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의 결과는?

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56 - 이탈리아 세라발레 아웃렛

by 류광민

아웃렛에 캠핑카 정박지가 있다네!

이탈리아 파비아에서 이상하게 예쁜 느낌의 다리와 이탈리아서 보기 드문 벽돌로 지어진 성당, 중고 헌 옷을 파는 재래시장 등을 방문한 후, 오후 늦은 시간에 다음 정박지로 향했다. 그 정박지는 세라발라 아웃렛이다. 이 곳을 정박지로 정한 이유는 다음 목적지인 제노바로 가는 입구에 있기 때문이다. 제노바는 우리의 인천과 같은 항구도시로 꽤 큰 도시이다. 제노바에는 정박할 만한 적당한 곳이 없어서 캠핑카 정박 지원 시설이 있는 세라발라 아웃렛에서 하루 묵어 갈 계획이다.

아웃렛 셔틀버스가 시간마다 밀라노와 제노바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밀라노에서 당일로 왔다 갔다 하는데 무리가 없다. 패션의 도시 밀라노에서 볼 수 있는 브랜드 대부분이 있고 값도 밀라노 매장에 비해 저렴한 것 같다.

세라발레 아웃렛 주차장 한쪽에 캠핑카 전용 주차장이 있다. 캠핑카에 필요로 하는 전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캠핑카 주차장이 외진 곳에 있어서 매우 조용하다. 화장실은 당연히 아웃렛 화장실을 사용하면 된다.

아웃렛에서 캠핑카 전용 주차장을 통해서 우리는 유럽이 캠핑카 천국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왜, 아웃렛에 왔어?

우리가 아웃렛 매장에 온 이유는 이탈리제 옷을 값싸게 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비싼 브랜드 옷에 그리 욕심이 있는 부부가 아니다. 너무나 유명한 브랜드 말고는 유명한 패션 브랜드가 어떤 게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값싼 옷에도 충분히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화려한 패션 매장은 단지 지나가는 구경거리일 뿐 관심사항이 아니다. 그런 부부가 왜 아웃렛 매장인가?

진짜 이유는 하루 정박하기 위한 것과 더불어 음식물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10여 일 동안 제대로 신선식품을 포함한 식료품을 구입하지 못했다. 식료품 매장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아웃렛 단지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식료품 상점이 없다. 길을 건너가면 다양한 쇼핑 상점들이 있다. 그곳에서 가서 찾아야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육교를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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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발라 아웃렛에 조명이 들어왔다.

항상 아내가 승자다!

그런데 상점들이 긴 선형으로 배치되어 있고 우리는 그 중간 정도에 서 있다. 어느 쪽으로 가면 식료품 매장이 있을까? 안내도에는 식료품 매장이라고 품목이 표시되어 있지 않고 상점 이름만 표시되어 있다. 현지인이 아니기에 상점 이름만으로 판매 품목을 알기 어렵다. 참 난감하다.

나는 끝이 조금 짧은 쪽으로 갔다가 식료품 매장이 없으면 다시 반대편으로 가자고 하고 아내는 더 긴 쪽으로 우선 가자고 한다. 한참을 서로 싸운다.

나는 보지 못했는데 긴 쪽에서 사람들이 같은 종류의 비닐봉지를 들고 오는데 그 비밀 봉지에 음식물이 들어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더 합리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이런 것 가지고 싸우는지 모르겠다.

각자가 다른 주장을 강하게 할 때에는 항상 승리자가 정해져 있다. 아내가 승리자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IMG_9674.jpg 힘들게 구입한 음식물들. 아내가 원한 신선식품이 없다.

이해하기 힘든 부부 관계!

나는 쇼핑 매장에서 걸으면 항상 빨리 피곤해진다. 산속에서 트레킹 할 때에는 힘이 안 드는데 말이다. 조금씩 피곤이 몰려온다. 빨리 식료품 매장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가도 가도 식료품 매장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거의 끝까지 왔다. 끝나는 지점 건너편에 따로 떨어져 있는 작은 매장 하나만 남아 있다.

아내는 분명 이곳 어딘가에 식료품 매장이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식료품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같은 종류의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계속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들어간 길 건너편 작은 매장에는 다행히 음식물을 팔고 있었다. 그러나 야채, 과일, 신선 육류는 없다. 그 대신에 케이크, 초콜릿, 빵 등 가공품을 주로 파는 곳이었다. 아내가 크게 실망한다. 가공품도 필요하지만 신선 식품을 구입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그동안 사지 않았던 달콤한 케이크도 샀다. 아내는 자신이 주장한 게 맞았다고 으쓱거리고 또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식료품 매장에 안 데려왔다고 화를 낸다.


부부 싸움이라는 기회는?

캠핑카 여행은 좁은 공간에서 부부가 함께 24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싸울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싸우더라도 항상 화해해야 한다. 그러면서 나는 생각해 본다.


"진짜, 나는 언제 아내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내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


캠핑카 세계 여행을 떠나기 위해 준비할 때부터 우려되었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부부싸움 문제이다. 그 부부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중재자도 없는 상황. 심지어 피할 수도 없는 환경이다. 캠핑카 장기 여행은 부부 만의 시간이고 부부 만이 있는 환경이다. 그런 조건에서 부부 싸움은 서로를 진짜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해결해야만 한다. 그런 각오로 떠난 여행이다. 그렇지만 오늘 참, 힘이 든다.

그래, 우리 부부가 서로를 진짜 알아가고 동반자로 살아가는 지혜와 사랑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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