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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Feb 21. 2023

혼자 밥을 먹으면서 생각한 것들

빠오즈를 먹다 생각난 과거의 덕질


 오늘 먹은 음식은 ‘빠오즈’, 그러니까 중국식 만두였다. 집 근처 유명한 음식점에서 먹었다. 문을 열자마자 정갈한 내부가 보였고, 벽에는 ‘빠오즈 맛있게 먹는 법’과 유명 연예인의 사인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고기 빠오즈와 부추지짐을 시켰다.


 반찬은 단무지와 중국식 양파(?)였다. 따뜻한 물을 주실까 봐 조금 긴장했는데 다행히 물은 아주 시원했다. 먼저 나온 빠오즈를 간장에 폭 찍어 한 입 먹었다. 고기와 육즙과 쫄깃한 만두피가 고루 어우러진 맛. 고기 빠오즈를 다 먹을 무렵 나온 부추 지짐도 정말 맛있었다. 부추와 계란을 볶아서 만두피 안에 넣고 부친 맛이었다. 늘 그렇듯 아는 맛이 가장 무서운 법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자마자 가서 손님은 나 혼자뿐이었는데 다 먹어갈 무렵 부부와 딸아이로 구성된 가족이 들어왔다. 음식점이 신기한 듯, 딸은 벽에 있는 한자를 보고 아빠에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아빠는 이건 중국어라서 모른다고 말할 법도 한데 검색해서 최대한 설명해 주려고 했다. 아이는 금세 흥미가 떨어져 제대로 듣지 않았지만.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풍경이었다.


 혼밥을 할 때는 핸드폰을 최대한 하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는다. 음식과 엄숙한 독대를 하는 기분으로 식사에 임한다. 그러다 가끔 이렇게 주변에서 놓치기 싫은 소리가 들리면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하고. 혼자 밥을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일상까지 감각해보는 일.


 다시 빠오즈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실 빠오즈는 내가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엑소 시우민의 별명이었다. 그가 데뷔 초 ‘엑소엠’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활동했을 때, 중국 팬들이 그의 볼살이 통통한 만두 같다고 붙여준 별명이었다. 나는 빠오즈라는 단어를 그를 통해 처음 들었고, 발음이 귀여워서 몇 번씩 입으로 발음해 봤던 기억이 선명하다. 빠오즈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된 지 10년이 다 되어서야 진정한 빠오즈를 맛봤다. 그동안 이렇게 맛있는 음식으로 불리고 있었다니. 시우민 씨 부럽습니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부풀어진 배를 두드리며 나왔다. 저녁을 먹었는데도 해가 지지 않았다. 아직 날은 춥지만 봄은 다가오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따뜻한 햇살 세례를 받았으니 오늘의 소임은 다 한 셈이었다. 신나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나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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