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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Oct 03. 2022

테니스는 처음인가요? 아뇨 운동 자체가 처음이에요

운동 초보의 웃픈 적응기



  오늘은 테니스 수업 첫 날이었다. 서울에 온 이래로 요가 PT 복싱 중에 뭘 배울지 고민하던 나는 결국 다 버리고 난데없이 테니스를 골랐다. 저 세 가지 운동 다 내 기준 단점이 극명해서 뭘 배울지 열렬히 고심하고 있던 중 내 최애의 최애가 최애에게 테니스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무얼 배울지 미적지근하게 고민하던 나는 그 날로 바로 테니스화를 장만했더랬다. 집 주변 테니스장을 몇 개 검색해 보고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받은 다음 곧바로 등록했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주고 운동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늘 배운 건 라켓 잡는 법과 스윙하는 법. 아주 간단한 동작들을 배웠지만 나는 2020년 이전까진 몸으로 하는 모든 걸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에 힘에 부쳤다. 학창시절 나에게 체육 수업은 강당에 앉아서 수다 떠는 시간에 불과했다. 몸치는 아니지만 운동신경은 0에 수렴한다. 따라서 30분 수업 중에 10분은 웃은 것 같다. 코치님의 실소와 나의 머쓱한 미소로 점철됐던 시간.

 공을 칠 때는 힘을 주면 안 된다. 테니스를 잘 모르지만 샤라포바 님의 기합은 아는데, 나는 스트레스 풀려고 등록한 건데 세게 치면 안 된다니. 코치님은 내게 코트로 공을 넘겨준다고 생각하면서 부드럽게 스윙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손목을 너무 꺾으면 안 되고 오른발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 라켓이 등 뒤로 부드럽게 넘어가고 나면 왼손으로 붙잡아준다. 공이 떠오르는 타이밍과 나의 시선이 맞아야 한다.

 코치님은 테니스가 어려운 운동이라고 했다. 운동을 배워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다고 하자 많이 놀라셨다. 심지어 나는 태어나서 테니스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테니스 클럽’이라고 적힌 귀여운 티셔츠를 주문했다. 테니스를 사랑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행위였다. 이왕 시작한 김에 다른 사람과 경기할 정도의 실력까지 키워 보고 싶은데 그러려면 거의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테니스를 검색해 보니 많은 영상이 떴다. 방탄소년단의 진도 테니스를 즐겨한다고 한다. 내가 그와 경기를 할 확률은 거의 마이너스지만 왠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의 폼을 보며 오늘 배운 것을 복습했다. 테니스를 더욱 더 잘 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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