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목 Oct 15. 2023

그럼에도, 그만 둘 줄 아는 용기 - 인터뷰 (2)

하은의 인생관, 혹은 사랑관에 대하여

-인터뷰 (1)에 이어-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취업 준비는 어떤 식으로 하셨나요? 지금 회사에 취업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대학생 때 친구 무리가 두 갈래로 나뉘었어요. 한 쪽은 영화 쪽에서 만난 친구들, 한 쪽은 대외활동을 하며 만난 친구들. 영화 쪽에서 만난 친구들은 이십 대 이후로 영화를 시작한 애들이 별로 없었고, 하루 벌어 하루 벌어먹고 사는 애들도 많았어요. 대외 활동에서 만난 친구들은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열심히 하고, 치열하게 사는 애들이었죠. 이 둘 사이에서 온도 차이를 느꼈어요. 저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확 변했어요. 그때 자격증을 4개 정도 따고 학점 관리도 하고, 동아리 활동 등을 병행하면서 대학교 4학년 기말고사 끝나기 전쯤 목포의 방송국으로 계약직 직원으로 들어갔죠. 큰 공백은 없었어요.


 사회 초년생으로서 갖는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뭐든지 어려운 건 있어요. 고충은 많은데 딱 떠오르는 키워드가 없네요. (하은은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솔직히 더 좋은 곳을 가고 싶은 게 고민이죠. 아직은 나를 조금 더 발전시켜서 조금 더 좋은 곳에 가고 싶은 열망이 있어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이직 준비를 해야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고, 그거 외에는 요즘 조금 괜찮은 것 같아요.


 번아웃이 온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했나요?

가끔씩 사이클처럼 와요. 고등학생 때부터 조금 그랬어요. 요즘에는 해피해요. 행복하고 평온해요. 제가 겪은 걸 번아웃이라고 표현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감정선이라는 게 늘 평온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높낮이가 있죠. 큰 이유는 없어도 가끔씩은 심란해지는 것 같아요. 모든 환경이 완벽해도. 갑자기 어떤 갈증 같은 게 생기는 거죠.


 저는 주변 사람들한테 힘든 걸 내색하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에요. 자존심도 있고, 굳이 말해서 뭐 하나 싶기도 해요. 그래서 번아웃을 스스로 풀어내지 못했었던 게 있었어요. 고민을 많이 나누지 못하고,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바보 같았어요. 혼자 이겨내려고 하거나, 속으로 힘들어하거나 그랬었죠. 그런데 요즘엔 적극적으로 고민을 나누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아서 고민을 많이 나눠요.


 일을 하면서 갖게 된 고민이 있다면? 사소한 것도 좋아요.

방학이 필요하다…! 왜 직장인은 방학이 없는가. 이래서 교사, 교사 하는가 싶어요.


 하은 씨를 떠올리면 저는 가장 먼저 ‘영화’라는 키워드가 생각이 나요. 영화에 빠지게 된 과정은 어땠나요?

환경이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영화 제작 워크숍에 참여하기도 했고, 저보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까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더 찾아보고요. 이것저것 찾아보면 혼자 영화 보는 것 외에도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정말 많아요. 예를 들어 영화에 관련된 챌린지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하루에 영화 한 편 보기' 같은. '쟤도 영화 한두 편씩 보는 챌린지를 하네?' 하면 저도 덩달아 따라가게 돼요. 영화 취향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일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영화가 있나요?

너무 무거운 이야기보다 오히려 가벼운 이야기를 추천해요. 스트레스가 풀리는. 그래서 넷플릭스의 ‘상사에 대처하는 로맨틱한 자세’를 추천해요. 그런데 저는 요즘 영화보단 ‘나는 솔로’ 봐요.


 이건 약간 뜬금없을 수도 있는데, 저는 하은 씨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취업 준비라든지, 현실적인 것에 관심을 가진 시점에 연애 가치관도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했어요. 나랑 안 맞는 게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게 됐죠. 그런데 이젠 그런 감정들이 많이 사그라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낭만적인 감정이 많이 줄어든 거죠.


 늘 생각하는 건 ‘사랑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거지, 사랑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말도 안 된다’ 예요. 싸우면서 만난다든지, 깨붙한다든지 하는 성격은 절대 아니에요. 예를 들어 연락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로 연락에 대한 규칙을 정하든지, 영 안 맞으면 헤어지면 되는 거잖아요.


 사랑에 푹 빠져도 나에게 필요하다면 그만둘 줄 아는 용기. 그만할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해요.


 사실 저희가 요즘 재밌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잖아요. 유튜브 팀을 꾸리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이전에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으신데, 새로운 채널에 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혼자 유튜브를 했었을 때 ‘꿀팁’을 알려주는 영상을 제작했었어요. 애플워치 잘 사용하는 법이라든지, 노하우를 알려주는 콘텐츠였죠. 공을 많이 들였어요. 브랜딩이라든지, 캐릭터라든지.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많이 공부했어요. 그랬더니 6개월 동안 구독자가 8천 명 정도 모였어요. ‘하면 될 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었다는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 생활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즐겁게 하는 활동이 필요했어요. 제게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했던 거죠. 동아리를 들까도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썼을 때도 귀한 자료가 될 수 있는 결과물을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귀한 인재를 포섭했죠. 이렇게 팀을 꾸린 게 아직까진 만족스러워요.


 유튜브 활동은 이제 시작이니 아직 할 게 많아요. 이제 기지개는 켰구나,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은 씨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전 같았으면 딱 하나를 말했거나, 부끄러워서 말은 못 하더라도 머릿속에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없어요. 과거만 생각하면 후회가 되고, 미래만 생각하면 현실과의 괴리감이 들어요. 후회도 괴리감도 없는 지금 이 하루가 좋아요. 그래서 ‘나는 이걸 꼭 해야만 해’라는 정확한 목표는 없어요. 이게 내가 행복해지는 방식이에요.

이전 09화 그녀가 꾸린 작은 우주 - 하은 인터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