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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목 Jun 19. 2023

퇴사했습니다, 글 쓰고 싶어서요

브런치와 에세이 수업,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글 쓰는 일상


 퇴사를 하고 나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흐른다. 남들은 퇴사하면 해외여행 먼저 간다던데, 나는 약 3주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강릉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것 빼고는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냈다. 친구를 만나거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카페에 가거나, 덕질을 하거나.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지원 공고가 뜨면 이력서를 넣기도 하고, 면접도 보고. 그냥 취준생 시절과 똑같다. 딱 하나 다른 게 있다면 그땐 매일 죽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렇진 않다는 것.   


 나는 글쓰는 회사에서 일했지만, 역설적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퇴사했다. 정확히 말하면 글을 배우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 뒀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당직 날짜가 매달 바뀌어서 저녁에 고정적인 수업을 듣기가 힘들었다. 다른 기자님들의 스케줄까지 다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당직 일정 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말과활아카데미나 한겨례교육 같은, 글쓰기 수업을 하는 곳의 홈페이지를 계속해서 들락날락하며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사계절이 지났다.     


 퇴사를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에세이 강좌 등록이었다. 줌으로 진행되는 강의여서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스트의 강좌가 6월 14일 개강이어서 딱이라고 생각했다. 2주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으면 되니까. 그렇게 지난주에 첫 수업을 했다. 첫 번째 수업은 합평이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전반적인 특강으로 진행됐고, 너무 만족스러웠다. 첫 수업이 끝난 후, 나는 묵직한 설렘을 안고 다음 수업을 들을 (역시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퇴사 후 이곳, 브런치에도 나름 주기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처음 목표는 하루에 글 한 편씩 올리기였지만, 매일 주제를 떠올리고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현재는 매주 4편에서 5편 가량씩 업로드하려고, 역시나 노력하고 있다. 글을 쓰면 쓸수록 ‘일간이슬아’를 평일마다 연재했던 이슬아 작가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역시 대작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에세이 수업 듣기와 브런치 업로드 외에도 또 하고 있는 게 있다. 바로 네이버 블로그다. 예전에 약 3년 정도 NCT 재현의 팬블로그를 운영했었는데, 그때 방문자가 적지 않았어서 수익 창출을 신청해뒀었다. 하지만 수익 전환을 신청하자마자 열기가 시들어 몇 년 동안 방치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고 게으른 행동이다. 그러니 이를 만회하려면 더욱 부지런히 해야겠다.


 글쓰기 위해서 퇴사한 만큼, 실제로도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아직까지는. 엄마는 아직 이직처를 못 구했냐며 걱정하고, 나 또한 줄어가는 통장 잔고를 보면서 손톱을 깨물지만 평화롭게 글쓰는 지금이 좋다. 회사에 다닐 땐 듣기 싫었던 타자 소리가 이제는 경쾌한 리듬으로 들린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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