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라도 가을을 느껴보기.
브런치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제목을 입력하세요'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럼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하루를 떠올려본다.
오늘은 별거 안 한 것 같은데,
또 엄청 치얼업 하려고 노력한 날이었다.
저번 주말부터 아이가 장염에 걸려서 열이 올라 간병을 했다. 아이는 새벽에 아프니까 며칠밤을 잠을 설쳤다.
그리고 곧바로 생리주간이라 너무 힘들었다.
나의 경우 PMS 주 증상이 무기력이다.
기분이 많이 가라앉고 몸이 힘드니까 밖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노력하면 될 일이라 생각했는데, 어렵다.
이젠 그 힘듦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냥 한 달에 이틀정도 휴가를 주기로 하자.
되는대로 푹 쉬면 되는 거다.
잘 쉬고 오늘.
컨디션이 좀 돌아오길래 기쁜 마음이었다.
일어나서 집안일을 하고, 밀린 신문을 봤다.
주말에 시험 보는 민간자격증 필기문제도 두 번 체크해서 봤다. 그리고 저녁밥도 만들어놓고 나가서 좀 걸었다.
남편은 나와 함께 이 가을을 즐기려 했는데 안 좋은 내 컨디션 때문에 내내 기다리기만 했다.
미안해서 동네라도 걷는데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걷는 데 너무 좋았다.
울긋불긋, 빨갛고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보면서 가을이 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누워있을 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되니 나갈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런데 막상 나오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누워있으면 몸은 편한데 마음이 힘들고,
나가면 마음은 편하고 몸이 약간 버겁다.
이제 알았으니까, 제일 힘든 날 하루는 누워있고
두 번째 날부터는 좀 움직여봐도 좋을 것 같다.
나가서 호수 한 바퀴 걷고, 운동장 한 바퀴 걷는 아주 큰 노력 말고, 강아지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밀크티를 사러 가보거나! 아주 최소한의 노력으로 기분 좋아지는 외출 루틴을 넣어봐야겠다.
오늘 하루는 절반의 성공이다.
그런데 또 반은 실패라고 볼 수 없다.
호르몬은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을 알았으니 이제 백전백승 할 날만 남아있다.
100개의 기분좋아지는 리스트를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