈으로 매겨지는 게 아니고 환대를 받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대가를 내는 방식. 돈 없는 사람도 이곳으로 여행을 와 기도를 드리고 무사히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 이런 시스템이 21세기에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울 따름이다.

또 한 번 세르비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Studenica는 1년간의 캠핑카 여행을 마치고 난 지금까지도 가장 인상 깊은 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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