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첫째 때도 그랬다.
초등학교 2학년 까지는 그래도 친구들과 잠깐이라도 놀 수 있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되는 순간 그나마 잠깐이라도 놀던 친구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면 방과 후, 돌봄, 학원, 공부방 등으로 사라졌었고, 그 스케줄이 끝나면 또다시 다른 학원들로 이동을 해 버렸다.
동네 놀이터와 공원에는 우리 아이들을 포함해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하나둘씩 모이는 유치원, 어린이집의 동생들이 전부였다. 그 동생들도 채 6명이 넘지를 않았었다.
오히려 동네 강아지들이 드넓은 공터들을 여유 있게 뛰어다니고 돌아다니면서 매우 신나 하고는 했다.
어느 날, 학원으로 이동 중인 첫째의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얘들아. 집에는 몇 시에 들어가는 거야?"
3학년이 된 아이들이 말했다.
"7시 넘어서 들어가요."
매일 9시까지 학교로 등교하고, 7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향하는 '대한민국 3학년 초등학생들의 삶의 패턴'이었다.
난 그때 딱 한 가지의 생각만이 떠올랐었다.
'근로자 양성 시스템 작동.'
'그런 삶을 계속해서 살다 보면 계속해서 그렇게 살게 된다.'
이건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부모들이 스스로 아이들에게 주입해 버린 끔찍한 삶의 패턴들일 뿐이었다.
그 후로 6년이 지났다.
내 아이들 중에 한 명이 다시 3학년이 되었다.
그럼,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이번에 3학년이 된 친구들을 만났다.
올해 2월 말까지만 해도 늘 학교와 학원이 끝난 후에 오후 4~5시쯤에 모여서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4명 중에서 단 1명만이 왔다.
내가 물었다.
"나머지 애들은 왜 안 와?"
"셋 다 끝나고 다른 학원으로 갔어요. 저도 다음 주부터는 OO학원에 가요. 이제 평일에는 못 놀아요. 다들 끝나면 7시가 넘는데요. 저도 다음 주부터 그럴 것 같아요."
6년이 흘렀지만 그 시스템은 여전히 가동되는 중이었다.
도대체 이런 패턴들은 누가 주입을 시킨 거야?
이런 삶의 패턴들 속에서, 이런 시스템 속에서 아이들이 계속해서 잘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이런 삶들을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아이들이 알 수나 있을까?
혼자서 온 그 친구에게 물었다.
"OO야. 넌 그 학원을 왜 또 다니려고 하는 거야?"
친구 : "재미있으니까요."
"여기서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더 재미있어?"
친구 : "아니요."
"그런데 학원을 왜 더 다니는 거야? 지금처럼 그 학원만 끝나고 놀면 되잖아."
친구 : "다른 애들이 다른 학원에 또 가니까요."
"우리 애들은 안 가는 데?"
친구 : "아, 그렇기는 한데 다른 애들은 가니까 저도 가야 할 것 같아요. 아, 생각해 보니 나도 안 가고 놀고 싶기는 한데..."
"그럼, 안 다니면 되잖아?"
친구 : "그런데 엄마, 아빠가 가래요."
"왜 가라고 하시는데?"
친구 : "모르겠어요. 노는 것보다는 나을 거래요."
"엥? 그럼, OO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학원을 더 다니고 싶어? 아니면 지금처럼 학원 끝나면 조금이라도 놀고 싶어?"
친구 : "놀고 싶어요."
"그럼, 학원 그만 다니고 놀면 되잖아?"
친구 : "안 돼요."
"왜?"
친구 : "모르겠어요. 그냥 학원 다닐래요."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얘기들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주관이 없어요." [주관 : 자기만의 견해나 관점.]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부모들이 시키는 대로만 살아간다.
매일마다 왜 유치원과 학교를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학교가 끝나고 왜 여기저기에 들렸다가 밤에나 집에 가야 하는지를 모른다. 조금 이해한다고 쳐도 왜 계속해서 이렇게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도통 알지를 못한다. 남들 다 하니까 나도 그냥 한단다. 이래야 하는 거니까 그냥 그렇게 한단다. 그렇게 점점 아무런 생각 없이 어른으로 성장해 나간다.
OECD국가 중 10대의 자살률 1위.
10대의 사망률 1위가 자살.
20대의 사망률 1위가 자살.
30대의 사망률 1위가 자살.
정신질환 환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정신과 전문 병원들도 절대 망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재의 상황들이 진실을 말해준다.
'그렇게 돈을 써대고 아이들을 여기저기에 굴려 보았자 미래는 정해져 있다.'
자녀들은 전혀 행복하지가 않다고.
아동문학가 편해문 님이 했던 얘기다.(그분이 쓴 책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마음껏 놀았던 아이는 스스로 세상을 버리지 않습니다.
네 아이를 지금 이 시기에 마음껏 놀게 해 주고 있는 나 역시도 100% 장담하는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삶의 행복이 뭔지를 배우고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다.
매일 학교를 가고, 학원을 가고, 나중에 명문대를 가고, 남부러운 직장을 다닌다고 한들,
그 아이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의지가 없다면,
그 낭비된 시간과 비용들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사진출처 : pex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