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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훈 Sep 15. 2020

짱이는 짱이라서 좋다!

 "야. 나 어떡하냐?"

 "나는?"

 수능이 끝나고 짱이와 나는 점수를 확인하려 PC방으로 전속력으로 끝났다.

 "오~~~ 오! 겁나 떨려. 잘 봤겠지?"

 컴퓨터로 답안을 확인하기 전까지 짱이와 나는 설렌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렸다. 그리고, 차례차례 답을 확인하며 채점을 하며, 어느새 짱이와 나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침묵'

 그리고 긴 공백 뒤에 나온 문장...

 "어떡하냐?"

 "나는?"


 그렇다. 짱이와 나는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해 놓고도, 정작 결전의 날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가장 자신 있는 언어 영역에서 미끄러졌고, 짱이는 기본 이상을 하던 영어에서 미끄러졌다. 짱이도 나도 우울했다. 둘 다 평소의 실력대로 점수를 받았다면, 심야 영화도 보고, 피자도 시켜 먹으며 밤새 수다를 떨었을 텐데, 그날은 기분이 많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짱이는 자기 집으로 향했고, 나 역시 내 집으로 향했다.

 "기분 좀 어때?"

 다음 날 학교에서 봤을 때 우리는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훈아, 너 재수할 거냐?"

 "미쳤냐. 그냥 점수대로 갈 겨. 이렇게 갇혀서 공부하는 거 내 적성에 안 맞아."

 "나도!"

 짱이와 나는 다행스럽게도 수도권 대학으로는 갈 수 있었다.


 각자 입성한 캠퍼스는 달랐지만, 짱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두 달에 한 번씩은 만났다.

 "뭐하냐?"

 짱이는 대뜸 전화해 내 위치를 확인하고는 했다.

 "학교지!"

 "갈게!"

 짱이는 삶이 답답할 때나 여자친구와 싸워서 힘이 들 때 내게 왔다. 대학교에서 내가 듣는 수업을 같이 듣기도 하고, 서울에서 내가 묵는 집에 놀러 와 수다를 떨기도, 멍하게 누워있기도 했다.

 '저라다가 말겠지.'

 나는 그런 짱이가 편했고, 짱이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어차피 짱이가 나한테 큰 위로를 바라고 내게 온 것은 아니었다. 그냥 어떤 상황에 놓여도 본인을 예전 그대로 볼 수 있는 친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내게 짱이는 고등학교 시절 그대로 짱이였고, 짱이에게 나도 고등학교 시설 그대로인 훈이였다.



"야. 나 너한테 졸라 삐쳤다..."

 "응? 언제?"
 "너 기억 안 나냐. 내가 너한테 전화했는데 네가 "어어어 어... 짱아 내가 바빠서 이따 전화할게. 그리고 전화 아예 안 했잖아."

 "내가 그랬어?"

 "참나. 넌 기억도 못하는데 삐친 나는 뭐냐."

 "몰라. 멍충인가 보지..ㅋㅋ"

 짱이가 삐진 건 장난을 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렸다. 만나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이렇게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신기해서 술을 더 맛있게 마시기도 했다.

 "야. 네가 어떻게 커서 어른이 됐냐."

 "지는...ㅋㅋㅋㅋ"


 짱이와 나는 훌쩍 어른이 됐다. 짱이는 결혼을 했고, 원래 살던 지역으로 내려가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서울에 지내며 강연과 글쓰기, 교육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거리도 떨어져 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달라지다 보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지 않은 지는 쫌 되었다. 예전보다는 뜨문뜨문 연락을 한다.

 "뭐하냐?"

 그래도 오랜만에 전화를 해도 짱이는 여전히 편하다.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다 보니, 무수히 변하는 것 속에서 변하지 않는 대상이 있다는 걸 안다는 것과 그 소중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짱이도 내게 그런 소중한 친구다. 여전히 내 기억 속 짱이 같은 친구.

 '어떻게 지내냐'는 내 물음에 '그냥 똑같지 뭐'라고 웃으며 대답할 것 같은 친구.

 '인생 뭐 있냐. 술이나 한잔 혀'라고 얘기할 것 같은 친구.

 나는 짱이가 짱이여서 좋다. 그리고, 짱이를 쓰다 보니 짱이가 그리워진다. 올해는 짱이 아들 선물 사들고, 짱이 집에 꼭 놀러 가야겠다.

 

 '짱이가 이 글을 보면 뿌듯하려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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