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숲이 좋아지는 이유
남편은 주기적으로 숲으로 향한다.
그는 산림욕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낮은 산에 오르는 것도 즐겨하며 국립 수목원도 자주 간다.
평일에는 집 근처 하천을 걸으며 주말에는 유명한 호수길을 찾아 나선다.
옆에서 보면 그가 자연을 찾는 것은 부담감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 같다.
늘 컴퓨터 앞에서 수와 싸우는 남편은 머리를 많이 쓴다.
10여 년을 그렇게 열심히 일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산림욕을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긴장을 내려놓기 위함인 것 같다.
가끔은 스트레스가 많아 보일 때 내가 먼저 걸으러 가자고 청하기도 한다.
같이 걷다 보면 자연의 소중함을 느낀다.
사계절이 바뀌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강아지와 함께 늘 자연으로 향했는데 사춘기가 오고 나서
함께 하기가 어려워졌다.
벌레를 워낙 무서워하기도 하고, 이제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하지 못한다면 우리끼리 즐겨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평일에도 둘이 잘 돌아다니지만, 주말엔 아이가 자고 있는 새벽 시간을 활용해서 걷기로 했다.
어제 자기 전에 만약에 일어나면, 함께 걸으러 가자!라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늘 그 약속을 지키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남편을 위해 걸어보기로 결심하고 6시에 일어났다.
간단히 채비를 하고 강아지를 산책시킨 뒤에 우린 숲으로 향했다.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은 국립 수목원 근처에 데크길인데 한적해서 걷기가 좋다.
주말에도 사람이 많은 곳인데 새벽에 가면 사람이 별로 없다.
주차를 하고 데크길 입구에서 느껴지는 나무의 향. 숲이 날 감싸준다.
피톤치드라고 하는 이 향은 자연이 주는 약 같다.
그간 온 비 때문인지 물이 꽤 많아서 물 흐르는 소리가 힘차게 들렸다.
탁 트인 곳에 높은 나무들을 보면 숨이 편하게 쉬어진다.
고요함에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조금 내려놔도 된다고, 천천히 가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새벽이라 그런지, 환절기라 그런지 꽤 추워서 40분쯤 걷고 돌아왔다.
그래도 국립수목원까지는 걸었으니 만족스럽다.
나이 들수록 자연을 좋아한다더니 인간의 연대기는 다 비슷할까?
갈수록 숲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