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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Oct 27. 2020

존경하는 사람? 꼭 있어야 할까?

존경하는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사람

초등학교 때부터인 것 같다.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을 받았던 것이...

존경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위인전에서 읽었던 위인들의 이름을 얘기하고.... 마치 나도 그 위인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닮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그분들 만큼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TV를 통해 흔히 볼 수 있는 한 장면인 신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을 향해 존경하는 선배가 누구냐는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누구를 말해야 할지 망설이면서 모든 선배들을 존경한다는 뻔한 대답을 하는 장면....

혹은 당당하게 한 선배의 이름을 얘기하면 마치 그 신인이 추구하는 목표나 성향을 알겠다는 듯한 분위기....

물론 나라와 인류 그리고 자신만의 직업적 영역에서 위대한 성과를 이룬 분들을 존경하는 것이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마치 존경하는 사람이 없으면 인생이나 직업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신인이 존경하는 선배가 없다고 하면 교만하다는 평가를 하는 분위기는 불편하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즉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인간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나라와 인류에 위대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도 개인적인 사생활이나 가정사에서는 윤리적이지 못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존경하는 사람 대신.... 그냥 좋아한다는 말을 하면 안 될까?

부모님을 존경한다는 말 보다 부모님을 좋아한다는 말이 훨씬 더 친근하고, 부모님이 살아온 삶에 대한 존중과 공감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근래에는 존경이라는 말 대신 롤모델(rolel model)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한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직업적인 성과가 뛰어난 누군가를 롤모델로 생각하면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한 정치인의 장례식장에서 "형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좋아했어요"라는 추도사를 한 유명인의 말에 크게 공감했었다.


우리는 누군가를 존경하거나 롤모델이 누구냐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면 좋겠다.물론 후배들에게 존경하는 선배가 되고,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는 선배가 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영광스러움과 함께 너무나 막중한 책임감, 완벽함과 부담감이 부여된다.

그리고 그 선배가 간혹 너무나 인간적인 실수나 조금은 실망스러운 행동을 했을 때 후배들이 느끼는 상실감도 너무 클 것이다.


'존경한다'는 말이나 '롤모델'이라는 말보다 그냥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면 어떨까?좋아하는 역사적 인물이나 좋아하는 선배라고 표현한다면? 그럼 존경이나 롤모델의 대상이 되는 사람도 조금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자유로운 삶은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난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학창 시절에는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에게 애정을 쏟는 선생님들이 좋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배려를보여주는 선배와 상사들이 좋았다. 간혹 선생님이나 선배(상사)가 실수를 하는 모습도 참 인간적으로 느껴졌고, 좋아하는 마음은 더 커졌다. 그리고  내가 후배들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좋아한다는 말을 들을 때 훨씬 뿌듯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존경한다는 말은 왠지 완벽해야 할 것 같지만, 좋아한다는 말은 나를 대하는 시선과 태도가 따뜻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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