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휴가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53 - 이탈리아 마로제 호수와 아로나

by 류광민

왜, 배가 안 떠요?

스위스에서 알프스 산을 넘어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호수가 있다. 큰 호수라는 의미를 가진 마조레 호수.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마로제 호수는 알프스 산맥부터 산 줄기를 따라서 길게 생긴 호수로 그 길이만 54km 정도가 되고 스위스와 이탈리아에 걸쳐 있다. 호수에 있는 도시들을 연결하는 대중교통 수단인 작은 배들이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다. 그 호수 도시 중 나의 관심 사항은 이솔라 벨라(Isola Bella). 이솔라가 섬이니까 번역하면 벨라 섬이 되겠다.

마조레 호수에 있는 이솔라 벨라에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양식을 대표하는 예쁜 정원이 있다. 그 자체로 풍경도 아름답지만 이탈리아식 정원은 어떤 모습인가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내가 이탈리아식 정원을 보고 싶은 이유는 이탈리아 정원이 유럽을 대표하는 정원 형식인 프랑스 정원의 모델이 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식 정원인 정형식 정원이 영국의 쾌락 정원에 차용되었다. 정원은 귀족들의 사유물이었다. 쾌락 정원은 궁전에서 있었던 대형 연회나 다양한 사교 행위가 가능했던 유료 정원이었다. 이 유료 정원이 발달해서 현대의 테마파크로 발전했다. 테마파크의 기원을 찾아가기 위해 바로 이탈리아 정원의 원형을 찾아보는 것이 관광학자로서 내가 이번 유럽 여행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이다.

섬으로 들어가는 배를 타기 위해 Stresa 시의 선착장 옆 공터에 주차를 하였다. 마을 주민들의 배를 대거나 타기 위한 선착장이 있는 공터였다. 공터 옆으로 조금 더 가면 관광객을 태우는 선착장이 있다. 그런데 이솔 라벨라 가는 배가 영업을 하지 않는단다. 비수기라서. 간혹 관광객들이 왔다가 우리처럼 허탕을 치고 돌아간다. 평상시에 번잡했을 주차장도 지금은 무료로 개방되어 있다.

‘아직 날씨가 따뜻한데 왜 배 운행을 하지 않는 거예요.’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다. 조금 허탈하다. 꼭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대신에 호수가를 따라 산책에 나섰다. 걸어갈수록 저 멀리 이솔라 벨라 정원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안이 정말로 궁금해진다. 그러나 이 정도로도 만족해야지.


온 김에 스트레사 시내 구경에 나섰다. 호수가 주변 큰 도로를 따라 고풍스러운 호텔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부분의 호텔들이 문을 닫았지만 영업을 하고 있는 호텔도 간혹 보인다. 그중에서 그랜드 호텔이라는 고풍스러운 호텔이 눈에 뜨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호텔에 헤밍웨이가 머물렀다던가 한다. 기대가 많았던 이솔라 벨라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20km 정도 남쪽에 있는 아로나 Arona로 간다.


가야 할 곳이 너무 많다!

아로나는 스트레사보다 큰 도시이다. 항구에 큰 배들도 많이 보이고 조선소도 있다. 도시 언덕에는 고성도 있다. 호수가를 따라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호수에 수영할 수 있는 수영장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다. 날씨가 따뜻하면 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참 물이 맑다.

항구에서는 호수 반대편 도시를 연결하는 배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다. 식당의 메뉴 가격도 적당한 수준이다. 이탈리아에서는 가끔 레스토랑에서 외식도 할 수 있을까 하는 꿈을 꾸어보기도 한다. 남자 컷 비용도 10유로 정도 한다. 서울을 떠난 지 벌써 3달째가 되어가니 머리를 손질할 때가 충분히 되었다. (우리는 이탈리아를 떠날 때 함께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질했다.) 적당한 물가와 호수 공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도시이다.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배를 타고 호수 반대 편에 있는 성에도 다녀오고 시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다. 그러나 이런 것도 욕심일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가야 할 곳이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사실 이탈리아는 가볼만한 유적지나 박물관, 도시가 너무 많은 나라이다. 그 때문에 여행 계획 세울 때부터 3주 정도 여행하려고 했던 것이다. 초반부터 너무 힘을 내면 지처버릴지 모른다. 어찌 가보기 쉬운 곳을 다 다닐 수 있겠는가. 오늘은 욕심을 부리지 말자.

우연히 찾아가본 아로사 시청과 호수 선착장, 공공 수영장
큰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큰 규모의 공용 무료 주차장에서 이탈리아 두 번째 밤을 보냈다. 이곳에도 먼저 와있는 캠핑카들이 많이 있다. 낮에는 승용차들로 붐비지만 퇴근 시간이 되면 넓은 주차장이 비어 버린다. 저녁에는 조 선생님 팀도 합류해서 같이 즐거운 저녁식사까지 했다. 오늘은 주행거리도 짧은 여행 중 휴가 같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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