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10. 중심의 이동

by 바람

레슨 9.에서 ‘보는 주체’를 나로, ‘마음’을 대상으로 관점을 바꿔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의식의 중심을 대상에서 나로 옮겨 오는 일이다.

우리는 보통 불편한 감정이 들면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지 못한다. 감정의 정당성을 뒷받침할 논거를 대며 부풀리거나 이와 반대로 옳지 않다며 없애려 한다. 그러나 우리가 나, 즉 보는 자리에 머물 수 있다면 앞의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감정이 스스로 원하는 만큼 머무르다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생각과 감정에 딸려 가는 빈도가 낮아지고 마음의 자동 패턴을 발견할 수 있으며 발작 버튼이 둔화한다.


이런 ‘중심 이동’이 주는 장점은 아사나에서도 마찬가지다.

요가에 대한 내적 저항이 심했던, 벌서는 기분이 들곤 하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범생이 기질을 어쩌지 못해 열심이었다. 그렇게 수업에 열중해 정신없이 따라 하는 나에게 선생님이 한마디 던졌다. “애쓰지 마세요.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이 뜬금없는 제동은 어쩌란 말인가. 안 그래도 안 되는데, 애쓰지 말라니.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건 대체 어떻게 하는가?


갖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져 대충 끝내고 나면 “자신의 한계를 만들지 마세요”가 날아온다. 하란 말인지 말란 말인지. 이래저래 허우적대다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도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애쓴다. 헐. 이 무한반복의 굴레!


암호를 해독하는 데는 시간이 제법 걸렸다. 한참을 어정쩡하게 지냈다. 그러다 미궁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의 느낌이 너무나 선명해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잘해보려고 노력하던 날이었다. 나는 한 자세를 하는데 지나치게 움직임이 많다는 지적을 듣고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못 알아듣자 선생님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 그런데! 아,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자세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바로 그때 나는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선생님의 자세에는 깊은 고요와 경이로움이 있었다. 보기만 해도 내면에서 퐁퐁 솟아나는 기쁨이 있었다. 완벽한 공연을 봤을 때의 몰입감 같은, 설명하긴 어렵지만 근원의 만족감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선생님과 달리 꼼지락꼼지락 부산하고 정신없는 나의 아사나는 숙련도를 떠나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지켜보기의 부재였다.


나는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 긴장이 생겼고, 긴장으로 자세는 엉망이 됐다. 뭔가 이상하다는 건 나도 알기에 어떻게든 해보려고 이래저래 움직인다. 몸이 분주하면 마음도 덩달아 바빠져 자세를 살펴볼 겨를이 없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머물지 못하고 미래의 더 나은 모양 만들기에 빠져버린다. 지겹도록 듣던 지켜보기나 느껴보기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요가는 아사나를 ‘하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자세를 통해 알아차려지는 ‘느낌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중심이 되어야 했다. 그러면 어디에 긴장이 있는지, 불편한 데는 없는지, 발은 제대로 놓여 있는지, 척추는 뻗고 있는지, 몸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며 밖으로 쏠렸던 관심이 자신으로 돌아와 깊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관점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물리적 차원의 중심 이동에 집중해 보자. 나처럼 거북목과 등의 통증으로 고생하는 분은 특별히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나는 모든 자세를 어깨로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주로 앉아서 머리에 열을 펄펄 내고 용쓰는 일이 많아서인지 가슴 위쪽이 활성화된 편이다. 뭔가에 집중할라치면 바로 어깨가 올라간다. 거의 귀에 붙으려 한다. “어깨, 귀 멀리요”가 자주 듣는 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내 몸에서 가장 힘센 부위는 어깨였다. 어떤 자세든 어깨로 중심을 잡고 어깨의 힘으로 자세를 유지했다. 이건, 뭐. 하면 할수록 몸이 악화되는 방식이었다.


우리는 이미 레슨 3. 4.를 통해 지지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자세의 기본임을 배웠다. 땅을 밀어 그 위의 몸을 안정되게 세워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그러므로 무게의 중심을 지지 기반으로 옮겨와야 한다. 여기서 하나 더.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기 위해 어깨에서 골반으로 힘의 중심이 내려와야 한다. 고관절에 힘이 생기면 자연히 어깨의 힘이 빠지고 몸이 하나로 연결되어 아사나가 쉬이 발전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 물구나무서기(살람바 시르샤아사나, 정수리와 팔이 지지기반이고 어깨의 힘이 필요한 자세) 만큼은 신동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힘의 중심이 아래로 이동할수록 통증이 줄어들고 있다.

위의 세 가지 ‘중심 이동’은 단번에 될 일은 아니다. 방향성을 가지고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 달라진 자신을 마주할 것이다. 상상만으로 기분이 좋고 나는 꾸준히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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