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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Jun 07. 2023

퇴사하면 행복한가요?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안인 것만 같을 때


 퇴사를 했지만 온전한 해방감은 들지 않았다.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퇴사 후 첫 달은 쉬엄쉬엄 준비하려고 했지만, 통장 잔고를 볼 때마다 불안감이 일었다. 퇴직금으로 몇 달 치 월세를 해결하고, 지금까지 모아 놓은 돈으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이 생활이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가늠하며 사는 삶.


 불안에 못이겨 퇴사한 지 일주일 만에 새로운 회사 면접을 봤다. 예전부터 동경하던 곳이었기에 나름 열심히 준비했다. 경력도 있고, 대답도 잘 했다고 생각했지만 떨어졌다. 왜 떨어졌는지, 뭐가 문제인 것 같은지 당장 묻고 싶었지만 당연히 속으로만 생각했다. 어쩌면 과도한 간절함이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음엔 떨어져도 별로 안 아쉬운 곳에 지원하겠노라 다짐했다.


 퇴사를 하기 전에도 이직을 하려고 면접을 몇번 봤었다. 한 매체에서 이직 제안이 오기도 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결국 입사를 포기했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작년엔 퇴사가 정말 간절해서 친구와 함께 유명한 사주집에 찾아갔었다. 앉아서 생년월일을 읊자마자 사주 선생님이 ”왜 회사를 그렇게 나오고 싶어해?“라고 물어봐서 깜짝 놀랐었다. 그 선생님은 내년까진 퇴사해도 좋은 곳 못 갈거니까 퇴사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 말을 들었어야 했나?


 생신입으로 취업 준비를 할 때보다 지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훨씬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나는 뭘 잘할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만 같다. 나를 지탱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너라면 뭘 하든 잘할 거라는 주변인들의 격려에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크고 다정한 응원을 담을 그릇이 못 되는 거다. 마음이 점점 좁아지다가 결국 콩알보다도 작아지면 어쩌지? 형편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불안감을 반드시 이겨내고, 뭉툭해진 나의 마음을 평평하게 펴야 한다.


 얼마 전에는 공무원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에게 전화가 왔었다. 단단하고 씩씩한 친구였는데, 우울하고 외롭다고 했다. 힘들 때 내가 생각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마워서 나도 친구에게 내가 가진 마음을 늘어놓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던 위로는 사실 각자의 각오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더욱 잘 살아보기로 하고 긴 통화를 마무리했다.


 불행한 생각을 하면서 나를 좀먹는 것 보다, 희망을 곱씹으며 사는 게 훨씬 이롭다는 걸 안다. 슬픔이 아니라 평화를 옮겨 적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반기 목표는 명상하듯 일상을 사는 것. 나는 나를 멀리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밤이 오면 달이 뜨듯이, 나의 어둠 속에도 빛이 있을 것이다. 빛을 좇다 보면 별자리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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