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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Mar 22. 2024

어서 와. 시 공부는 처음이지?

 지난 ‘사물화’에 이어 은유, 상징에 대한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수업을 들을수록 용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뭔 소리여? 용어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국어 시간에 매번 졸았던 후유증이 수십 년 후에야 나타날 줄은, 그땐 당연히, 몰랐다. 과거로 돌아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잔소리를 할 수도 없고…  

    

 이과형 인간으로 태어나 숱한 우여곡절 끝에, 문학의 정수인 시 공부를, 그것도 상당히 늦은 나이에 시작할 거라고 어린 나에게 알려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선생님이 시간을 나눠서 강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다른 내용일 텐데, 아무리 봐도 그게 그거인 듯 구분할 수 없었다.      


  나의 무식함에 시인들이 깜놀할까 저어하여 수업 중 여쭤보지는 못하고 집에 돌아와 용어정리를 시도했다.     


 강의안을 모조리 펼쳐놓고 뒤적뒤적 앞뒤 찾아보며 개념을 맞춰나갔다.  


 그 결과, 비유는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은유, 직유, 의인 기타 등등(기타에 해당하는 것은 추후 배우게 되면 서술할 예정)이 있다.      


 은유는 ‘A는 B이다’로 표현하여 단정적으로 선언하는 방식이고, 직유는 A와 B를 ‘처럼’이나 ‘같이’로 연결한다. 그러므로 직유는 은유보다 조심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의인은 대상을 사람인 것처럼 나타내는 것으로 나의 최애 시인 안도현의 시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너에게 묻는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시 전문>     



 

 자. 여기서 정리하자면 비유가 가장 상위 개념이고 은유, 직유, 의인은 유사한 대상을 가져와 원관념을 잘 드러나도록 도와준다.     


 원관념은 또 뭔가? ‘A는 B다’에서 원래 표현하고 싶었던 A를 원관념이라 한다. ‘내 마음은 호수요’의 ‘내 마음’이 원관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알았을 것이다. ‘호수’처럼 내 마음이 잘 드러나도록 빗대어 표현하는 대상이 보조관념이 된다는 것을.     


 이까지 따라왔다면 상징에 대해서 알아보자.     


 상징은 원관념 없이 보조관념만 드러낸다. 그리고 비유와 달리 유사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현실 세계에 없는 것을 개인적인 상징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독자의 머릿속에서 이미지가 그려져야 한다는 조건만 있을 뿐이다(모양으로 그려지지 않으면 암호가 되어 버린다는 것을 유의할 것).  

   

 김소월의 ‘진달래꽃’, 서정주의 ‘국화’, 김춘수의 ‘꽃’이 상징에 해당한다. 어쩌다 보니 다 ‘꽃’이다. 이것은 시인들이 꽃을 좋아한다는 방증(나도 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선생님의 수업이 뒤늦게 이해됐다. 그때 말씀이 이런 뜻이었구나, 하고…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      


 그러나 아직 위 내용에 확신이 없다. 제대로 이해하고 정리한 것인지 우려된다. 게다가 저번 시간에 배운 사물화는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비유인가? 상징과 비유 모두를 포함하는가?     


 지금으로선 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혼란을 고수 작가님들이 정리해 주시길 기대하며 새로 쓴 시를 소개한다(작가님들! 조언 부탁드립니다).      


 이별의 아픔을 독감의 고통으로 표현해 봤다. 아래 시는 또 무엇에 해당할까? 넓은 의미의 은유? 상징인가?


           




유리 심장이라서     


처음엔 목이 칼칼한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발가락이 시리더니 다리, 배, 가슴까지 차가워졌습니다

숨 쉴 때마다 심장이 저리고 피 맛이 날 때까지 기침을 토해냅니다

침 넘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 비로소 알았습니다

어쩌면 빨리 회복될까, 수액을 맞아보기도 하는데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링거가 왼팔 오금에 낸 구멍으로 들어올 때

문득

스쳐간 인연들을 떠올립니다

왼팔에서 시작된 서늘함이 온몸으로 퍼지고

땀구멍 구멍마다 스며드는 한기가 하소연합니다

그러나 무엇을 봐달라고 아우성치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끈적하게 달라붙은 가래는 떨어져 나갈 생각이 없고

무력하게 홀로 누워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 산책 중 발견한 홍매화입니다

가까이 가봤더니 벌이 꽃가루를 모으고 있었어요

보따리 두 개가 볼록하네요^^

바로 곁에서 사진 찍히는 줄 모를 정도로 바쁘더군요

벌에겐 좀 미안했지만

넘 예뻐서 도촬 했네요

꽃도 좋지만 간만에 본 꿀벌이 더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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