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54 - 이탈리아 밀라노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 있는 마조레 호수가 있는 아로나에서 밀라노까지는 70여 킬로 미터 거리니까 한 시간 정도면 다다를 수 있다. 아톰의 큰 몸짓 때문에 대도시에 들어갈 때면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밀라노는 어떤 도시일까? 걱정한 대로 밀라노는 교통량이 많고 도로도 복잡하다. 밀라노 도심에 들어갈 때 복잡한 도로 때문에 몇 바퀴를 돌기도 했다. 밀라노 정박지에 들어갈 때 좁은 길로 들어가게 됐는데 다른 차가 앞에서 오면 어떡하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밀라노 여행을 위해 우리는 캠핑카 정박이 가능한 유료 주차장에 정박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 대한 안 좋은 풍문이 인터넷 상에 너무나 많다 보니 조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예를 들면, 도로상에 주차해 놓은 차에 도둑이 들었거나 창문이 깨져 수리하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일반 여행객들에게는 여권이나 지갑, 핸드폰을 분실당하는 사건들도 무수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에게도 어느덧 심어져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29유로나 하지만(다른 유럽 나라의 캠핑장 가격보다 비싼 편이다) 도심의 유료주차장에서 정박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캠핑카 여행객을 위한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주차장 앞에 있는 2번 트램을 타고 두오모 성당 쪽으로 가본다.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밀라노 두오모 성당 앞 광장은 어마 어마한 인파로 가득 차 있다. 이 성당은 1386년에 건축을 시작한 후, 500여 년 동안 건설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성당 외관은 모두 하얀 대리석으로 장식되어 그 자체로 빛나 보인다. 그리고 찌를듯한 135개의 첨탑들은 건물의 화려함의 극치를 이끌어 낸다. 한마디로 그 규모와 화려함에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화려한 도시 밀라노에서 내가 가장 화려해’
‘내가 어떤 도시보다 밀라노를 화려한 도시로 만들고 있어’
두오모 성당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까지 화려한 성당을 지어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조차 한다.
11월 중순인데도 성당에 들어가려는 관광객들의 대기 줄이 매우 길다. 우리도 표를 사서 들어가 볼까 하고 티켓 판매 건물에 들어가 본다. 이곳도 표를 사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성향이 강해서 사람들로 붐비는 축제에 잘 가지 않는다. 그냥 우리는 성당 외부를 중심으로 관람하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성당 주변을 둘러보고 도심의 이곳저곳을 다녀본다. 대형 윈도우 안의 수많은 옷들이 이곳이 패션의 도시임을 말해주고 있다. 아케이드 거리 한 복판에서 여자 모델이 겉 옷을 모두 벗고 속 옷차림으로 화보 촬영을 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 도시가 얼마나 화려한 도시인지를 보여주려는 듯한 공간이 있는데 그것은 비토리오 아메 누엘 레 2세(통일 이탈리아 왕국 초대 국왕의 이름) 갈레리아이다. 이 건물은 유리로 된 높은 돔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모자이크로 장식된 넓은 길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다.
이 긴 이름의 아케이드 거리는 두오모 성당이 있는 광장부터 반대편 스칼라 광장까지 약 200미터나 된다. 이렇게 화려한 건축물이 지금으로부터 약 150여 년 전에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건물이 만들어졌을 당시 유리로 만들어진 돔은 사람들에게 마치 수정궁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아케이드 가운데에 교차로가 있는데 이 교차로에는 사보아 이탈리아 통치 가문의 상징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잘 보이지 않는다.
광장에서 아케이드를 보면 아케이드가 커다란 개선문처럼 보인다. 개선문은 많은 도시에서 그 도시의 영광을 보여주고 싶을 때 많이 설치하곤 한다. 도심 한 복판에 그리고 성당 광장과 연결하고 있는 이 건물은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건물이 웅장하고 화려한 것처럼 왕국도 오랜 세월 동안 번영할 것이고 이 왕국의 번영도 신과 함께 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을 걸었던 것은 아닐까.
단지 화려한 상업 공간만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의 주요 건물들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큰 무리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현재 이 도시에서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케이드 안에서 멀리 밖을 쳐다보면 밀라노에서 거의 없는 대형 빌딩 한 개가 한눈에 들어온다. 왕국의 번영을 상징하고 있는 아케이드의 시선이 뻣어나고 있는 지점에 현대 도시의 번영을 상징하는 고층 빌딩이 위치하고 있다. 이런 배치가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역사상 화려한 건축물처럼 정치적인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