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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프롤로그- 어쩌면 배송일 차이 아닐까

배송일이 변경되었습니다

by 엘슈가

누구는 얼마를 벌었다는데, 누구는 어디로 이사 갔다는데, 누구는 초빙을 받았다는데...

마흔 중반이 되면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순간 흔들렸음을 고백합니다. 그 속에서 중심을 찾고 싶었습니다. 단단해 보이는 저 사람도 흔들릴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바람 불고 파도가 몰아침 속에서도 매 순간 중심을 잡으려 노력 중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행복이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놓친 건 아닌지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배송일 차이 아닐까? 지금 행복해 보이는 누군가는 행복이 조금 빨리 배송 완료된 거 아닐까? 지금 힘겨워 보이는 누군가는 행복이 배송 준비 중이어서 아닐까? 우리가 아기로 태어나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겪는 행복의 총량은 같은 것 아닐까? 그렇다면 조바심 낼 필요 없는 건 아닐까?


행복 배송일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너무 힘겨워서 행복을 미리 좀 배송받겠다는 선택을 한다면 나는 행복할까? 또는 신이 보고 계시다가 조금 늦게 당도할 행복을 미리 보내주시는 그런 경우가 있는 건 아닐까.


그걸 발견해서 글로 써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 브런치북은 그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미리 배송된 행복

어쩌면 배송일보다 늦어지는 중인 행복

어쩌면 배송되었는데 미처 발견 못한 행복


나의 행복은 지금 배송 준비 중이거나 배송 중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삶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려지는 도화지 같은 것이니까요. 그러자 생각지 못했던 즐거움이 삶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네 그건 바로 행복 배송일을 기다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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