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카 세계 여행 에세이 52 - 이탈리아
2018년 11월 14일, 우리 부부가 국산 캠핑카를 데리고 세계 여행을 위해 한국 동해항을 떠난 지 벌써 87일째 되는 날이다. 스위스를 대표하는 관광지인 체르마트와 견줄만한 비경을 품고 있는 문자 그대로 험준한 스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국경을 통과했다. 오늘 15년 된 한국 캠핑카로 3천 미터가 넘는 산맥을 넘은 것이다. 중고차였기에 항상 언제 차가 고장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오늘도 아톰은 큰일을 묵묵히 해냈다.
산 정상에서 내려올 때에는 4킬로미터 이상의 급경사 길이 이어졌다. 안전 문제 때문에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어에 약간씩 냄새가 나긴 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없이 오늘 쉬어갈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이름은 Crerolodos Sola.
마을 뒤 편으로 우리가 넘어온 알프스 산맥이 보인다. 마을 뒤편으로 설산이 보이고 산 중턱에는 오래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다. 마치 스위스의 작은 오래된 마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내가 말한다.
“국경이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구분하고 있지만 자연을 나누지는 못한 것 같아!”
그렇다. 우리가 지나온 알프스 산맥 협곡이나 굽이 굽이 산길도 옛날에 사람들이 다녔을 길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깊은 산속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 있다. 그 사람들 간에는 그저 사람들이 사는 산 일 뿐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이탈리아 첫 정박지는 마을 아래 축구장 옆에 있는 공용주차장이다. 주민들이 운동을 하려 오곤 하는 곳이다. 이 주차장에는 수도도 있고 캠핑카 오수도 버릴 수 있는 편의시설까지 있다. 잔디밭에는 돌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도 있다.
캠핑카 한대가 주차장을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박지에 캠핑카가 있으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왜냐하면 캠핑카가 정박하고 있다는 것은 이곳이 안전한 곳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음 편하게 한쪽에 자리를 잡는다.
오늘 오전에 험준한 산을 넘느라 신경을 너무 썼기 때문에 오후에는 마음껏 쉬어가자.
그러나 먼저 마을에 은행과 슈퍼마켓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식료품을 구입한 이후에 일주일 동안 제대로 시장을 보지 못했고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현금(유로)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집들이 많이 있는 성당 쪽으로 올라가 마을 이곳저곳을 둘런 본다. 일반적으로 성당은 항상 마을의 중심지이다. 그러므로 성당 근처에 은행이나 슈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찾아 올라간 성당은 그리 크지 않지만 나름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가끔 지나가는 차들과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상가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지어진 깨끗한 집들도 있지만 상당수 집들이 돌로 지어진 옛날 집들이다. 좁은 골목길과 돌로 된 바닥이 옛날 마을로 들어와 있는 느낌을 준다. 어느 누구에게 간섭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을이다. 은행도 없고 그 흔한 작은 구멍 가계도 없는 정말로 조용한 마을이다. 우리가 찾아 헤맸던 음식은 못 구했지만 차에 남아 있는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해야겠다. 그래도 너무 좋다.
오늘은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좋은 날씨다. 오래간만에 아톰 세수도 해주어야겠다.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수돗물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말이다. 러시아에서 산 물분 무기로 아톰을 깨끗하게 씻기고 종이 박스로 만들어 사용해왔던 젓은 깔판도 햇빛에 말린다.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에어쿠션도 펴서 햇빛에 말린다. 말린 에어쿠션을 잔디밭에 펴 놓고 거기에 누워 푸른 하늘과 햇살을 즐긴다. 얼마나 오래간만에 이런 자유를 누리는 건가.
캠핑카 여행 자체가 자유인데 오래간만에 이런 자유를 누리는 것에 감격해하다니. 참, 가끔 이상한 일이 발생할 때가 있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지는 해가 미워진다. 또다시 밤이 오고 있다. 이렇게 좋은 시설을 만들어 먼 이국땅에서 온 이방인에게 기꺼이 내어준 마을 당국에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곳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