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튀르키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이지만 또 안 가본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나라일 겁니다.
유럽 여행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솅겐 협정'이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텐데요. 쉽게 말하면 '솅겐 국가'로 묶이는 나라(대부분 EU 국가) 내에서는 여권 없이 자유롭게 왕래가 가능하지만 6개월 중 3개월 동안만 체류가 가능합니다. 보통 한 나라에 3개월까지 여행 비자가 나오는데 솅겐 국가의 경우 여러 나라가 묶여있으니 나라별로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짧아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솅겐 국가 6개에 2주씩 여행한다면 나머지 3개월은 솅겐 국가 밖에서 지내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인데요. 문제는 솅겐 국가에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있기 때문에 (EU 탈퇴한 영국 제외) 길게 유럽을 여행한다면 꼭 신경 써야 하는 부분입니다.
아무튼 유럽 주변에 있는 비솅겐 국가 중에 튀르키예가 가장 만만한 나라였는데요. 일단 위치도 유럽 바로 옆에 있고 환율 폭락으로 물가도 저렴하고 지금까지 봐왔던 서방 국가들(유럽/북미)하고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에요.
사실 이왕 솅겐 국가에서 나와야 하니 좀 더 도전적으로 북아프리카나 중동지역을 가볼까 싶었는데 여러모로 리서치해본 결과 우리처럼 긴 여행으로 짐이 많은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여행 인프라가 부족한 곳도 많고 여행객들에게 사기나 호객이 너무 심하거나 내전이나 테러 등으로 인해 여행 초보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튀르키예에 대해서 얘기해 봅시다. 솔직히 말하면 튀르키예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중동과 가깝기 때문에) 치안/테러 등으로 위험하지 않을까?
(경제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인프라가 많이 낙후되지 않았을까?
(종교/문화 등의 이슈로) 아시안에게 불친절하거나 차별이 있지 않을까?
그래도 다녀온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튀르키예가 이슬람 나라 중 가장 여행 친화적이고 물가도 저렴한 나라이기에 여기 이스탄불에서 한 달 동안 머물기로 했습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튀르키예 이스탄불로 직항 비행기를 타니 2시간 만에 도착했습니다. 그만큼 유럽이랑 지리적으로 굉장히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서로 다르게 느껴질까요? 아마 가톨릭과 이슬람이라는 종교/문화 차이 때문인 듯합니다.
밤 8시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고 밖으로 나가니 소란스럽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느낀 긴장감이었는데 소매치기를 당하지 않을까 한 손으로 큰 캐리어 2개를 붙들고 다른 손으로는 우버를 잡기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래도 유럽에서 가장 평화로운 스위스에서 와서 그런지 특히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또 호출한 우버 기사님을 만나려고 하는데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더 멘붕이 됐는데요. 심지어 아직 유심칩이 없어 구글 번역기도 안 되는 상황에서 운 좋게 기사님을 만나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가는 길 창밖으로 새로 지어지는 고층 건물들이 꽤 많은 걸 보니 그래도 아주 낙후된 곳은 아니구나 싶어 한시름 마음이 놓였습니다.
참고로 튀르키예는 전 세계 유일하게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으로 나눠진 국가이며 보스포루스 해협이 그 가운데 위치하는데요. 유럽 지역에 대부분의 관광지가 있고 아시아 지역은 현지인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곳이라 합니다.
그리고 유럽 지역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눠지는데요. 구시가지에 아야 소피아나 블루 모스크 등 역사적인 장소들이 다 모여있으며 동네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로마 시대에 지어진 대규모 지하 저수지가 있어서 함부로 지하철을 뚫을 수도 없고 파리처럼 건물을 지을 때 6층 고도 제한도 있습니다. 구시가지에서 갈라타 다리(Galata Bridge)를 건너면 신시가지인데요. 여기에는 글로벌 호텔 체인도 많고 마트나 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이 가득합니다. 우리 숙소는 이스탄불의 명동으로 불리는 신시가지의 중심, 탁심 광장(Taksim Sqaure) 근처에 있습니다.
그렇게 한 40분이 걸려 이스탄불 시내로 접근하자 창밖으로 모스크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튀르키예에 왔구나 실감이 났던 순간이었는데요. 어느새 익숙해진 유럽을 떠나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도착한 느낌이라 오랜만에 다시 한번 여행 텐션이 높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독일에는 이민 온 튀르키예인들이 굉장히 많아서 오죽하면 이스탄불보다 베를린에 케밥 집이 더 많다고 합니다. 특히 이태원처럼 베를린에도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 있는데요. 그곳에서 만난 튀르키예인이 이스탄불은 크레이지 시티(Crazy City)라서 가면 충분히 재미있을 거라 했습니다. 이 나라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었기에 나름의 기대심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게 숙소에 도착해 짐 정리를 하고 밤 10시쯤 됐을까요? 늦은 저녁을 먹고 생필품도 살 겸 밖으로 나갔습니다. 10분 정도 걸어 메인 쇼핑거리인 탁심 광장 쪽으로 나가니 웬걸... 주말의 홍대처럼 굉장히 활기찬 분위기였습니다.
이슬람 국가라는 편견이 있어서 그랬을까요? 굉장히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라 생각했는데 정반대였습니다. 유럽의 경우 밤늦게까지 연 식당이 많지 않은 편인데 여기는 식당은 물론 의류샵, 디저트샵, 기념품샵 등 새벽까지 열려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코로나 전 서울의 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몰려있는데도 도로 정중앙에 트램이 지나가더라고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무질서 속에 질서라고 앞뒤로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갑니다. 또 그 사이에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비집고 들어오는데 놀이동산에 온 듯이 아드레날린이 솟구쳤습니다.
양옆 상점에는 이태원에서만 보던 터키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오라고 손짓하고 골목 사이에 들어가면 야시장들이 쭉 펼쳐져 있는데 뭔가 동남아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생선이나 고기를 팔기도 하고 휴대폰 케이스나 짝퉁 명품 등 없는 게 없더라고요.
오기 전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튀르키예 편을 챙겨보고 왔는데요. 우리는 첫 식사로 '홍합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저는 해산물을 잘 먹지 못해서 큰 기대가 없었는데 한입 먹어보니 너무 맛있었어요. 참기름 같은 것을 섞어서 그런지 아주 고소하고 밥그릇 대신 홍합 껍데기를 들고 먹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20개 정도 시켜서 둘이 나눠 먹었는데 7천 원밖에 안 나와 정말 뿌듯했어요. 유럽에서는 아무리 물가 싼 남유럽(이탈리아/스페인 등)이라도 식당에 들어가면 메뉴판 가격을 꼭 체크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일단 시키고 영수증을 봐도 무리가 없었던 것 같아요. 또 맛도 한국인에게 잘 맞고 종류도 다양해서 식도락 여행으로 튀르키예는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간식처럼 먹는 거라 간에 기별도 안 갔습니다. 다시 골목을 빠져나와 보니 밤/옥수수 등 수많은 길거리 음식을 마주칠 수 있었는데요. 튀르키예에 왔는데 케밥은 안 먹을 수 없죠. 구글맵 평점을 보고 Dürümzade라는 케밥 집을 발견했습니다. 나중에 여러 케밥을 먹어봤지만 여기는 그냥 알아보고 간 것 치고 대존맛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이나 서울에서 먹었던 케밥 하고는 정말 달랐어요. 여기는 매일 주식으로 먹어서 그런지 소스는 거의 없고 간단한 향신료와 고기만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은근히 담백하고 물리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끝으로 이동하느라 고생했는지 집 가는 길에 그 유명한 '카이막'(물소 젖으로 만드는 크림)을 사려고 동네 마트에 들어갔습니다. 사장님이 영어를 전혀 못 하셔서 구글 번역기를 두들기며 카이막 있냐고 물어보니 잠시 기다리라 하고 어딘가로 사라지셨는데요. 무슨 상황인지 벙쪄있었는데 알고 보니 사장님이 다른 마트에서 카이막을 사서 오신 거였습니다. 그렇게 이스탄불 첫날부터 튀르키예 사람들의 인심과 정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정은 한순간도 배신하지 않고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스탄불에서 지낸 지 거의 3주가 돼가는데요. 얼추 이 도시에 정도 느끼면서 단골 식당도 생기고 우리 동네처럼 작은 골목도 찾아가며 잘 다니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내면서 제가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와 튀르키예 사람들에 대해 느낀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중동과 가깝기 때문에) 치안/테러 등으로 위험하지 않을까?
며칠 전 탁심 광장 쪽에서 폭발 사고가 있었는데요. 6명이 숨지고 87명이 다쳤으며 정부에서는 이를 고의적 테러라고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튀르키예 정부와 사이가 안 좋은 극단주의 무장 세력(IS)과 쿠르드계 분리주의 무장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자살 폭탄 테러가 2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스탄불 주요 관광지나 고급 백화점에 들어가면 공항 검색대 같은 보안 검색을 꼭 진행하며 도심 곳곳에는 경찰이 다수 배치되어 있습니다. (불안하게 느껴야 할지 안전하게 느껴야 할지 복잡 미묘하네요)
다행히 우리는 사람이 좀 없는 쪽에 있었어서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메시지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리고 곧 정부에서는 National Security라는 명목하에 트위터, 인스타, 유튜브, 틱톡 등 SNS를 일시적으로 차단했습니다. 몇 주 전 이태원에서도 참사가 있었기에 좀 더 섬뜩하게 느껴졌던 것 같네요.
테러라니요. 한국에서 사는 우리로서 굉장히 멀게 느껴지지만 2016년경 파리를 짧게 방문했을 때는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해서 에펠탑 근처에 장갑차와 총을 든 군인들이 쭉 깔려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유럽은 작년 말부터 전쟁 중이고, 중남미는 마약과 범죄로 물들어있고, 미국에서는 총기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고, 중동과 동남아는 과거부터 내전과 부패로 앓고 있다고 하는데요.
즉 테러, 총기 사고, 치안 문제 등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로운, 그러니까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완벽하게" 안전한 나라는 정말 손에 꼽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가 익숙해져서 그렇지 해외에서는 한국도 꽤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유럽에서도 매번 뉴스 보도가 나오는데 한국을 와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낄만합니다. 그리고 최근 이태원 참사를 보면 한국에서도 이런 불상사가 가끔씩 생기곤 하는데 결국 여기도 거기도 모두 사람 사는 곳입니다.
최근 일어난 테러로 신뢰가 떨어지긴 했지만 제가 여행하며 느낀 튀르키예는 여전히 여행 초보자들도 가기 쉬운 여행 친화적 국가인 것 같습니다. 제일 크게 와닿은 것은 사람들이 친절하고 정이 많다는 것인데요. 몇 가지 상황이 있었는데 대중교통에 어쩌다 옆에 앉은 현지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 물어보면서 이스탄불의 갈만한 곳을 추천하는 일은 남녀노소 불문 흔한 일이었습니다. 교통카드를 처음 구매할 때는 기계 앞에서 서성거렸더니 현지 학생이 다가와 10분 넘게 교통카드 사용법을 설명해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대부분의 경우 영어가 그렇게 유창한 게 아닌데도 도와주고 싶은 그 순수함이 참 고마웠어요. (당연히 튀르키예 모든 사람이 친절하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말기를)
'형제의 나라'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고 특별히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튀르키예는 여행 온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는 친절한 나라였습니다. 대신 관광지 틈틈이 호객하는 사람들이 배치된 것은 덤.
(경제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인프라가 많이 낙후되지 않았을까?
전반적으로 유럽과 동남아의 사이라고 보면 될까요? 인프라가 훌륭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다니는데 전혀 지장이 없긴 합니다. 오히려 대중교통은 잘 갖춰진 편이라 트램, 버스, 지하철 등 필요에 따라 이용하면 됐지만 문제는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토바이와 신호등이 의미 없는 도로의 무질서함이 혼잡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은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여자 꼬마 아이가 구걸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북미나 유럽 여행을 하면서 홈리스들을 많이 봐왔지만 3살도 안 돼 보이는 꼬마 아이가 구걸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옆에 보니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은 쓰레기통을 뒤지면서 먹다 남은 빵을 먹고 있었는데요. 안쓰러운 마음에 주머니에서 50리라(약 3,600원으로 튀르키예에서는 밥 한 끼)를 줬습니다. 그러자 주변에 있는 4~5명의 꼬마 아이들도 몰려와 아내의 허리를 안으면서 구걸하기 시작했는데요. 한 명에게만 돈을 줄 수 없으니 나머지 애들에게도 50리라씩 주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껏 순수하게 놀고 자라야 할 때 구걸하는 것부터 배우는 다니는 게 마음이 가장 아팠습니다.
예전에 인도를 다녀온 친구가 해준 얘기가 있었는데요. 길거리에서 수박을 사 먹는데 먼지 같은 게 묻어서 닦아달라고 하니 옆에 흙탕물에 담가서 줬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우리를 골려 먹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 흙탕물이 더럽다는 인식 자체를 못하는 것입니다. 비록 세균이 눈에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눈에는 흙탕물에 수많은 박테리아가 있다는 것을 알잖아요.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결국 우리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우리 시야 밖의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어딘가 일어나고 있는 삶이고 그들에게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기에 무시하고 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튀르키예를 보면서 그래도 희망을 느낀 것은 남녀노소 모두 성실히 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번 터키 아이스크림을 파는 젊은 청년에게 호객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괜히 꼬드김을 당한 것 같아 분했지만 단돈 50리라를 벌기 위해서 열심히 장사하는 모습이 길거리에서 마약을 하거나 사기를 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처음에 여기가 익숙지 않아 식당이나 상점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누구도 우리에게 사기를 치려고 하거나 불친절하게 대한 적은 없었습니다.
(종교/문화 등의 이슈로) 아시안에게 불친절하거나 차별이 있지 않을까?
우선 98%가 이슬람이기 때문에 우리 같은 이방인들을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일단 오해를 풀고 가는데 튀르키예는 국교가 없습니다. 그래서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 이슬람 국가를 생각하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처럼 여자들이 눈만 보이는 검은색 히잡(정식으로 '부르카'라고 부릅니다)을 쓰고 다닌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특정 중동 국가에서나 그렇고 튀르키예나 북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모로코/튀니지 등)은 무슬림 여자라도 반드시 히잡을 착용할 필요가 없고 개인 혹은 집안의 성향에 맡긴다고 합니다.
번외로 중동에서 여성들이 부르카를 쓰는 이유는 뜨거운 모래바람이 불어오는 건조한 사막기후라 몸의 수분과 온기를 유지하는 데에 유용해서입니다. 그래서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과거부터 전통의상처럼 쓰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튀르키예는 사막이 아니니까 전신을 다 가릴 필요가 없어 원하면 히잡만 가볍게 쓰는 거죠.
더 정확히 말하면 이슬람 나라 중 가장 개방적인 나라가 튀르키예인데요. 얼마나 개방적이냐면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꽤 많고 (튀르키예 보드카 및 맥주도 있고 내륙 지방에는 유명한 와이너리가 많습니다) 여기가 유럽인가 싶을 정도로 패셔너블한 사람들도 많고, 클럽이나 술집도 많고, 교회랑 성당도 있습니다. 모스크랑 언어를 제외한다면 여기가 유럽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렇게 개방적이다 보니 당연히 외국인들과 관광객들에게 매우 열려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차별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또 튀르키예에서는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모스크에 입장이 가능합니다. 물론 여자의 경우 머리를 가릴 무언가만 쓰면 되는데 후드를 쓰거나 심지어 비닐봉지를 써도 허용해 줍니다. (이슬람 주일인 금요일 예배시간은 제외) 덕분에 인생 처음으로 모스크 내부에도 들어가 보고 코란을 만져보기도 했습니다. 중동나라에서는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모스크가 정해져 있거나 거의 없습니다. 이태원에서도 무슬림이 아니면 못 들어가더라고요.
튀르키예가 왜 형제의 나라라고 불리는지 아시나요? 실제로 튀르키예의 선조인 쿠르드족이 고구려 옆 나라 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종적으로 우리나라랑 매우 가깝다고 하네요. 하지만 지금은 종교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우리랑 너무 다르니 멀게만 느껴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 나라를 방문하면서 새로운 문화권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고 정도 많이 든 것 같습니다.
튀르키예는 말했듯이 여행의 천국입니다. 볼거리나 역사나 문화나 먹거리가 굉장히 다채롭고 매력적입니다. 우리에게는 좀 다른 의미로 힐링의 나라였어요. '솅겐 조약' 덕분에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정 많고 친절한 사람들, 오랫동안 잘 보존된 역사와 유물들, 이국적인 문화 덕분에 잘 쉬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