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클래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넘어오기 위해 'BlablaCar'라는 카풀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앱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기재하면 라이더와 매칭해주는 서비스인데요. 아무래도 유럽은 나라가 서로 붙어있고 왕래하는데 비자가 필요 없으니 이런 장거리 카풀 서비스가 발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한 생각도 투철하다 보니 혼자보다 여럿이서 자동차를 타고 가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아무튼 우리는 뮌헨에서 사는 독일인의 차를 얻어 탔습니다. 소정의 돈을 지불하고 타는 거지만 이어폰을 끼거나 잠을 자면 운전자에 대한 매너가 아니니 이동하는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대화를 나눴습니다. 대화가 끊길 때면 서로가 다음 주제를 꺼내려고 눈치 싸움을 했던 기억도 있네요.
이 독일 친구는 40대 초반 남성인데 데이터 보안 컨설턴트로 정부에서 일한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문제, 미국과의 관계 등 민감한 주제를 먼저 꺼낼 정도로 열려있던 사람이라 1:1 인터뷰를 한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을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나는 동독 아버지와 구소련 어머니 밑에서 자랐어. 그리고 내가 2살 때 80년대 후반이었는데 그때 독일이 아직 동독과 서독으로 나눠져 있었거든. 그때 부모님과 함께 서독으로 탈출했어.
당시 동독과 서독의 국경이 아주 삼엄해서 우리는 구소련에서 핀란드 국경을 넘어 서독으로 넘어갔지. 정말 웃을 일이 아니었어. 며칠이 걸려서 숲에서 자고 강물을 헤엄치면서 죽기 살기로 갔던 것이 40년 전이었는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난민들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 물론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를 받아들일 순 없지만 누구나 두 번째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가 부모님과 태어난 나라를 선택할 순 없잖아.
일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같은 민족인데 서로 총을 겨누면서 싸우는 게 너무 안타까워. 그리고 나는 독일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어머니가 구소련 출신이시고 많은 사촌이 아직 러시아에 살고 있어. 그래서 나는 러시아어도 할 줄 알고 어릴 때부터 러시아를 자주 갔기 때문에 이번 전쟁이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
참고로 알다시피 지금 러시아에서 젊은 남성들을 징집하고 있잖아. 내가 몇 주 전부터 사촌들에게 빨리 독일로 피신하라고 말했는데 말 더럽게 안 듣다가 지금은 아예 모든 루트가 막혀서 넘어올 수 없어. 예전에는 튀르키예 같은 나라를 통해서 올 수 있었거든.
하지만 진짜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가 부패했다는 거야. 전 여자친구가 우크라이나 사람이라서 우크라이나를 놀러 간 적이 있었어. 고속도로에서 차를 타고 가는데 경찰이 억지로 세우더니 속도위반을 했다는 거야. 내 차가 똥차라서 그렇게 빨리 달릴 수도 없는데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경찰한테 항의하려고 했지. 근데 여자친구가 운전면허증 사이에 돈을 끼워서 줬더니 그냥 넘어가는 거야. 이게 불과 5~6년 전이야. 지금은 21세기인데 말이야.
러시아도 마찬가지야. 오히려 물가가 더 비싸니 우크라이나에서는 경찰에게 20달러를 줘야 했으면 러시아에서는 50달러를 줘야 할 거야. (물가 차이인가?) 안타깝지만 경찰은 믿을 수 없고 나라 자체가 부패로 돌아가는 사회야.
왜 두 나라에 부패가 특히 심각하냐면 구소련 당시엔 진짜 먹을 게 하나 없을 정도로 가난했었어. 그렇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끼리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게 그들의 삶의 방식이었거든. 그렇게 내 가족과 친구를 위주로 챙겨주다 보니 그게 커져서 부패가 생긴 거야. 예전에는 먹고사는 게 힘들었으니 그랬다 쳐. 지금은 둘 다 괜찮게 잘 살거든. 그런데도 부패함이 아직까지 쭉 이어지고 있는 게 문제야.
말했듯이 러시아에 내 사촌들이 살고 있어. 엔지니어로 살고 있는데 시장이나 정부에 돈을 먹이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중단돼. 물론 내 사촌들도 이런 시스템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돈을 먹이고 돈을 받기도 해. 우크라이나나 러시아나 매한가지야.
이번 전쟁은 시민전쟁 같은 느낌이야. 사실상 EU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이 발생한 거라서 말이야.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에 철강 공업단지와 발전소가 많은데 원래는 국경이 무색할 정도로 관세 없이 서로 무역을 해왔어. 그런데 반러시아 정당 출신인 젤렌스키가 대통령이 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관세를 받자고 해서 친러시아 정당과 러시아 세력이 화가 많이 났어. 그게 이번 전쟁의 트리거였지.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려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Oligopoly(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재벌)들이 서로 합의를 봐야 해. 그래서 사실상 EU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다는 거야.
개인적으로 EU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해. 비즈니스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국경이 없으니 편하게 왕래가 가능하고 EU 소속 국가라면 어디서든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지. 무엇보다 EU 국가끼리는 불가침 조약이 있어 무력 충돌이나 전쟁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아. (유럽은 아무래도 1, 2차 세계 대전에 대한 트라우마가 크더라고요) 그리고 무역 관세도 피할 수 있으니 비즈니스적으로도 더 효율적인 것 같아.
실제로 브렉시트 이후 영국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비즈니스적으로나 개인적으로 교류가 더 어려워 힘들어졌다 해. 인플레이션도 심해지고 다 수입인데 물건 공급받기 힘들어졌다고 하더라고.
EU에 들어오고 싶은 동유럽 국가들 우크라이나 등이 있지만 이건 꽤 까다로운 문제야. 일단 EU에 가입하려면 (1) 민주주의 정부 (2) 비슷한 소득 수준 및 삶의 질 (3) 유로화 화폐 개혁이 중요할 것 같아. 물론 (3)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기존 EU 국가들도 있지만 (예. 스웨덴 크로나) (1)과 (2)는 정말 필수적인 것 같아.
우크라이나는 아직 부패도 많고 기존 EU 나라들과 삶의 질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지금 들어오기에 무리가 있어. EU가 선생님도 아니고 모두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지. 그래서 스스로 어느 정도 성장한 뒤 EU에서 받아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개인적인 생각) 수 세기 동안 서로 치고받고 싸운 역사가 있는데도 전쟁을 딛고 힘을 합친 게 한편으로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동아시아(중국-일본-한국)는 가능할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세계 최강이 되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림도 없는 얘기가 아닌가 싶네요.
고등학교 때 미국에 1년간 교환학생을 갔다 온 적이 있었거든. 근데 그때 좀 weird 하다고 생각했어. 뭔가 좀 더 보수적인 느낌이라고 할까?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때 서로 flirting 하는 게 너무 당연한데. 예를 들어 서로 하룻밤 보내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말고. 근데 미국에서는 서로 재더라.
그리고 유럽에서는 강이나 바닷가에 가면 그냥 빨가벗고 물에 들어가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무도 그걸 보고 뭐라 안 하고, 뭐라 하는 게 이상해. 근데 미국은 그렇지 않더라고.
아 그리고 이번에 노르트스트림 폭파사건 있잖아. 그거는 국가 단위의 sabotage가 맞는 것 같아. 그런데 노르트스트림이 위치한 발트해는 엄청 작거든. 대서양도 아니고 그 작은 구역에 스웨덴, 핀란드, 독일, 러시아, 미국 등 모든 나라가 지켜보고 있는 데 누군가 몰래 폭파시키고 간 것은 정말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아마 범인이 누군지 다들 알 텐데 모르는 체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
물론 러시아의 말은 100% 믿기 어렵지만 이번에 러시아가 했다고 보기에도 동기가 부족해.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가 60%, 독일이 40% 투자했는데 둘 다 동기가 없어. 심지어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팔고 싶은데 독일에서 막고 있는 거거든. 우크라이나는 잠수함 등 장비가 없어서 불가능할 테고.
근데 미국은 예전부터 노르트스트림을 싫어했어. 유럽이 러시아를 통해 천연가스를 구매하면 자기네 오일 인더스트리가 망하니까. 그래서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이 좋아했을지도 몰라.
지금 유럽은 미국과 카타르에서 오일을 사. 근데 미국의 오일 가격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비해 자그마치 10배야. 대서양을 넘어 운송해야 하잖아. 그래서 짜증이 나.
심지어 경제 제재 때문에 우리는 러시아 오일을 직통으로 못 사. 근데 인도 같은 나라는 러시아에서 오일을 살 수 있거든. 그러면 우리는 인도에서 러시아 오일을 수입하는 거야. 결국 인도만 좋은 거지. 물론 나도 이 상황을 이해해. 러시아를 압박해야 하니까.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오르니까 짜증 난다는 거야.
원래 독일은 노르트스트림으로 러시아에서 직접 천연가스를 구입해 유럽 전역에 공급하면서 돈을 벌려고 했어. 근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스관까지 터지면서 아주 플랜이 망했지.
그래서 미국이랑은 마음이 반반이야. 유럽인들끼리는 잘 합치는데 말이야. 그리고 유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하는 짓에 대해 규탄을 했어. 근데 미국은 친이스라엘이니까 오히려 이스라엘을 옹호하지. 서로 파트너니까.
일단 난 유로피안으로서 자랑스러워. 아까 난민 문제 얘기가 나왔지만 유럽에서는 모두 평등하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열려있고. 그렇다고 우리가 innocent 하다는 게 아냐. 과거에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식민지 삼았던 역사가 있었지. 오해하지 마.
아무튼 그래서 독일은 교육과 의료비도 거의 무료야. 근데 미국은 교육이나 의료비 모두 비싼 거 보면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주고 싶지 않은 느낌 들어. 그게 유럽과 미국의 차이점인 것 같아.
그리고 유럽은 민주주의를 중요시해. 물론 절차는 느리지만 서로 견제하면서 결국에는 가장 합리적인 길을 향해 나아간다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같은 나라들은 유로피안 나라라고 보기 아직은 어렵지. 물론 나중에 기회가 있을 수도 있지만.
Strong 리더십은 중요하지만 독재자는 있어서 안 된다고 생각해. 그래서 우리는 러시아, 중국을 규탄하지. 독일도 예전에 중국이랑 비즈니스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최근에 중국에서 독일 기업의 사장을 자르고 중국인 사장으로 갈아치운 적이 있었어. 유럽에서는 이러한 부패와 인권 문제는 용납 못 하지.
그리고 언제 중국에서 독일 리포터가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더니 중국 공안들이 그 리포터를 잡아갔더라고. 물론 나중에 독일 정부가 요청해서 풀려났지만 그만큼 중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
EU는 여러 나라로 구성되어 있으니 보다 민주주의를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EU가 좋다고 생각하는 거고.
이번에 환경 보호를 위해 모든 전자기기의 충전선을 C 타입으로 통합하자는 법안도 EU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우리가 다 같이 힘을 합친 거지. 환경 문제는 혼자서 해결 못 해. 여러 나라가 합심해야 하는데 그래서 EU가 가장 전방위적으로 해결해 나아가고 있지.
그래서 아까 말했던 것처럼 난 스스로를 유로피안이라고 생각해. 유럽에서는 국적을 나누는 게 크게 의미가 없지.
그리고 환경 보호에 대해 유럽은 정말 진심이야. 그래서 이번에 기름값이 오르고 히터를 마음껏 못 틀게 돼서 안타깝지만 이참에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어서 좋기도 해. 다들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나는 데이터 보안 컨설턴트로 시민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일을 하고 있어. 구글, 페이스북 등 빅테크 회사들과 싸우고 있지.
개인 정보가 왜 중요하냐고?
일단 유로피안적인 생각이야. 우리는 그동안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를 위해 항상 싸워왔지. 우리는 그게 그냥 중요하다고 생각해.
해킹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야. 실제로 내 Paypal 계정이 해킹당해서 몇백 유로가 털린 적이 있었거든.
구글 같은 빅테크 회사들이 내 사생활에 대해 아는 게 싫어. 타기팅 광고도 싫지.
데이터 보안 컨설턴트로서 팁을 주자면 나는 핸드폰을 3개 갖고 있어. (1) 회사용, (2) 구글맵용, (3) 은행용.
(1)은 모든 회사 업무 관련된 일만 취급해.
(2)는 내비게이션 용도야. 근데 구글맵은 공짜인 대신에 내가 어딜 가는지 모든 것을 트래킹 하지. 물론 유럽에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유료 내비게이션 앱이 있어. 근데 더 효율적인 도로를 빨리 보여주지 못하고 성능이 별로여서 결국 구글맵을 쓰고 있네.
(3)은 진짜 중요해. 아무 앱도 안 깔고 딱 은행 앱만 깔아 둬. 애초에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